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가치가 화두다. 현 정부의 핵심 철학으로 사회적 가치가 선포되면서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에서도 공공성·사회적 가치가 중요해졌다. 많은 공공기관들이 사회적경제 조직과 협력하는 등 발걸음이 빨라졌다. 개별 공기업의 고유한 사업 가치가 여러 사회적 경제 분야와 만나 사회적 가치로 확대되는데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본지는 사회적경제와 동행에 나선 대표적인 공공기관을 만나, 기관이 추진하고 있는 사회적경제 활성화 지원사업을 살펴본다. |
한국우편사업진흥원(이하 진흥원)은 1930년에 설립돼 국민문화생활 및 우정사업발전에 기여하는 공공기관이다. 1986년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으로 농수산물 수입의 위기감이 높아지던 때, 농어촌 지역 경제 활성화 및 판로 개척을 위한 우체국 우편서비스의 일환으로 우체국쇼핑사업을 시작했다. 전국을 거미줄처럼 연결한 우체국망을 이용해 우리 특산물을 소비자와 직접 연결해준다.
그 정체성 덕에 우제국쇼핑몰실은 진흥원의 사회적가치 활동의 상당 부분을 맡는다. 2017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과 사회적경제 기업 지원을 위한 협약을 체결한 이후 본격적인 지원 사업을 이어왔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주최한 ‘제1회 공공기관 사회적가치 창출대회 및 사회적경제 친화도시 선정식’에서는 최우수 공공기관으로 뽑혔다.
최근에는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마스크 수급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2월, 서울 영등포구 본사에서 이호영 실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 진행했던 사회적 책임 실천을 위한 노력과 향후 계획을 들었다.
-정부가 ‘마스크 및 손소독제 긴급수급조정조치’를 시행하기 전부터도 마스크 수급을 위해 노력했다고 들었다.
품귀현상이 일어났을 때부터 안성에 있는 마스크 공급 업체에 직접 찾아갔다. 대외협력팀장도 오산·군포 등으로 업체 사장들을 만나러 갔다. 공공에서 안정적으로 수급하는 역할을 맡을 테니 함께 하자고 설득했다. 직접 뛰어다니며 공부한 덕에 마스크에 대해 정말 많이 알게 됐다.(웃음)
이렇게 미리 만들어 놓은 접점이 정부에서 조치를 시행하고 나서 무척 도움 됐다. 생산자 분들은 이런 일이 처음이라 어떤 공공채널로 어떻게 넘겨야 하는지 알기 어렵다. 그런데 이미 관계를 한 번 쌓아놓은 곳들이 우리를 찾은 덕에 일을 빨리 진행할 수 있었다. 우체국쇼핑 소속 MD(상품 기획자)들도 직접 공급업체들을 찾아갔다. 그 결과 이틀 만에 우리 통로로 100만개 이상 물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 초기에 우리가 확보한 물량 중 약 80만 개는 국민들에게 더 빨리 닿을 수 있도록 접근성이 높은 약국 쪽 채널로 넘겼다. 지금 우체국은 오프라인에서 판매 중이며, 물량공급 확대로 수급이 안정화되면 온라인에서도 판매할 예정이다.
-이번 정부 100대 국정과제 중 ‘사회적가치 실현을 선도하는 공공기관’이라는 항목이 있다. 사회적가치 실현을 목표로 내건 다른 공공기관과 비교했을 때, 진흥원에서 추구하는 ‘사회적가치’의 핵심이 궁금하다.
‘소통’이다. 수행중인 업무 범위 내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고자 생산자·소비자와 소통하고, 이를 통해 이해와 공감을 바탕으로 신뢰도 높은 온라인 유통채널로 거듭나 소통중심의 전자상거래 문화 확산을 도모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사회적경제기업이 국민과 소통할 수 있도록 우선해 노력한다.
-2018년부터 진흥원 아래 우체국 전자상거래 지원센터를 두고 전자상거래에 취약한 농어민을 돕기 시작했다. 지원 방법은 뭔가.
우체국전자상거래 지원센터 구축 계기와도 연관성이 있는 질문이다. 중소·영세 농어민들은 온라인 판매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지만, 상품 상세 페이지 제작이 어려워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온라인 콘텐츠 제작 사업을 시작했다. 단순한 콘텐츠 제작에만 머무르는 게 아니라 상품 등록 후 다양한 판촉 활동도 한다. 이는 실질적 매출 상승으로 이어진다. 해마다 지원 대상이 늘어나며, 차별 없이 순차적으로 지원한다. 센터는 대전에 있다.
-구체적으로 사회적경제기업을 지원한 방법이 궁금하다.
우체국쇼핑은 35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해 사회적경제 기업 상품들을 소개하고 구매를 유도하는데 적합하다. 사회적경제 기업은 바로바로 고객 수요를 파악하고 상품성을 개선에 반영할 수 있다.
또한, 우체국쇼핑실은 재작년부터 우체국 전자상거래 지원센터를 운영하면서 지금까지 226개 사회적경제기업의 1,652개 상품을 대상으로 콘텐츠 제작을 무료 지원했다. 민간 유료서비스 기준 약 억원 규모의 무상지원이다. 총 제작 지원한 상세페이지 중 1차 식품은 36%(593개), 가공식품은 64%(1,055개), 공산품은 0.4%(4개) 정도다.
우체국쇼핑에서 주로 취급하는 품목의 대부분이 농수축산물(1차 식품)과 가공식품 등이다. 1차 식품에 부가가치를 더한 가공식품 제작 비중을 확대해 고부가가치 상품에 대한 지원을 늘려나가고 있고, 공산품에 대한 상세페이지 제작 지원도 점차 증가하리라 기대한다.
-사회적경제기업 지원 외에도 진행하는 사회가치 활동이 있는가.
외부 쇼핑몰과 제휴해 산지폐기에 처한 농산물을 팔아 지역농가 안정화를 도모했다. 상품기획, 정보 제작 등 서비스를 지원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예를 들어 재작년 여름 폭염으로 화천군 애호박 가격이 폭락했을 때 3일 만에 약 1만5천 박스(약 120톤)을 팔았다. 작년 1월 해남배추의 가격이 떨어졌을 때도 우리가 나서 7일 만에 1만3700박스(약 136톤)가 팔렸다.
기관 차원에서는 매년 대학 입학생중 선별하여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다양한 사회적가치 실현, 사회공헌 활동을 한다. 각각의 사업부문별로도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한다. 우체국콜센터는 지역독거노인 대상 안부전화로 안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활동한다. 우정문화사업은 도서지역 벽화지원, 드림투어 등 소외지역 지원활동과 다문화가족 및 노인 등 취약계층 편지쓰기 문화사업 등을 진행한다.
-사회적가치를 확산하기 위한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전국 지자체와 협업체제를 구축하고자 한다. 국내에서는 사회적경제 관련부처가 4개로 나뉘어 통합된 효율적 지원이 어렵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는 다양한 경제주체를 함께 활성화해야한다. 우체국쇼핑은 일명 ‘우체국쇼핑형 사회적가치 창출 모델’을 꾀한다. 각 지역 사회적경제 생산품을 우체국쇼핑을 통해 유통하는 체제다. 충청·전라·경북·강원 등 지자체와 협업 중이며 타 도청과도 협의하고 있다. 조만간 전국 도 단위 지자체가 모두 참여하는 협업 플랫폼 구성을 기대한다.
채널 다양화로 국내외 판로도 확대한다. 우체국쇼핑뿐 아니라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등으로 온라인 판로를 확대할 계획이다. 우체국쇼핑에 입점하는 상품은 자동으로 타 판매채널에서도 연결되도록 시스템을 연동한다. 또한, 오프라인으로는 전국 3,700여 우체국 창구에 상품을 비치해 고객이 직접 제품을 보고 살 기회를 제공한다. 서울시, 코트라 등과 손잡아 우수상품을 해외로 진출시킬 계획도 있다. 해외 전시장에서 해외 바이어와의 매칭행사를 올 하반기에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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