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여파로 개학이 4월 6일로 연기됐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7일 브리핑에서 “코로나19 확산 추세를 보고 개학관련 논의를 이어가겠다. 상황이 호전되면 앞당길 수 있지만, 최악의 경우 연기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다보니 매일 집에만 있어야 하는 아이들은 돌봄, 교육 등에 공백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이로운넷>이 개학이 연기된 이후 청소년들의 일상을 들여다봤다.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17세 학생의 일기

#고등학교 입학 전 #여유로움 #취미 #예습

얼마 전 중학교를 졸업했다. 지금은 혼자 고등학교 1학년 과정을 공부한다. EBS 고등예비과정 강의를 인터넷으로 듣는다. 점심 먹고 공부 시작하면, 짧으면 2시간 길면 4시간 정도 한다. 하기 싫을 때는 안한다.

혼자 공부하니 힘들다. 인터넷 강의를 반복해서 들어도 이해가 안되기도 한다. 국어나 수학이 특히 그렇다. 고등학교 국어는 읽기 지문이 엄청나게 길어졌고, 수학은 처음 보는 기호가 많다. 학교에서 수업을 들으면 이해가 빠를 수도 있을텐데…. 한 달 동안 혼자 공부한다는건 쉽지 않다.

A학생이 집에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 만들어 봤다는 달고나커피, 딸기라떼. /사진=A제보자(익명).

공부를 마치면 온전히 쉬는 시간이다. 스마트폰 보는 것도 지겨워, 얼마 전부터는 요리도 했다. 요즘 SNS에서 유행하는 ‘달고나커피’, ‘ 딸기라떼’, ‘콘치즈’ 등도 만들었다. 동영상(유튜브, 페이스북)을 보고 간단한 것 위주로 도전했다. 재미있지만 ‘이제 또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이다.

나와 다르게 일상을 보내는 친구들도 있다. 밖에 나가 노는 친구들도 있는데, 코인노래방이나 PC방을 가는 것 같다. 나는 코인노래방을 안 간지 한 달이 넘었다. 가고 싶긴 하지만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안 좋을 것 같아서 참고 있다.

친구들은 아무래도 집에 있는 게 슬슬 질리나 보다. 다들 개학연기 싫다고, 학교에 가고 싶다고 한다. 하지만 난 솔직히 개학이 미뤄진 것도 그것대로 괜찮다. 집에서 책(추리소설)을 읽고,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것이 좋다.

그래도 더는 개학이 연기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차피 학교는 가야 한다. 집에만 있으니 답답해서 쓰러지겠다. 새 친구들에 대한 기대도 있다. 특별한 계획은 없지만 학교생활에 대한 의욕은 넘친다.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A군(17세)의 실제 얘기다. 개학이 4월로 연기되면서 중·고등학교 청소년들은 유·초등생들과는 달리 자신이 원하는 활동이나 취미를 찾아 시간을 보내고 있다.

B학생은 혼자 공부해야 하는 현재 상황이 막연하고 힘들다고 전했다./ 사진=B제보자(익명).

학업을 무시할수 없는 학생들은 길어진 방학만큼 공부에 대한 부담이 크다. 올해 고등학교 2학년이 된 B군은 “빨리 개학했으면 좋겠다”며 “2학년에 배워야 할 내용을 예습하기 위해 아침 9시에 일어나 오전에 자율학습을 하고 오후에 학원을 간다”고 일상을 전했다. 그는 “지금은 막연하게 공부하는 느낌이 들어 힘들다. 개학을 해야 시험을 목표로 더 열심히 공부할텐데 그러지 못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개학연기로 학생들의 학습이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상수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관은 “3월 첫주부터 5주 동안 학교별로 원격교육 등을 통해서 학생들이 자기주도적으로 학습을 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개학이후 교과별로 선생님들이 각 교과의 핵심 내용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해서 수업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집에서 학습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학생 스스로의 마음가짐과 부모의 지원이 필요하다. 방과후학교를 운영하는 사회적기업 행복한학교희망교육협동조합 고태훈 이사장은 “결국 집에서는 자기주도학습이기 때문에 가정에서 ‘이것만은 꼭 해야 한다’는 방식으로 아이들의 학습을 돕는 것도 좋다”면서 “공부할 범위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오늘 해야 할 것’을 결정해주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학이 연기되자 학생들은 학습에 대한 효율성 저하,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불규칙한 생활패턴을 걱정한다.

학부모들은 ‘늦게자고 늦게 일어나는 불규칙한 생활 걱정’

아이가 집에 있으니 부모들의 걱정도 크다. 취재에 응한 유·초·중·고 부모들은 대부분 아이가 규칙적으로 생활하지 않는것을 걱정했다. 13세 아이를 양육하는 C씨는 “평소에는 늦어도 밤 11시가 되면 자는데, 요즘은 새벽 1시가 돼야 잔다”면서 “2시간 반 정도 자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이 미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편 출근시간은 그대로인데 아이가 새벽까지 자지 않아서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게 반복되고있다. 전반적으로 수면시간이 줄어들은 것”이라고 전했다.

D씨 역시 “아이가 집에서 TV나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이 늘면서 수면시간도 불규칙해졌다”고 걱정했다.

전문가들은 수면패턴이 불규칙해지는 이유가 취침, 기상시간을 정해놓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학교에 다닐 때처럼 기상시간과 취침시간을 정해놓고 지키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 박한선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강사(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학교에 가지 않으면 활동량이 줄어 잠이 오지 않을 수 있는데, 실내에서 생활 하더라도 활동량을 늘려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면서 "다만, 매일 같은 패턴을 지키는 것이 어려울 수 있으니 주말에는 약간의 자율성을 부여해 유연하게 행동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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