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4월6일로 예정됐던 개학이 다시 연기돼고 4월9일부터 순차적으로 온라인 개학이 이뤄진다. 

교육부(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는 3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협의를 거쳐 유치원을 제외한 전국 모든 초·중·고 및 특수학교, 각종 학교에서 온라인 개학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4월 9일부터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3학년이 먼저 온라인 개학을 한다. 16일에는 고등학교 1~2학년, 중학교 1~2학년 및 초등학교 4~6학년이, 4월20일에는 초등학교 1~3학년 학생이 순차적으로 온라인 개학을 실시한다.

수능도 12월 3일로 늦춰졌다. 교실 수업은 상황을 보며 탄력적으로 결정하기로 했다. 

최초로 시행되는 초·중·고 온라인 개학에 우려와 기대의 목소리가 공존한다. 아직 개학이 1주일 가량 남은 만큼 이 기간동안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3월 25일 원격교육 지원 온라인 업무협약 모습/사진=교육부

대학 온라인 강의 부작용 반면교사 삼아야

초·중·고에 앞서 온라인 강의를 시작한 대학가에서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이와 비슷한 문제가 초·중·고 원격 수업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대학 온라인 강의 첫날 많은 학생이 온라인 강의 플랫폼에 몰리며 서버가 다운됐다. 이에 수업 자체를 듣지 못한 학생도 있었다.

온라인 강의 3주 차인 현재는 서버를 증설하며 문제를 해결했다. 개별적인 시간표에 따라 움직이는 대학생과 달리 이들은 한꺼번에 서버에 접속하게 된다. 서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에 교육부 관계자는 “초·중·고 학생이 동시 접속하더라고 문제가 없도록 서버를 증축 중이고, 클라우드를 활용하고 있어 서버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가에서는 학생과 교수 서로가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학교에서는 마이크가 꺼진 줄 착각한 학생이 혼잣말로 교수를 욕해 이 내용을 교수를 포함해 학생들이 듣는 민망한 일도 있었다.

반대로 카메라가 꺼진 줄 착각한 한 교수가 수업 중 줄담배 피우는 실수도 있었다. 대면이었으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들이다. 비대면 특성상 적절한 긴장감이 사라진 탓이다. 성인인 대학생과 교수에게도 이런 일이 만큼 아직 다 성장하지 않은 초·중·고 학생들 사이에서는 비슷한 일들이 더 많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박일준 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 회장은 이런 일을 막기 위해서는 초·중·고 온라인 개학에 앞서 디지털 예절 교육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박 회장은 “교사와 학생 모두 디지털 예절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어 이런 문제들이 발생한다”며  “화상 도구를 올바르게 사용하는 방법을 제대로 교육하지 않는다면 학생들이 이를 그릇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대학교에서는 온라인 강의에서 에티켓 문제가 발생하자 안내 문자를 발송하기도 했다.

다행히 대학교에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온라인 강의가 점점 원활히 진행되는 분위기다. 온라인 강의 1주 차에 나왔던 여러 실수가 더 반복되지 않고 있다. 학생과 교수 모두 온라인 강의 플랫폼에 익숙해진 덕분이다. 초·중·고도 온라인 강의 초반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될 가능성도 높다. 다만, 대학 교수들은 시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용환 동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시간이 지나며 학생과 교수 모두 온라인 강의에 적응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학생들이 카메라를 잘 키려고 하지 않아 수업 이해도 등을 파악하는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덧붙여 “초·중·고로 실시간 강의가 확대된다면 학생들이 카메라를 키도록 해야 집중도 하락, 의사소통 문제를 겪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번 초·중·고 원격 강의에서는 네이버 라인 웍스, 구루미, 구글 행아웃, MS팀즈, 줌(ZOOM), 시스코 웨벡스(Webex) 등 다양한 다양한 민간 플랫폼 활용을 권고하고 있다. 교사나 학교의 판단에 따라 가장 적합한 플랫폼을 선택할 수 있다. 수업 내용과 교사 수준에 맞춘 알맞은 플랫폼 선택도 수업의 질에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고령 교사, 저학년 학생 원격 강의 미숙

학생과 교사 모두 원격 강의에 익숙하지 않아 걱정이 크다. 특히 나이가 많은 교사와 어린 학생의 경우 원격 수업이 어렵다. 고등학교 교사 A 씨는 “현재 교사들이 온라인 강의를 준비하고 있지만 연차가 높으신 교사들은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교사들 사이에서도 걱정이 크다”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은 원격 수업 플랫폼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교사가 학부모와 학생에게 전화 등을 통해 사전 교육을 진행하고 있지만, 저학년 학생이 별도의 도움 없이 수업을 원활히 듣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박일준 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 회장은 "교사들마다 원격 강의 활용도의 차이가 클 것이고, 영상 촬영 자체를 어색하거나 부담스러워 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는 교사에게 영상 업로드 방식, 실시간 수업 등 여러 수준의 교육방법을 선택해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학생 인성 교육은 공백

수업은 온라인으로 진행하더라도 학생 인성 교육에는 공백이 생길 수 있다. 특히 비행청소년 관리가 쉽지 않다. 학교에서는 학생에게 전화로 개인 상담을 진행하고 근황을 파악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한계가 크다. 학생과 학부모 모두에게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도 많아 학생이 무엇을 하고 지내는지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등교 중지 상태가 장기간 이어질 경우 학생의 비행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 현직 교사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 확산 우려에도 일부 pc방은 학교에 가지 않은 학생들로 인해 문전성시를 이룬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현장, 실시간 쌍방향 수업 어려워...디지털 격차 우려도

교육부에서는 일선 학교에 원격 수업 중에서도 실시간 쌍방향 수업 위주로 교육을 진행하기를 권고하고 있다. 현장의 반응은 다르다. 교사들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아 과제 위주 혹은 콘텐츠 활용 위주로 수업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실시간 쌍방향 수업 진행에 현실적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한 가정에 스마트기기 등은 한정적인데 학생이 많은 경우 실시간 강의를 동시에 듣기 어렵다.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 가정에서는 스마트기기, 인터넷 등이 준비가 미비해 실시간 수업 참여가 쉽지 않다. 그나마 과제나 콘텐츠 활용 중심 수업은 시간 제약없이 도서관 등의 시설을 이용해 학습이 가능하다.

교사들은 여러 요건을 고려할 때 실시간 쌍방향 수업은 하루 1~2시간 진행하고 나머지는 과제나 콘텐츠 중심 수업으로 진행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이런 상황을 의식해 전국 학교를 통해 학생의 스마트기기 수요를 확인하고, 기존 무선인프라 사업으로 확보해뒀던 약 12만대의 스마트기기를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원격 강의에 접근하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아 디지털 격차에 따른 교육 격차가 발생, 계층간 격차가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재홍 강릉원주대학교 멀티미디어공학과 교수는 최 교수는 “소외계층의 경우 원격 강의 준비가 미흡할 수 있다”며 “이는 디지털 격차가 교육 격차로 이어질 수 있고, 학생 간의 차이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 확대와 코로나19 확산에 누가 되지 않는 선에서 도서관, 학교, 공부방 등을 일부 개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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