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당 신민주(오른쪽), 신지혜(왼쪽) 후보. 책 '당 만드는 여자들'을 들고 있다.

“기본소득은 시민의 권리다. 모두의 것을 모두에게!”

올해 1월 19일 창당한 기본소득당은 4.15 총선을 앞두고 '전 국민에게 기본소득 60만원씩 지급하자'는 공약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기초생활급여 수준부터 기본소득을 당장 시작하고, 순차적으로 금액을 늘려가자고 주장한다.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자 지난 3월 26일 저녁 무렵 기본소득당의 창당 멤버이자 총선 출마자인 신민주·신지혜 후보를 마포구 당사에서 만났다. 

기본소득당 창당 주역은 94년생 신민주, 87년생 신지혜, 90년생 용혜인 등이다. 세 사람은 밀레니얼 세대·여성·페미니스트라는 정체성을 공통분모로 갖고 있다. 이들은 지난 3월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집 ‘청년 여성들의 창당프로젝트 이야기 , 『당 만드는 여자들』’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다. 목표금액의 202%를 초과 달성하는 등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그리고 이번 총선에서 용혜인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주도 선거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 합류, 당선권인 비례순번 5번을 받았다. 신민주 후보와 신지혜 후보는 각각 서울 은평을, 경기 고양정 지역구에 출마했다. 

기본소득당의 전체 당원 중 청년의 비중은 80%에 달한다. 실제로 이날 당 사무실은 청년들로 붐볐고, 활력이 넘치는 분위기였다. 신민주 후보는 “젊은 당원들 덕분에 솔직한 이야기를 많이 접할 수 있다”며 “특히 기본소득 관련해서 기존 담론에서 벗어난 새로운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고 밝혔다. 

기본소득,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

‘청년 여성들의 창당프로젝트 이야기 , 『당 만드는 여자들』’ 크라우드 펀딩 화면 캡처

이들은 기본소득으로 새로운 사회 흐름을 만들어내기를 꿈꾼다. 기본소득당은 기본소득을 ‘모두에게 무조건 개별적·정기적으로 현금으로 지급되는 소득’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미 해외에선 기본소득 논의는 물론이고 스위스·핀란드·캐나다·네덜란드 등에서 실험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지난 총선 녹색당이 정당으로선 처음으로 기본소득 공약을 제시했고, 이후 이재명 경기도 지사(민주당), 김세연 의원(미래통합당) 등이 도입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당신의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신민주 후보는 기본소득이 개인에게 주어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기본소득 수령 주체는 가족이 아니라 개인”이라며 “이것이 페미니즘과 맞닿은 지점”이라고 말했다.

“가정 내에서도 경제력 유무에 따라 권력 관계가 형성되곤 한다. 또한 원치 않는 가족 공동체에 어쩔 수 없이 묶여있는 개인도 있다. 기본소득을 받으면 가정 내 동등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고, 심지어는 원치 않는 가족관계에서 벗어나기 수월해질 것이다. 아울러 기본소득은 각자 자신의 꿈꾸는 삶을 상상하고 실현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집없는 당신도 행복한 정치'를 내세운 신지혜 후보는 기본소득이 ‘시민의 권리’로서 주어져야 마땅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노동이 더 이상 강제사항이나 의무사항이 돼서는 안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며 “모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기본소득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기본소득 일회성 이벤트에 그쳐선 안돼”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으로 재난기본소득 논의가 활발하다. 취약계층 5만명에 1인당 50여만원을 지급한 전주시를 필두로, 모든 도민에게 지역화폐 10만원을 주기로 한 경기도 등 많은 지자체가 재난기본소득 지급에 동참했다. 정부 역시 지난 30일, 소득 하위 70% 이하를 대상으로 4인 가구기준 100만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인터뷰는 자연스럽게 코로나19 이후 화제로 떠오른 재난기본소득 이야기로 넘어갔다. 

어떤 모델의 기본소득이 기본소득당이 주창하는 기본소득 개념과 가장 가깝냐는 질문에 두 후보 모두 경기도라고 답했다. ‘모두에게 나눠준다’는 취지에 방점을 찍었다는 설명이다. 신지혜 후보는 “모든 도민에게 조건없이, 순서없이 준다는 점에서 경기도가 가장 기본소득 기본개념과 가장 비슷한 방식”이라고 밝혔다.

신지혜 후보는 지난 3월 25일,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환영한다는 논평을 발표했다./사진제공=기본소득당

하지만 일회성에 그치는 현행 지급방식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본소득의 핵심 특성 중 하나는 정기적으로 지급돼야 한다는 점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일단 국민들에게 기본소득이 주어진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며 “코로나19 사태 속 기본소득이 새로운 대안으로 널리 알려지게 돼 기쁘다”고 흐뭇해했다. 신지혜 후보는 실제로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지급 결정을 환영한다는 논평을 냈다. 

그는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상황에서는 취약계층에게 기본소득이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사례는 다른 경제위기와는 다르다. 감염증 하나로 사회가 멈추고, 일을 할 수조차 없게 됐다. 당장 생계를 이어갈 수 없는 이들이 삶을 영위해나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기본소득이 중요하다.”

기본소득 실현은 의지의 문제

지난 3월 24일, 신민주 후보는 N번방 사건 강력처벌 릴레이 1인 시위에 나섰다./사진제공=기본소득당

기본소득당의 ‘전 국민에게 조건없이 매월 60만원씩 지급’ 공약 실현 가능성을 놓고 회의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재원 마련이 불가능하지 않겠냐는 의견과 기본소득이 노동의욕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비판 등이다. 

두 후보는 “기본소득은 의지의 문제”라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신민주 후보는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는 재난기본소득이 더욱 큰 규모로 투입돼야 한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지자 정부는 기업긴급구호자금으로 100조원 투입할 예정이고, 계속해서 예산을 추가로 배정하고 있다. 이 예산을 진작 기본소득에 썼으면 어땠을까 싶다.”

신지혜 후보는 역시 재원 마련은 ‘모두의 것이어야 할 것을 모두에게 나눈다’는 측면에서 접근하면 쉽다고 밝혔다. 재원은 시민재분배 기여금, 탄소세 등 환경세, 토지보유세 등을 통해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시민세’라는 개념으로 개별적인 세금을 조금씩 높이고, 생태를 파괴하는 기업에 대한 환경세를 부과하고, 모든 민간 소유토지에 토지보유세를 내도록 하면 재원마련이 가능하다.”

신민주 후보는 노동의욕을 저하시킬 수 있지 않겠느냐는 비판에 대해서는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노동시간 최상위권에 위치한 국가다. 왜 걱정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우리나라는 일을 너무 많이 하고 있어 노동을 조금 줄이고,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것도 좋다고 본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현행 제도의 맹점도 지적했다. 

“오히려 현행 생계급여 제도의 경우, 열심히 일할수록 급여대상에서 탈락하는 역설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제도야말로 노동의욕을 저하시키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신선한 시각으로 ‘고인물 정치’ 정화할 것

지난 2월 12일 열린 '기본소득 국회선언' 기자회견에서 기본소득당 용혜인 전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기본소득당

이들은 신선한 정치를 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신민주 후보는 국회의원이 되면 기본소득 및 페미니즘 가치에 동의하는 국회의원과 초당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제 3지대를 만들어 볼 생각이다. 이른바 ‘고인물 정치’를 깨끗하게 하기 위해서다. 최근 ‘N번방 사건’ 관련자 처벌을 촉구하며 지역구 경쟁후보에 정책질의서를 발송해 의견을 나눈 것도 그 일환이다.

“50대 남성이 주류인 정치의 얼굴을 바꾸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 이를 위해 기본소득, 페미니즘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과 협력해 대안적 가치를 창출하는데 힘쓸 것이다.”

신지혜 후보는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는 지역주민들과 기본소득, 페미니즘, 주거 관련 논의를 자주 나눌 수 있기를 꿈꾼다. 그리고 ‘정치기본소득’ 도입을 통해 정치가 유권자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앞장서고 싶다고 전했다. 

정치기본소득이란 모든 유권자에게 1년에 10만원씩 정치쿠폰을 지급하는 제도다. 유권자는 정치기본소득을 정치인이나 정당에 후원하는데만 쓸 수 있다. 그는 “정치기본소득이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정당을 면밀히 들여다볼 수 있게 해 어떤 정당, 정치인과 함께할 것인지 판단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며 “이를 통해 유권자는 물론이고, 소수정당도 정치자금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청년세대는 이 시대 문제점을 가장 날카롭게 볼 수 있는 세대인 동시에 가장 취약한 계층이 돼버린 세대”라며 “청년의 시각으로 새로운 대안을 만들 수 있는 정치인이 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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