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 금융 사태를 격으며 1998년 경제성장률은 -5.5%를 기록했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글로벌 금융위기로 2009년 경제성장률은 0.2%였다. 금융위기는 10년에 한 번 꼴로 반복되기에 2018년부터 많은 전문가가 2020년에 금융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위기설을 제기하던 당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유럽 등과의 무역 분쟁 심화, 터키,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의 금융 불안으로 세계경기가 침체할 위험이 커지리라 전망했다. 오랜 기간 저금리가 이어지며 정부와 민간 부문 부채가 급격히 불어나는 등 부작용이 위협적인 수준에 도달했다고 했다. 우리나라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기간이 이어지면서 가계부채가 1천500조원 안팎으로 늘어났던 것이 최고 위험 요소로 꼽혔다. 생산인구감소 등으로 성장잠재력이 계속 떨어지다 보니 경제활력을 찾기도 난감한 상황이었다.

2020년 우리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원인으로 위기를 맞는다.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로 인류가 큰 충격에 빠졌다. 미국 등 주요국은 경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각종 경기부양책을 펼치고 있다. 한 예로 지난 18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미국 성인 1인당 1천 달러가 넘는 금액을 현금으로 지급한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각국 정부는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각종 자금 지원 정책을 쏟아내고 있고, 막대한 재정지출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국채를 발행(정부 부채 증가)해야 한다.

반면,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낮추기 위해 돈을 찍어내면서 통화량을 늘리고(양적완화) 국채를 적극적으로 사들여야 한다. 연준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국채·지방채 매입을 넘어 기업어음, 회사채까지도 매입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채 등 비현금자산에 대한 기대수익률은 낮아지기 마련이고, 달러화` 같은 안전자산을 선호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지면서 증시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하향 조정하고, 금융중개지원대출 금리도 내렸다.

한국은행도 지난 17일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0.5%p 하향 조정했다. 코로나19로 세계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심화하면서 국내외 금융시장에서 주가, 환율 등 주요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크게 증대되고 국제유가가 큰 폭 하락했다. 국내외 금융·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만큼 통화정책을 완화하여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최소화하고 성장과 물가에 대한 파급영향을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아울러 금융중개지원대출 금리도 연 0.50~0.75%에서 연 0.25%로 인하했다. 지방중소기업 및 코로나19 피해기업에 대한 지원금리가 50bp(1bp=0.01%포인트) 내려가 이들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효과가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금리 인하는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과정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 금리부담을 줄이고, 대출상환 기간을 연장하고, 추가 대출을 받는 게 미봉책이 될 수 있어도 대다수가 외부활동과 물건 구매를 꺼리는 상황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기업 수입이 없는 상황에서 경제 전반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소기업·소상공인 등 특정 경제주체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맞춤형 재정정책이 필요하다.

기업들도 경제 위기 속에서 생존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레버리지를 활용하니 단기부채가 많은 기업은 더욱 힘들 것이다. 기업 상당수가 도태되는 와중에 현금 창출 능력을 갖춰 살아남는 기업들은 더욱 성장할 것이다. 이미 기업들은 현금성 자산을 늘리면서 총알을 비축해 두고 있다.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인건비 절감을 위해 무급휴가를 늘리고 있는데, 급여삭감을 넘어 인원 감축으로 연결될 것이다. 좋은 인재를 잃는 건 사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노사가 고통 분담하면서 위기를 극복해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금융위기는 다시 찾아올까? 그 누구도 속단하긴 어렵다. 하지만 한 가지 희망을 걸어본다. 과거 금융위기를 예측할 때는 미·중 무역전쟁 같은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이 주요 위험 요소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예상치 못했던 천재지변이었으며,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공조하고 있다. 지역 경계를 넘어 온 국민이 서로를 돕고자 노력한다. 과거 IMF를 극복하기 위해 금 모으기 운동을 했듯이 말이다. 기업 간, 직장 내, 가족 간에도 서로 배려하고 협력하면서 파도를 넘고 있다. 그렇기에 경제는 U자형으로 회복하리라 조심스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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