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스페인 빌바오에서 열린 GSEF 3차 총회에서 아리엘 과르코 ICA 회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의 만남을 계기로 2020 세계협동조합대회(이하 대회)를 서울에서 열게 됐다고 들었다. 한국에서 대회가 열리는 건 처음인데, 그 배경과 의미에 대한 의견은?
▶ICA가 주관했던 지난 32번의 대회는 1992년 도쿄 대회를 제외하고는 모두 유럽에서 이뤄졌다. 영국에서는 7번, 프랑스에서는 5번이나 열렸다. 33번째 대회를 유치할 때 중요하게 여긴 목표는 비유럽권 국가에서 여는 것이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번 대회를 서울에서 개최하자고 제안했을 때, ICA는 협동조합에 관련된 여러 주목할만한 특징이 한국에 있다는 걸 확인했다. 그 특징은 아래와 같다.
- 한국만의 협동조합 전통이 있고, 한국 내 협동조합 전문가·사상가도 있다는 점
- 농협 같은 전통적(개별법) 협동조합과 노동자 협동조합·사회적협동조합 같은 새로운 기본법 협동조합이 공존한다는 점
- 최근 만들어진 ‘협동조합기본법’ 같이 협동조합 활성화에 기여하는 혁신적 법체계가 있다는 점
- 국가가 정책적으로 협동조합을 포함한 사회연대경제(사회적경제) 활성화에 나선다는 점
- 2020 서울 대회는 ICA 창립 125주년, 협동조합 정체성 선언 25주년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행사다. 이 대회를 통해 ICA가 기대하는 바는?
▶대회는 도착점과 출발점 역할을 둘 다 하는 ‘힌지 이벤트(hinge event)’로 여겨진다. 도착점으로서 대회는 협동조합 정체성에 관해 우리가 지금까지 이뤄왔던 모든 걸 찬찬히 살펴봐야 한다. 특히 1995년 협동조합 정체성 선언 이후 내용이 중요하다. 출발점으로서 대회는 오늘날과 미래 세상의 과제에 협동조합 정체성으로서 대응하려면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생각해야 한다. 특히 사람, 기업가 정신, 지속가능성, 발전, 일과 고용, 평화와 평등, 환경보호, 기술변화 등의 면에서 말이다. 재분배 경제, 순환경제, 사회연대경제, 커먼즈라는 틀 안에서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고민해야 한다. 대회는 그 자체로 끝이 아니다. 연구 결과를 참고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시대를 열어야 한다.
- 2030년까지의 새로운 10년을 위한 계획으로 발전시킨 ‘협동조합 10년의 청사진’이 최종 승인됐다. ICA가 기대하는 새로운 10년은?
ICA의 2020-2030년 전략계획인 “협동조합의 새로운 10년을 위한 사람 중심 계획(A People-centred path for a Second Cooperative Decade)”은 이미 승인을 마쳐 ICA 내부 조직이 전략계획을 세우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이번 대회에서 공식적인 발표를 거친다.
이는 4가지 주요 주제로 구성된 10년짜리 계획이다. 첫 번째 주제는 정체성이다. 두 번째는 조합원, 조직화, 협력, 정책, 연구, 자본, 소통 등을 포함하는 협동조합 운동의 성장이다. 세 번째는 국제적 수준에서의 협동조합 간 협동이다. 네 번째는 UN이 채택한 '2030 지속가능개발의제' 측면에서 말하는 지속가능한 성장이다. 의제와 전략계획이 마무리되는 시점은 같다.
- 총회와 대회 외에 협동조합 학술 컨퍼런스, 국제협동조합법률포럼을 마련했다. ICA 설립 125주년과 정체성 선언 25주년을 맞이해 마련한 부대 행사, 특별 이벤트 등이 있는지?
▶학술 컨퍼런스와 법률포럼은 행사와 본질적으로 연관된 사전 행사다. ICA가 직접 혹은 외부와 공동으로 준비한다. 이 외에도 ICA 소속 조직들이 준비한 여러 부대 행사가 준비돼있다.
- 역사적으로 협동조합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해왔다. 2020년대를 맞이한 현시점 세계 협동조합은 어떤 변화를 요구받고 있으며, 시대가 변해도 바뀌지 않는 협동조합만의 고유한 가치는 무엇인가.
▶역사적으로 협동조합이 많이 변하고 자라왔지만, 주요 공통분모는 놀라우리만큼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했으며, 점진적으로 풍부해졌다. 협동조합이 변화·적응·성장할 수 있던 역량도 이 때문이다. 존재 자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발적이고 개방된 조합원 제도, 조합원에 의한 민주적 관리, 조합원의 사업 이용 실적에 비례한 편익 제공, 제한된 자본이익률, 교육 등 협동조합의 기본 원리는 19세기 초반부터 지켜왔다.
ICA는 1937년, 1966년, 1995년에 원칙 수정을 거치면서 자본에 대한 핵심 문제를 짚었다. 1966년 개정은 조합원에 의한 민주적 관리 문제를 개선했고, 협동조합 간 협동 원칙을 더했다. 1995년 개정은 협동조합 정체성 선언을 표명하면서 자율과 독립 원칙을 더했다. 이는 정치·종교적 중립 원칙을 담은 1937년 버전과도 연관성이 있다.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와 6개의 가치, 4가지 윤리적 가치, 조합원의 필요와 욕구를 담은 협동조합의 정의도 추가했다. 이를 통해 협동조합 내 공통분모로 정체성을 세울 수 있다는 핵심개념도 이끌었다. 과거 협동조합 원칙에서는 ‘정체성’이라는 개념이 분명하게 존재하지는 않았다.
(ICA 구성원끼리 긴 협의를 거쳐 만든) 협동조합 정체성 선언문을 작성한 주요 인물 이안 맥퍼슨(Ian MacPherson)은 1995년 대회에서 선언문이 불가분한 전체라고 설명했다. 역사적인 발전과정을 고려했을 때, 협동조합 공통분모와 정체성은 이미 내재한 부분을 더 완벽하게, 풍부하게 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 빠르게 바뀌는 세상 속에서 협동조합 공통분모와 정체성의 불변성은 안정성을 달성하는 강력한 요소가 된다.
- 이번 대회에서 UN의 '지속가능 발전목표(SDGs)'에 대한 협동조합의 공헌 강화를 주로 다룹니다. 협동조합은 어떤 측면에서 SDGs 달성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보는지?
▶협동조합 정체성과 SDGs의 관계는 7번째 원칙인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에서 찾을 수 있다. UN이 2030 지속가능개발의제와 SDGs를 채택하기 20년 전에도 협동조합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언급했다. SDGs는 국제단체, 정부, 시민사회조직, 기업 등의 동의를 기반으로 한 쉬운 공통 언어다.
협동조합이 SDGs를 어떻게 달성할 수 있는지 따져보기 전에, 이미 얼마만큼 달성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측정을 위해서는 SDGs에 관한 지표를 마련하고 정량분석을 거쳐야 한다. 협동조합이 SDGs를 달성하려면 무엇을 더 잘해야 하는지 분석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이는 이미 우리가 참여 중인 연구에 해당하며, 대회에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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