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우리의 생활은 급격한 변화를 맞이했다. 발원지인 중국 뿐만 아니라 유행의 2차 진원지가 된 유럽과 미국에서는 이 병의 전파를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이동제한과 외출 금지 혹은 외출 자제 등의 강력한 행정조치를 취하고 있다.
개학을 연기하고 대부분의 일터에서는 재택근무가 시행 중이다. 생필품 가게와 병원, 약국을 제외하고는 모든 상점이 문을 닫았다. 관광 및 국제 교류도 줄줄이 취소되고 사상 최초로 올림픽도 연기됐으며, 하늘길도 막혔다. 격리조치로 각 나라의 경제활동은 줄어든 상태에서 국민들의 생계유지와 질병의 치료를 위해 국가마다 막대한 양의 긴급 구호 기금을 편성하면서 코로나19가 이후 미칠 경제적 타격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유행이 짧은 기간 안에 종식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세계의 과학자·전문가가 활발히 연구 결과를 공유하며 코로나19 바이러스 (SARS-CoV-2)의 진단법 및 백신·치료제 개발을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고, 실제 거의 한 달 만에 바이러스 전체 유전체 해독이 끝났을 정도로 그 어느 때보다도 짧은 기간에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실질적으로 코로나 19의 극복을 가져올 백신의 개발은 최소의 임상 시험을 거친다 해도 짧게는 6개월에서 1년 반에 걸치는 기간이 필요한 작업이다. 이는 현재와 같은 인간 활동 제약이 몇 주에 걸친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의미한다. 일상에 불가피한 변화가 생겼다는 걸 받아들여야 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고통스럽고 힘든 기간을 거치고 있는 우리 인간들과는 대조적으로, 지금껏 인간 활동에 의해 위협 받던 지구 환경과 생태계는 숨통이 트인 모습이다. 하루도 쉬지 않고 새로운 물건을 생산해 내던 중국의 공장들이 멈추고 나니 뿌옇던 하늘이 맑아졌다. 관광객의 발길이 끊긴 이탈리아 베니스 운하에는 수많은 배들이 떠다니던 탁한 물이 사라지고 맑은 물속에 물고기들이 떼 지어 다닌다. 백조도 유유히 헤엄친다. 이런 예상치 못한 뉴스를 보던 남편은 “역설적이게도 코로나 19가 지구에게는 백신과 같다”고 이야기 했다.
눈에 보이는 변화의 일부는 실제 관측 결과로 나타나기도 했다.
나사(NASA)와 유럽우주국 (European Space Agency)에서 발표한 인공위성 관측 사진을 보면 중국 주요도시를 중심으로 자동차 배기가스와 발전소·공장 등에서 주로 배출되는 이산화질소 배출이 코로나19가 창궐하던 1~2월 사이에 눈에 띄게 줄었다. 2월 3일부터 3월 1일까지 중국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 배출량 또한 적어도 25%(약 20억 톤에 해당) 가량 줄었는데, 이는 영국의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반을 넘는 수치다. 오일과 철강 생산, 비행기 운항 횟수 감소에 따른 석탄 연료 사용 감소에 의한 것으로, 이 기간 화력 발전소 전력 소비량이 전년 대비 36% 감소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이탈리아 베니스 운하의 경우 물이 맑아진 이유는 교통량이 줄어 평소 물에 떠다니던 퇴적물이 가라앉았기 때문이고, 실제 수질 개선과는 관계가 없다고 시 대변인이 말했으나, 대기의 질은 실제로 좋아졌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지구가 보내는 기후 위기 등의 경고, 세계에서 지속된 환경 보호와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액션을 취하는 나라들이 거의 없었던 걸 떠올려 보면, 일반 현미경으로도 보이지 않는 작은 사이즈의 바이러스가 가져 온 변화는 획기적이다.
인간은 새로운 전염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에 의해 건강을 위협받고 있지만, 동시에 우리의 행동이 실제 지구 환경과 생태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예측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백신이 개발될 즈음에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성과만이 아니라, 현재 경험을 통해 인간이 지구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슬기롭게 공생하는 법을 깨우치기 바란다. 코로나19가 인간의 환경 파괴로부터 지구를 오랫동안 구해낸 효과 좋은 백신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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