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난 기업으로 지역을 살린 아르들렌 사람들’ 책 표지 이미지./사진제공=협동조합 착한책가게

1972년 10월 프랑스의 한 작은 마을, 세 명의 젊은이들이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것 같은 방적공장을 찾아간다. 이들은 지역의 버려진 자원 양모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쇠퇴해가는 산업과 지역을 재건하기로 뜻을 모은다.

1982년 프랑스 아르데슈 지역에 설립된 ‘아르들렌 협동조합’의 역사가 시작된 배경이다. 신간 ‘별난 기업으로 지역을 살린 아르들렌 사람들’은 지난 40년간 ‘다르게 일하기’와 ‘다르게 기업하기’를 바탕으로 지역과 사람 사이의 새로운 균형을 이룬 한 협동조합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들이 처음 일을 시작한 1970년대는 인구?부?권력 등이 소수에게 집중되고, 기업이 금융 권력의 도구로 전락한 시대였다. 자본주의 경쟁 시스템 속 버려지고 황폐해진 지역에 발을 디딘 젊은이들은 사회에서 외면받던 지식?공간?자원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기로 한다. 

먼저 오랜 시간 준비 끝에 협동조합을 만들고, 양모를 재료로 한 제품을 생산해 윤리적?친환경적 소비를 지향하는 사람들에게 판매했다. 처음에는 거리를 두며 미심쩍어 하는 주민들에게 인정을 받기 시작한 뒤에는 박물관?서점?식당?카페 등을 만들고, 지역 특산물을 이용한 저장 식품 생산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간다.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게 된 아르들렌 협동조합은 마침내 사람들이 떠나지 않고 살고 싶은 마을, 다른 곳에서 찾아오는 마을을 만들어낸다. 오늘날 쇠퇴한 여러 산업도시에서 부러워하고 배우려 하는 ‘도시재생’ ‘지역재생’을 성공적으로 실현해낸 것이다.

책에서는 이들의 성공 비결을 “협동조합의 원칙을 바탕으로 신뢰와 연대에 기반을 활동 덕분”이라고 꼽는다. 저자이자 설립자 중 한 명인 베아트리스 바라스는 “우리는 함께 일하는 협동조합을 만들고 양모 산업을 되살리기 위한 공동 프로젝트를 실현하겠다는 의지 하나로 모였다”며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나 함께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게 전부였다”고 말했다.

물론 아르들렌 협동조합 역시 설립 이후 40년간 여정 속에 수많은 장애물을 마주한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모인 조직이라면 어디나 그러하듯, 이들 역시 삶의 동요, 감정적 위기, 애정 문제, 외부 경쟁 등을 피하지 못했다. 바라스는 갈등을 극복한 방법에 대해 “특별히 뾰족한 수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때로는 공개적으로 이야기를 했고 때로는 안정될 때까지 기다리면서 위기가 지나가도록 했다. 중요한 건 서로에 대한 신뢰와 협력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책은 아르들렌처럼 여러 사람의 협동을 통해 한국 독자들을 만나게 됐다. 일하는사람들의협동조합연합회를 중심으로 이곳의 회원인 번역협동조합, 서울디지털인쇄협동조합, 협동조합 착한책가게 출판사가 이번 책 출간으로 협동의 가치를 증명해냈다.

2020년은 창립 125주년을 맞이한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이 오는 12월 11~17일 한국 서울에서 ‘세계협동조합대회’를 여는 의미 있는 해이기도 하다. ICA는 협동조합 정체성을 보다 분명히 하고 지속가능함에 대한 주요 과제를 도출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출간한 ‘별난 기업으로 지역을 살린 아르들렌 사람들’은 ‘자조, 자기책임, 민주주의, 평등, 공정, 연대’ 등 협동조합의 기본 가치가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하고, 어떻게 기능하는지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별난 기업으로 지역을 살린 아르들렌 사람들=베아트리스 바라스 지음, 신재민·문수혜·전광철 옮김, 착한책가게 펴냄. 360쪽/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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