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자들은 스스로 소개할 때 “저는 유전학을 연구합니다” 정도로는 충분한 자기소개가 되지 않는다. ‘무엇으로’ 연구하는지 덧붙여야 한다. 여기서 ‘무엇’이란 ‘모델생물’을 가리킨다. 생물학자 대부분은 모델생물 연구를 한다. 모델생물이란 초파리, 예쁜꼬마선충, 애기장대, 효모, 쥐처럼 생물학의 현상을 연구하고 이해하기 위해 특별히 선택되는 생물이다.
예를 들어 성게는 배아발생에서 세포분열을 연구하기 위해 선택됐다. 비둘기는 그들이 가진 특별한 가슴 부위의 근육조직에서 일어나는 산소 대사 과정 연구를 위해서, 개는 간의 생합성 과정 연구를 위해 활용됐다.
과학자들에게 모델생물은 단순한 소도구가 아니다. 자연에 숨겨진 작은 비밀들을 보여주며, 때론 과학사의 방향을 완전히 뒤바꿔놓기도 한다. 멘델이 모델생물로 완두콩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멘델의 유전법칙'이 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생물학이 면역학, 유전학, 생물정보학 등으로 구분된 것처럼 보여도, 현장의 생물학은 모델생물을 축으로 나뉘어있다.
생물학의 현장에서 모델생물을 연구하는 저자 김우재 박사는 26종의 모델생물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가 선보이는 모델생물은 분자생물학의 기원에 닿아있지만 지금은 실험실에서 찾아보기 힘든 ‘박테리오파지’부터 인간에게 친숙한 고양이·닭·개미·꿀벌, 먹을 수 있는 모델생물 효모·벼, 유전체 해독 계획 모델이 된 애기장대 등 크기와 종을 가리지 않는다.
모델생물 소개뿐 아니라 ‘유행’이 있다는 사실도 알려준다. 이제 모델생물을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인간과의 유사성이다. 생물학의 의학 적용이 중요해지면서, 상당수 모델생물은 인간 건강에 관계된 연구를 얼마나 지원할 수 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요즘 생명과학 연구비의 독식자는 생쥐와 집쥐다. 인간을 더 닮았다는 이유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연구비 문제는 모델생물의 다양성을 해친다.
서성배 가이스트 생명과학과 교수는 “생물학자들이 필요로 하고 사랑하는 모델생물들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를 넓혀줄 뿐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모델생물로 연구하는 생물학자들이 자신의 작업을 좀 더 깊이 생각해볼 계기를 마련해줄 수 있는 책”이라고 추천했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과학적 사고를 통한 사회의 변혁에 관심 있는 모든 분들께 권하고 싶은 책"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든 아니든, 책을 통해 독자는 모델생물이 생물학에서 지니는 진정한 의미를 돌아볼 수 있다.
◇선택된 자연-생물학이 사랑한 모델생물 이야기=김우재 지음, 김영사 펴냄. 284쪽/ 1만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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