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메이드편
"한 땀 한 땀으로 사랑을 만들어요."
12월이 시작되었습니다. 연말이 다가오니 새삼 오 헨리의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는 단편소설이 생각납니다. 연인이나 소중한 가족을 위해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 선물 하나쯤은 준비하고 싶은 시기일 것입니다.
항상 이맘때엔 뜨개질을 하고 싶어집니다. 겨울철 지하철을 타면 간간히 뜨개질을 하는 사람들을 보게 됩니다.?누구를 위해 정성껏 뜨개질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집니다. 어릴 적 사촌언니가 뜨개질로 만들어준 목도리가 새삼 생각나는 계절입니다.
정성껏 손으로 한 땀 한 땀 만든 선물을 손으로 만졌을 때 그 감촉에 나도 모르게 가슴이 따뜻해지던 기억이 잊혀지질 않습니다. 지금도 누군가 직접 뜬 목도리와 니트를 보고 있노라면 가슴 한 구석이 옛 추억으로 따스해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2년 전 직장을 그만두고 시간이 많이 남으니 뭘 해야 될지 몰라 이것저것을 해봤습니다. 그 중 하나가 퀼트였습니다. 호기심에서 시작해보긴 했지만, 지금껏 공부만 하면서 학창시절을 보내왔기에 바느질은 어쩐지 구닥다리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한 땀 한 땀 바느질하는 일이 상당히 즐거워지기 시작하더군요.
지난해 여름,?불쾌지수가 높은 날씨 탓인지 무슨 일 때문에?화가 치밀어?마음을 억누르기 어려운 날이 있었습니다. 그때 퀼트 책자와 헝겊, 바늘을 들고 가방 하나를 밤새 만들었습니다. 정말 기나긴 밤이 순식간에 가버리더군요. 땀이 온 몸을 적시는 데도 앉아서 밤새 바느질을 하고 또 하고 그렇게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습니다. 바느질을 한 땀 한 땀 하면서 마음속에 있던 분노, 슬픔 등이 하나씩 하나씩 사그라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느새 손에 쥐어진 완성된 가방 하나를 보니 감정이 누그러지면서 뿌듯함이 한껏 밀려왔습니다.
그래서 옛 여인들이 기나긴 밤 바느질을 하면서 서러움이나 그리움 등을 삭히곤 했나 봅니다.
핸드메이드의 매력에 빠진 이후론 퀼트뿐만 아니라 도자기 공예, 원석 공예 등도 하나하나 배웠습니다. 흙을 만지며 컵이나 화병, 그릇 등을 직접 만들어보고 작은 돌이나 구슬을 꿰어 팔찌 목걸이를 만들었습니다.??앞으로는 목공예를 배워 직접 가구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하나하나 직접 물건을 만드는 과정은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보람도 큽니다. 퀼트로 정성껏 직접 만든 지갑과 흙으로 빚은 컵, 직접 만든 목걸이와 팔찌 등을 가까운 분들에게 선물했더니 너무 좋아하던 모습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루이스 부르주아라는 프랑스 출신 미국 여성 화가는 가족사로 인한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는데 노년에 바느질을 택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파괴된 것을 이어주고 손상된 것을 치유하는 바늘의 관용을 매우 좋아한다."
실제로 바느질 등 세밀하면서도 반복되는 육체노동에는 상념에서 멀어지게 하는 매력이 있습니다. 마음이 차분해지기 때문에 명상 효과를 누릴 수 있어 임신했을 때 십자수나 바느질이 태교에 좋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도예는 흙이라는 부드러운 속성이 모성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심리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도예심리치료라는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시간상 모든 것을 직접 만들 수는 없기에 남들이 만들어 놓은 물건을 쇼핑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젠 가급적 핸드메이드를 사려고 합니다. 핸드메이드로 물건을 만들어봤기에, 공장에서 만든 물건에 비해 사람의 손으로 만든 물건은 부드럽고 정성스럽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가끔 네팔 인도 등 제3세계 국가에서 직접 베틀에 옷을 짜고 뜨개질을 해서 만든 공정무역 스카프나 의류를 사는데, 그 때 핸드메이드의 느낌은 남다릅니다. 이젠 우리나라 제품 가운데 직접 한 땀 한 땀 베틀에서 실을 짜서 만든 옷을 찾아보기 어려운 탓입니다.
1960년대만 해도 시집갈 때 친정 엄마가 직접 옷과 이불을 지어 보냈다는데, 지금은 어느 누구도 직접 옷을 만드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공장에서 나온 예쁜 옷보다도, 핸드메이드로 만든 옷이나 패션소품을 훨씬 아끼게 됩니다.
이제 연말이 다가옵니다. 올 크리스마스에는 직접 만든 핸드메이드 목도리나 소품 등을 준비해보면 어떨까요? 만드는 이도 행복하고, 받는 사람도 행복한 연말이 되지 않을까요?
(*편집자주 : 이 칼럼은 매주 월요일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