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코로나19 대응 후속 지원 방안’에 따라 23일로 연기된 국내 유·초·중등학교 신학기 개학일이 약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정부는 그동안 맞벌이 부부를 위한 긴급돌봄휴가제도, 온라인학습 통합지원 플랫폼 개통, 학내 긴급돌봄 서비스 지원 등 구체적인 해결책들을 실행해왔다.
각종 조치를 내놓는 동시에 적용하고 있지만, 축소·취소가 불가피한 교육 프로그램, 돌봄 사각지대 등 해결되지 않는 문제도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하고 집단감염이 우려되는 탓에 돌봄 관련 사회적경제기업들도 덩달아 사업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사회적경제 영역의 새로운 고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등장했다.
뒤엉킨 학사일정...수업 차질 불가피
교육부는 학교는 3월 3주간의 휴업을 실시함에 따라 여름·겨울방학을 우선 조정해 수업일수를 확보하고, 이후 추가 휴업이 발생하는 경우 법정 수업일수를 10%(유치원 18일, 초중고 19일) 범위에서 감축한다고 밝혔다.
법적 수업일수는 조정할 수 있어 문제없지만, 정해진 양의 교과 내용을 전달하는 교사들은 여전히 머리가 아프다. 임시방편으로 교육부가 16일부터 온라인 학급방을 운영하지만(11~13일 시범운영), 학생들과 직접 눈을 마주치는 수업보다는 효율성이 떨어진다.
서울 소재 초등학교 교사 A씨는 "아이들에게 교과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쉽고 재미있는 방식을 연구하는데, 만약 수업일수가 감축된다면 진도 나가기가 급해져 그런 수업을 진행할 여유가 사라진다"고 전했다.
경기도 소재 초등학교 교사 B씨는 “1학기에 예정된 체험학습이 없어지고, 여러 명이 모여 협력해야 하는 프로그램 일정도 미뤄져 학사일정을 다시 짜야 한다”며 “여름방학은 3일로 줄어 방학에 진행하는 학교 프로그램도 못한다”고 말했다.
긴급 조치에도 바닥 드러난 돌봄 현실
수업 진도는 추후에 따라잡을 수 있더라도, 아이돌봄은 눈앞 문제다. 돌봄 공백이 확산되자 정부는 사업자와 근로자 모두에게 가족돌봄휴가 활용을 권장했다. 가족돌봄휴가는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른 것으로, 긴급하게 가족 돌봄을 해야 하는 노동자가 연간 최장 10일의 무급 휴가를 일단위로 나누어 쓸 수 있는 제도다. 연차와는 다른 휴가제도다.
참여 유도를 위해 만 8세 이하 자녀를 둔 근로자가 휴가를 쓸 경우 노동자 1인당 하루 5만원씩 최장 5일 동안(한부모가정은 최대 10일) 지원한다. 정부 예비비 213억원이 투입돼, 고용노동부는 약 9만 가구가 혜택을 볼 것으로 예측했다.
현장의 반응은 다르다. 4세 자녀를 키우며 맞벌이를 하고 있는 C씨는 휴가 제도를 알고 있지만 활용할 계획은 없다. 자녀가 다니는 국공립유치원이 민간유치원보다 긴급 돌봄을 잘 해준다는 게 가장 큰 이유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A씨는 "현실적으로 사용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봤다"며 "절차도 복잡하고 내야할 서류도 많을 것 같아 제도를 활용할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2세 자녀를 둔 D씨는 가족돌봄휴가를 쓰지 않았다. 가족돌봄제도를 사용할 수 있는 기준에는 해당되지만, 직원 총 5명이 근무하는 회사를 생각하면 선뜻 휴가를 사용하겠다고 말하기 힘들다. 영세한 회사에서는 1~2명만 갑자기 휴가를 내도 업무 처리가 불가능하다. B씨는 "직원 전부 어린 자녀가 있지만 아무도 제도를 활용하지 않았다"며 "업무를 대신 해줄 사람이 없고, 누구는 쉬고 누구는 쉬지 않으면 불만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루 5만원 지원이 중요한 게 아니라, 회사가 업무 공백으로 손실을 보는 게 문제"라고도 덧붙였다.
교육부는 가족돌봄휴가제도 사용도 어려운 가정의 아이를 대상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학교 내 긴급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3차 수요조사까지 진행한 결과, 전국의 유치원 및 초등학교에서 유아 8만2701명, 초등학생6만490명, 특수학교 학생 1,315명으로 총 14만4,506명이 긴급돌봄을 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조사를 할 때마다 수요는 점점 늘고, 돌봄 경험이 없는 교사들이 많아 인력 배치가 어려우며, 저녁식사 해결도 힘든 실정이다.
돌봄 사회적경제기업 덩달아 '올스탑'...새로운 방법 찾아야
집단생활에 의한 집단감염 우려 때문에 긴급돌봄 서비스를 일부러 신청하지 않는 가정도 있다. 7살 아이를 둔 E씨는 “아이가 긴급돌봄 서비스를 받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될까 두렵다”고 전했다.
돌봄 담당 사회적경제기업도 개학연기와 함께 서비스가 덩달아 중단됐다. 방과후학교와 마을학교를 운영하는 행복한학교희망교육협동조합(행희협)은 사업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고태훈 이사장은 “마을학교의 경우 원래대로라면 늦어도 다음주에 시작돼야 하는데, 코로나19 여파로 수업 시작을 4월 중순 이후로 미뤄놓은 상태”라며 “주로 주부인 마을강사 역시 타격이 상당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행희협은 사태가 길어지자 돌봄공백을 호소하는 직원에게 일주일에 하루씩 휴가를 부여하고 있다.
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도 어린이집은 물론이고 아동심리발달지원센터까지 휴원에 들어갔다. 최은경 조직팀장은 “아동심리발달지원센터의 휴원으로 임대료 등 고정비용 문제가 발생했다”며 “이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국책연구기관 육아정책연구소 박창현 부연구위원은 사회적경제계의 새로운 고민이 필요할 때라고 제언했다. 그는 “지금과 같은 긴급상황에는 장애 영유아·저소득층 영유아·한부모 가정 등이 더욱 열악한 환경에 놓이기 마련”이라며 “사회적경제계는 공공영역에서도 완전히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을 찾아 풀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경제나 마을공동체가 활성화된다면 해결 가능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종한 한국커뮤니티케어 보건의료협회 상임대표(인하대 의과대학 교수)도 ‘통합돌봄’ 서비스 확립을 통해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임 상임대표는 “사회적경제기업이 모여 취약계층에 돌봄·복지·의료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통합돌봄’ 서비스를 마련하면 이 같은 상황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각 지자체가 통합돌봄 네트워크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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