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코로나19로 말 그대로 난리입니다. 곳곳에서 아파하는 이들이 있고, 또 그들을 돌보기 위해 필사적인 이들, 예방하고 조심하는 다수의 시민들, 코로나19 자체도 두렵지만 경기 위축이 두려운 이들, 또 일각에서는 이 상황에도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모양은 제각각이어도 분명한 것은 전반적인 경제와 사회가 바뀌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현상적으로도 대부분의 항공편이 얼어붙었고, 유가가 대폭락을 예고하고, 이에 반응하듯 뉴욕 증시가 수십년만에 중단되었습니다. 2020년 이 시대에 놀랍게도 마스크, 손소독제 등이 동이 나고 미국에서는 화장지 사재기가 성화라고 합니다. 연일 정부들은 고강도 대책을 발표하지만 여전히 그럴듯한 반전을 완전히 경험하고 있는 사회는 아직 없습니다.
코로나19는 결국 언젠가 종식이 됩니다. 다시 항공기는 뜨고 증시도 좀 더 상승하고 마스크를 구하기가 편해질 것 입니다. 그러나 그 의미의 무게는 일시적이지 않겠다고 추정해봅니다. 모든 문제가 관리 가능하고 뛰어난 역량 아래 해결되리라는 장밋빛이 많이 희석되었습니다. 이제는 과거의 낙관적인 관리주의의 실현 가능성에 모두가 동의하지는 않을 것 입니다. 사람들의 위생 관념은 좀 더 보수적인 습관으로 정착되고, 백신과 관련된 투자가 늘어나리라 예상 가능합니다. 영화, 식음료, 공연 등 다양한 산업이 재편되며 온라인을 통한 교육과 업무가 늘어납니다. 갑작스레 도입된 원격의료나 논의가 진지해진 기본 소득이 새로운 궤도에서 실험될 것입니다.
말하자면 코로나19는 그 자체가 사회적 특이점(social singularity)의 도래를 가속하고 상징하는 사건입니다. 이런 변화는 특히 사회의 제도와 시민들의 생활 방식을 비가역적으로 바꾸어 놓습니다. 이런 경험을 함께 하고 있는 사회적 경제는 어떻게 미래를 맞이하고 또 변화해갈까요? 크게 세가지로 나누어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먼저 전염병 자체에 대한 이슈가 중요한 아젠다의 하나로 다루어 질 것입니다. 사실 그간 전염병에 대한 경고는 자주 있었습니다. 3년전에 빌게이츠가 전염병을 가장 큰 위협으로 설명하기도 했고, 최근의 기후변화로 바이러스 확산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연구도 여럿 있었습니다. 세계화와 교통이 발전하면서 확산이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도 그렇고 말입니다. 사회적 경제는 이 문제를 이제 주요한 해결 대상, 고려 대상으로 삼을 것입니다. 그간 사실 논의의 테이블에 제대로 올라온 적이 없는 이슈가 이제 주요 이슈가 된다는 말입니다. 그렇게 되면 이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솔루션이 등장하기 시작하리라 예상됩니다. 예를 들어서 혈액 진단을 통해 말라리아나 HIV 검진을 하는 스마트 기기를 만드는 소셜벤처 노을은 이런 전염병 관련 진단과 정보 등의 대응 방안을 고민할 것입니다. 임팩트 투자자들은 백신과 관련된 투자를 늘릴 것이고 더 많은 기술들이 시도되리라 생각합니다.
또 더 넓게 보면 재난 자체에 대한 논의가 현실화 될 것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재난에 대한 상대적인 안전지대에 있었기 때문에 이를 주요한 아젠다로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전염병은 물론 다양한 재난재해가 늘어나는 시대에 다양한 조직간의 협업과 체계적 대응이 요구받고 있습니다. 협업은 사회적 경제의 중요한 도구이자 가치입니다. 실제로 이번 코로나19로 피해가 누적되는 곳들이 나오자 사회적 경제 내부에서 임대료 할인, 계약금의 선급지원, 긴급대출 등의 협력적이고 자주적인 대책이 실행되기 시작했습니다. 유치원의 휴원이 지속되자 부모들을 위해 돌봄을 하는 소셜벤처들이 할인을 진행하기도 했죠. 지역의 방역과 후원금의 모집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기관들도 있었습니다. 이런 협력적 대응체계가 일시적이지 않고 하나의 구조를 꾸려가기를 기대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상황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사람들에 대한 대응이 고려될 것입니다. 이번 코로나19에도 노인, 장애인이 특히 어려움을 많이 겪었습니다. 꼭 질병에 의한 직접 피해가 아니어도 매출이 급감한 소상공인, 갑작스런 보육 부담이 증가된 가족 등이 겪는 어려움이 큰 여파로 확산되지 않도록 지원하고 문제해결 솔루션을 제시하는 조직들이 늘어나리라 생각합니다.
이런 재난을 안 겪을 수 있다면 가장 좋습니다. 그러나 사회에서 전혀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기대는 오히려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한국의 상황을 보자면 극복의 국면을 맞이하는 이때 우리는 한 번 더 나아가 그 이후를 대비하고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사회가 바뀌면 그 사회에서 활동하는 조직들도 바뀝니다. 그리고 다시 그 조직들이 사회를 발전시킵니다.
페스트가 유럽에 큰 상처를 남긴 뒤 우리는 ‘God bless you(하나님의 축복이 있기를)’라는 인사를 합니다. 이 상황은 불가항력적인 면이 있고 우리 모두에게 아픈 일입니다. 그러나 이 시기가 지난 뒤 우리가 어떻게 변화되는지는 지금부터 우리에게 주어진 새로운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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