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거친 바람 속에 ▲대형마트의 마스크 품절 ▲1회용 마스크 온라인 가격 폭등▲약국 앞 마스크 5부제 구입을 위한 줄서기 등의 기사와 풍경을 바로 눈앞에서 직접 목격하는 요즘이다. 무엇이 이렇게 마스크 사재기의 광풍을 자극하며 휘몰아치게 하는 것일까?

다른 한 편에서는 이와는 다르게 ▲의료진 ▲노인 ▲장애인 ▲요양원을 비롯한 돌봄 종사자를 위해 필요한 사람이 먼저라며 4주간의 공개 약속을 내걸고 양보 운동을 펼치고 있다.

바로 이 때 경기도 고양시의 투비 협동조합(TOBE COOP) 구성원들이 백석역 인근에 위치한 미루가죽공방에서 1회용 마스크를 대신할 친환경 린넨 마스크를 제작하고 있다고 해서 기자가 조합원과 이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경청하러 나섰다. 이 자리에는 최미규(대표), 조원실(이사), 김미나(이사) 투비 협동조합(TOBE COOP) 구성원들과 보다 착용감이 편한 맞춤형 마스크를 구매하러 나온 두 명의 안정순, 허지윤 소비자가 함께 했다.

Q. 마스크 제작의 계기가 있나?

조원실 : 투비 협동조합(TOBE COOP)은 다양한 수공예 작가들의 문화와 경제 공동체를 위한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모색하는 플랫폼 이다. 이번 린넨 마스크 제작은 연일 보도되는  마스크 전쟁에 대한 사회적 필요에 의해서 조합원들이 삼삼오오 각자의 공방과 현장들을 제쳐두고 모이며 시작됐다.

최미규 : 마치 전쟁 상태와 같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현실의 모습에서 생명에 대한 절박한 위기감이 각자의 공방을 넘어서 메이커로서의 본성을 깨웠는지도 모르겠다.

허지윤 : 가족들을 위해 착용감이 편안한 마스크를 구입하러 나왔다. 오늘 마침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아침 8시 30분부터 마스크 5부제에 맞춰 공적 마스크를 구매하러 나갔다. 친정어머니 댁은 동네에서 외진 곳이라 어머니를 모시고 시내를 돌아다니며 마스크를 10시 30분이 되서야 마지막 남은 KF94 마스크를 살 수 있었다. 마치 고귀한 생명 하나를 전해 받은 느낌이었다. 어머니께서 "마스크 구매하려다 오히려 코로나에 걸리겠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내게도 참 낯설고 씁쓸한 풍경이다. 불필요한 마스크의 남용을 근절하고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부족하지 않게 전해지길 바란다.

투비쿱 친환경 린넨 마스크 제작 모습./ⓒ이로운넷

Q. 일회용 마스크와 빨아 쓸 수 있는 면 마스크 착용에 대해 갑론을박 논란이 있다.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의 생각은 어떤가?

안정순 : 길가에 한 번 쓰고 버려진 일회용 마스크들이 천지다. 버릴 때 오히려 공기 중으로 전염되지 않게 주의해서 버려야 하는데, 아무렇게나 바닥에 나뒹구는 것을 자주 목격한다. 이에 대한 관리 혹은 교육이 필요하지 않을까? 일회용 마스크가 오남용 되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넘어 결코 지나쳐서는 안될 미세한 안전에 대한 배려 의식의 부재로 더 불안하다.

조원실 :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장애인과 독거노인들은 사러갈 여력도 없고, 가족들에게 조차 무방비 상태로 방치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사회복지사들도 전염 확산을 예방하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방문이 뜸해지거나, 기관들의 휴관이 길어지고 있다. 이들을 위해 방문형 마스크 전달이 꼭 필요하다.

최미규 : 일회용 마스크 폐기에 대한 염려에서 린넨 마스크를 고민하며 제작하게 됐다. 또 마스크는 왜 흰색만 유통되지? ▲색다른 디자인 ▲편이성 ▲통풍성 ▲피부 민감성 ▲환경 ▲안전 등을 다양하게 고려 할 순 없을까?를 고민하며 일상에서 벌어지기 쉬운 문제들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작과정에서 벌어지는 다양성을 수용하고 그야말로 맞춤형으로 하나하나 수정하며 제작하는 공정과정을 거쳤다.

김미나 : 마스크 제작 과정 중에 교체형 필터 품귀 현상도 출현했고 지금은 필터가 처음보다 7배가량 상승했다. 가격의 마진을 고려해 비싼 필터를 구입하는 대신 양질의 린넨 마스크 가격을 낮춰 소비자들에게 유통하고 있다. 더불어 면역력 향상을 위해 항균 아로마 스프레이를 직접 제작해 마스크에 뿌려 사용하도록 했다. 항균 아로마 스프레이 역시 손소독제의 오남용으로 알러지가 생기거나 피부가 건조해진다는 소비자들의 이야기를 반영해 이윤이 적음에도 소비자와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애썼다.

허지윤 : 신문이나 뉴스를 통해 마스크 이야기를 들으면 이젠 피곤하다. 바이러스 예방은 저만치 물러나고 마스크에만 혈안이 되있는 것 같아 소리만 들어도 불편하다. 의료진을 비롯한 전문가들이 마스크 사용에 대한 올바른 정보들을 시민들이 혼란스럽지 않게 제시해 주었으면 좋겠다.

투비쿱의 수제 린넨 마스브./사진 제공=투비쿱

Q. 여러 가지 다양한 상황의 연출로 쉽지 않은 과정이 피부로 체감된다. 이번 린넨 마스크 제작 과정을 통해 얻은 바가 있다면 무엇일까?

최미규 : 제작자는 다양한 상황 속에서도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냉정한 평가를 받아들여야 한다. 필터 가격이 계속 오르고 품절되는 예상치 못한 변수의 과정 속에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납품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한다. 중간 중간 이익에 대한 내적 갈등은 있었으나 벌어지는 모든 과정들을 투명하게 소비자들에게 공개하고 가치 있는 소비에 대한 강요나 책임 지우기가 아닌 질문을 통한 자유로운 구매 선택이 이루어지도록 독려했다. 힘들었지만 제작 과정을 통해 소비자 한 분 한 분들과 직접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마스크의 모양을 감각 있게 잡으려고 천의 손실양을 알면서도 사선 제단을 시도했고 마스크 안쪽을 아동용 옷을 만드는 양질의 원단으로 접촉이 많은 피부에 부담이 가지 않게 신경 썼다. 불편하다는 소비자들의 피드백이 들어오면 불편사항을 듣고 재빠르게 수정하는 과정을 거치며 고객 맞춤형으로 제작하려고 했다. 마스크 고무줄도 빨아 쓰며 고무줄이 늘어질 것을 감안하여 단가가 높아짐에도 실리콘 재질 끈 조절기를 부착하였다.

사회적경제를 착한 소비라고 의미에만 많은 뜻을 부여하면 자칫 작업 환경이 느슨해지기 쉽다. 안심하고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는 상품을 제작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애쓰며 한 번 더 소비자 눈높이에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Q.(기자가 불쑥 끼어들며) 그래도 마진이 남아야하지 않나?

조원실 : 때가 때인 만큼 사람이 먼저다. 제품을 믿고 구매해주는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그 마음을 헤아린다면 그 공정 과정이 무엇보다 소중하다. 순간순간 물어가며 소비자들의 욕구를 반영하고 제작과정을 수정해 가는 작업이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구매해가는 소비자들의 반응을 보면 결과만 지향하지 않길 잘했다는 생각을 백번도 더한다.

※ 그러면서 수제 린넨 마스크를 구입한 소비자들의 편지 일부를 공개한다.

"수제 린넨 마스크가 도착했습니다. 코로나19 마스크 대란으로 우리가 불안에 떨고 있을 때 수공예 작가님들도 모여서 작업하시며 불안을 떨치며 만드셨을 텐데…수제 마스크를 받아보니 사랑받는 느낌입니다. 실용적이고 고급스럽습니다. 감사합니다!!! 식구 수대로 1개씩 나누겠습니다."

조원실 :  수시로▲환경 ▲경제 ▲사람을 함께 고민하며 필요할 때 지역에서 다른 일들도 수공예가들과 함께 지역에서 하나 둘 펼치려고 한다.

최미규 : 투비 협동조합(TOBE COOP)은 지역사회와 소통하며 지속가능한 사회적 책무를 고민하며 마을 안 수공예가들의 플랫폼으로 나와 그 무게를 현장에서 신나게 그리고 함께 풀어보고자 한다. 경험치를 다양하게 갖고 있는 다중의 마을 안 수공예 작가들이 생산자와 소비자의 상호 간 입장에서 서보며 상생을 고민하고 코로나19의 위험 속에서도 만나 한 땀 한 땀 제작하는 과정을 통해 연대하는 우리를 발견하며 끈끈해진 것이 가장 큰 선물이다.

고양시 미루가죽공방에 모여든 협동조합 구성원들과 소비자./ⓒ이로운넷

Q. 사회적경제를 운영하는 분들께 응원의 메시지를 부탁한다.

모   두 : (마치 입을 맞춘 듯 한 목소리를 내어) 힘내라! 협동조합 힘내라! 사회적경제 힘내라! 대한민국

허지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는희망을 잃지 마시길 바란다.

조원실 : 어려움 가운데서 일어선 민족의 저력이 있다. 이 또한 극복해나 갈 것이다. 희망을 포기하지 마시라.

지금 같은 불안의 때에 생산자와 소비자 상호 간의 입장에 서서 공감하며 함께 상생을 고민하며 연대하는 우리를 선물로 받았다는 이야기에 위기의 순간에도 움트는 희망의 새순을 발견한다. 기자도 지난 1월 창립한 투비 협동조합(TOBE COOP)의 첫 걸음을 함께 응원한다. 일어나라, 사회적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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