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여파로 개학이 4월 6일로 연기됐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7일 브리핑에서 “코로나19 확산 추세를 보고 개학관련 논의를 이어가겠다. 상황이 호전되면 더 앞당길 수 있지만, 최악의 경우 연기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다보니 매일 집에만 있어야 하는 아이들은 돌봄, 교육 등에 공백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이로운넷>이 개학이 연기된 이후 아이들과 부모의 일상을 들여다봤다.

개학연기 이후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저학년 등 어린이들은 긴급돌봄을 신청하거나, 부모와 집에서 하루종일 시간을 보낸다. 아이가 집에 있는 경우 놀거리가 한정적이어서 부모들은 ‘아이들이 지루해 하지 않을만한’ 놀이를 개발 중이다.

부모들은 온라인으로 이런 상황을 공유하기도 한다. 최근 소셜미디어(SNS)에는 아이들이 집에서 할 수 있는 놀이를 이미지로 공유하는 ‘아무 놀이 챌린지’가 인기다. 서울시 교육청 블로그에 소개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 종이컵을 이용한 전화만들기, 휴지심을 이용한 물감놀이 등 방식도 다양하다. 부모들은 오늘도 ‘아이와 어떤 놀이를 해야할지’를 생각한다.

서울시 교육청 블로그에 소개된 '아무놀이 챌린지'./ 이미지=서울시교육청 블로그 캡쳐

“오늘은 아이와 함께 비누방울 놀이를 했는데 이제 또 뭘 하죠?”

2세, 5세 두 아이를 양육하는 A씨는 코로나19로 유치원이 휴원하자 ‘집에서 아이와 놀아주는 방법’을 고민중이다. 얼마 전에는 집안 거실에 김장매트를 깔고 비누방울 놀이를 했다. A씨는 “아이들 교구를 판매하는 사이트에서 옥수수 전분으로 만들어진 인체에 무해한 비누방울 놀이세트를 구매해 놀았다”고 말했다.

집에서 5세 여아와 생활하고 있다는 B씨는 도넛만들기, 종이컵 전화 만들기, 빛을 이용한 무지개 놀이 등 다양한 놀거리를 시도 중이다. 그는 “아이는 계속해서 밖에 나가고 싶어 하지만, 집 근처에서 확진자가 대거 발생해 외출하기 무섭다. 얼른 이 상황이 끝났으면 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맞벌이 등의 이유로 긴급돌봄서비스를 제공받는 아이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4월 예정된 이사준비 때문에 6세 아이의 긴급돌봄서비스를 신청했다는 C씨는 정해진 시간인 오후 6시보다 3시간 일찍 아이를 데려온다. 많은 아이를 돌보느라 고생하는 선생님들께 미안해서다. C씨는 “긴급돌봄이 연령 통합 방식으로 이뤄지다 보니 같은 반에 또래가 3명 뿐이라 평소보다 흥미를 못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보다 SNS에서 아이와 놀아주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많아졌고, 집에서 할수 있는 교구 등의 가격도 올랐다"고 상황을 전했다.

유아 교육 콘텐츠 개발 기업 OhY LAB.(오와이랩.) 염지현 대표는 “미취학 어린이들의 집중력과 취향을 고려해 15분 이내에 끝낼 수 있는 놀이를 찾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그는 “아이들은 같은 놀이라도 재미와 흥미를 느끼면 여러번 반복하며 시간을 보내는 데 익숙한 편”이라며 아이와 놀수 있는 몇 가지를 소개했다.

염 대표는 “혹시 이번 기회에 한글이나 알파벳을 가르치려는 생각이라면, 부모의 목표를 줄이고, 아이의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워크북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면서 “또한 5세 이상 보드게임으로 가족들이 게임을 하거나, 직접 보드게임을 만들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추천한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SNS(인스타그램)에서 #아무놀이챌린지 #오늘의놀이 #홈스쿨 등을 검색해도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염지현 유아 교육 콘텐츠 개발 기업 OhY LAB. 대표가 아이들과 보드게임을 하는 모습./사진제공=염지현 대표

“재미있게 놀고나니 ‘세끼 식사’가 문제네요”

먹거리도 문제다. 영양을 고려해 아이들 입맛에 맞는 메뉴를 하루 세 번 요리해야 하는 부모들은 ‘아이들의 입맛을 만족시킬만한 메뉴’를 생각해야 한다. 아이들을 위한 메뉴가 한정적이고, 집밥에 실증을 느끼는 아이를 위해 밖에서나 먹을법한 음식의 재료를 배송시켜 집에서 요리하거나, 냉장고파먹기, 인스턴트 등을 활용해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도 있다.

B씨는 “평소에 요리하는 것을 좋아해 아보카도샐러드, 통닭구이, 꼬치요리 등 다양한 요리를 해 줬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아이와 매일 매 끼니를 해결해야 하다 보니 온라인으로 밀키트를 구매해 돈부리, 밀푀유나베 등 간단하면서도 밖에서 먹는 느낌이 나는 음식을 선택한다”면서 “매번 요리하기 어려울 때는 라면(인스턴트), 삶은어묵 등 간단한 요리등과 병행해 식사를 해결한다”고 말했다.

C씨는 “긴급돌봄을 신청한 유치원에서 점심을 거의 먹고 오지만, 못가는 날도 자주 있다보니 아이가 집밥을 물려한다”면서 “간식비 비중이 이전보다 더 커졌다”고 털어놨다.

아이들 영양성분을 고려한 요리방법이 궁금하다면 식품의약품안전처 홈페이지나 유튜브 채널, 부산시교육청 등을 참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메뉴를 영양성분을 고려한 건강한 방법으로 요리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놀이에는 한계가 있다보니 부모들은 "아이들이 TV나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이 길어졌다"며 걱정하기도 한다.

“학교(유치원)를 안가는 아이, 늦게자고 늦게 일어나요”

부모들이 가장 걱정하는 건 개학 연기로 인한 아이들의 생활패턴의 변화다. 유치원생, 초등학교 저학년 등 규칙적인 생활을 해왔던 아이들의 수면시간이 불규칙해졌다는 것이 부모들의 설명이다. C씨는 “아이가 집에서 TV나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이 늘었다”면서 “수면시간도 불규칙해져 밤 12시~새벽1시에 잘때도 있다”며 걱정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이가 스마트폰을 하는 것을 무조건 안좋게만 보지 말라는고 조언한다. 박한선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강사(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스마트폰은 현대 사회에서 중요한 도구가 됐다"면서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무작정 막기 보다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SNS 등을 통한 사교활동, 인터넷 검색 등 목적이 분명하고 합당하다면 제한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과도한 게임 사용이나 선정적인 동영상에 노출 등을 피하고, 그것들이 좋지 않은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라고 권고했다. 

아이와 함께 하루동안 스마트폰을 사용할 시간을 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아이와 정해진 시간에 책을 읽고, 가족과 소통하는 시간을 통해 스마트폰 사용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족이 함께 있을 때 스마트폰을 보지 않는다는 가족의 원칙을 갖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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