이름이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매일 손으로 만들던 라벤더 비누를 만지며 “잘 만들어졌다”고 검수까지 했습니다. 그의 이름은 윤미경(23), 은평천사원 ‘누야하우스’의 지적장애인입니다.
2005년부터 천연비누를 만들기 시작한 중증장애인생산품시설 누야하우스(www.iinme.co.kr)?에는 윤미경 씨 같은 지적장애인이 61명 있습니다.
사회적기업이기도 한 누야하우스는 아침고요수목원 정원가게에서만 올해 1억 원 정도 매출을 올렸습니다. 그렇기에 수목원 측에서 누야하우스 식구들이 대견해서 그들을 초대했던 것입니다.
누야하우스 식구들은 외부에서는 취업이 어려운 지적장애인들이지만 이곳에선 3개월 실습을 거쳐 4대 보험 적용을 받는 어엿한 정규직 일꾼입니다.
18일 서울시 은평구에 있는 누야하우스를 찾아갔습니다. 4층 비누 작업장에 들어서자 한 남자직원분이 스스럼 없이 ‘안녕하세요’ 인사를 했습니다. 다른 한 직원분도 말없이 하이파이브로 인사를 건넸습니다.
직원분들이 지적장애인이라 자폐적일 것이라는 편견은 여지없이 깨졌습니다. 그들의 미소가 작업장의 향긋한 비누 향처럼 가슴 속으로 훈훈하게 밀려들었습니다.
이금복 누야하우스 원장은 “집에서 혼자 있던 장애인들이 취업을 하고 사회성을 갖게 되면 가족들이 가장 좋아한다”며 “그동안 장애인 아이를 둔 부모님이 누야하우스와 함께 성장했다”고 말했습니다.
디자인 비누도 대량생산 OEM 비누도 무리없이 맡아 해내는 누야하우스는 은평구 장애인 복지관의 부설사업으로 시작됐습니다.
장애인직업재활시설로 단순 작업을 주로 하다가 협력업체 닥터메이드를 통해 노하우를 전수 받고 고부가가치 천연비누 생산을 도입했습니다.
현재는 80여 명이 함께 만드는 작업규모로 천연비누로서는 드물게 일일 ?2~3천 개까지 대량생산이 가능합니다.
누야하우스 기능성 비누는 1개에 1만 원으로 단가가 높은 편입니다. 유기농 야자유, 올리브유, 요구르트 등 먹어도 될 정도로 신선하고 좋은 원료를 쓰기 때문입니다. 또 계란, 도넛, 크리스마스트리 같은 디자인 비누들은 특허청에 디자인 등록을 할 만큼 사실적이고 독창적입니다.
이 원장은 “천연비누는 1년 두면 비누의 보습 기능이 좋아지고 거품도 부드러워진다”며 "3년 이상 된 비누를 써 보면 훨씬 좋다”고 설명했습니다.
"디자인 비누가 20%를 차지한다면 가장 큰 매출은 주문을 받아 맞춤으로 생산하는 숙성 비누에서 나지요. 누야하우스의 가장 큰 차별성은 원하시는 로고나 모양을 손으로 직접 만들어 드리는 맞춤비누 제작입니다. "
누야하우스 식구들은 비누 제조 공정을 따라 노란색 조끼를 입고 일정한 손놀림을 반복합니다. 모두가 단순한 작업이지만 하하호호 웃으며 일합니다.
“지적장애인 친구들은 단순작업을 참 재미있게 합니다. 그들의 특성인데요. 작업장에서 서로 투닥거리기도 하지만 항상 웃음이 끊이지 않는 이유랍니다. 오히려 일에 열중해서 제 몸을 돌보지 못할 경우가 있어서 걱정입니다.”
누야하우스의 작업장은 항상 비누만큼이나 향기로운 웃음꽃이 피어납니다. 이런 단란한 협력 분위기가 은평구 이외의 지역으로도 퍼져나갔습니다. 생산 주문을 받아왔을 때 기술력도 주고 공동판매도 하는 길을 열어 총 10개 협력업체가 함께하고 있습니다.
비누와 2009년부터 만들기 시작한 천연 화장품을 공동브랜드 ‘아인미(I IN 美)’로 론칭해 협력업체 어느 시설이나 팔 수 있도록 했습니다.
화장품의 경우 방부제를 쓰지 않습니다. 그밖에 성분 분석을 하는 등 까다로운 부분이 있지만 ‘앞으로 더 나은 누야하우스를 위해 화학전공 전문인 한 분을 고용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이금복 원장이 설명했습니다.
누야하우스는 매년 20%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올해는 5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릴 전망입니다. 수익은 모두 장애인 고용에 사용합니다.?또한 노숙인, 다문화가정 등 비장애인 취약계층 15명에게도 직업을 통한 자활의 길을 여는 데에 쓰입니다.
“저희 꿈은 수익이 많아져서 장애인 친구들 급여를 더 많이 줄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친구들 부모님이 연로해 지셔서 가족 복지를 같이 해야 하죠. 내년에는 6억 원 매출을 위해 모두 달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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