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운명]"그 맛이 독인줄은…"
[너는 내운명]"그 맛이 독인줄은…"
  • 정영화
  • 승인 2012.11.19 1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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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rt style="green"] 법정 스님의 <오두막 편지>를 보면 아메리카 인디언인 체로키족의 추장 ‘구르는 천둥’의 얘기가 나옵니다. “대지는 지금 병들어 있다. 인간들이 대지를 너무도 잘못 대했기 때문이다. 머지않아 많은 문제가 일어날 것이다…머지않아 자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한 시도로 크게 몸을 뒤흔들 것이다.” “지구는 살아있는 하나의 생명체다…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지구에 상처를 주는 것은 곧 자기 자신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며 자기 자신에게 상처를 가하는 것은 곧 지구에게 상처를 가하는 일이라는 것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지구와 나의 문제를 별개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구를 함부로 다루고도 내게는 아무 일이 없기를 바라는 무책임한 ‘낙관주의’에 빠져있었습니다. 하지만 둔감한 우리들도 이젠 지구에게 일어나는 일들이 우리의 삶에 직접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서서히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더 늦기 전에 지구와 내가 하나의 공동 운명체임을 자각해야 할 때입니다. [/alert]

먹거리편

"아이와 그만 싸우고 싶어요."

아이들 오후 간식거리를 사러 유명 프랜차이즈 빵집에 들어갔습니다. 여러 개의 빵을 놓고 고르다가 오늘 따라 봉지 안에 든 치즈머핀이 먹고 싶었습니다. 계산을 하고 나와 무심코 봉지를 보니 원재료가 눈에 띄었습니다.

슈퍼마켓에서 파는 빵과 달리 유명 프랜차이즈 빵은 어쩐지 더 좋은 재료를 넣어서 만들었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모양도 예쁘고 어딘지 고급스럽습니다. 하지만 원재료를 보니 아뿔사!  합성착향료를 비롯해 합성착색료가 들어가 있었습니다.  지금 먹는 이 빵맛이 천연의 향이 아니고 인공적인 향이고, 빵의 색도 자연적인 색이 아니라 노란색을 인위적으로 입혔다는 이야기입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그래도 어찌할 수 없어 아이들에게 간식으로 주었습니다. 첫째 아이는 비교적 화학첨가물에 덜 민감한 편인데, 둘째 아이는 약간 아토피가 있어서 화학첨가물이 들어가 있는 간식을 많이 먹이면 부작용이 늘 나타납니다. 얼굴에 오돌토돌 좁쌀 같은 뾰루지가 올라오고, 기침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photo, ⓒ from Flickr> bikpapa
원래 감기에 걸릴 참이었는지 모르지만, 그날 저녁부터 기침을 하기 시작합니다. 어쩐지 아이에게 미안해지고, 괜실히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왜 믿고 먹어야 하는 음식에 화학첨가물을 넣어서 이런 부작용을 겪어야 하나 속이 상합니다.

아이들과 나들이를 가서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 들러서 먹을거리를 사줄 땐 한참동안 전쟁이 벌어집니다. 아이들이 먹고 싶어 하는 음식들은 대부분 화학첨가물이 많이 들어간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몸에 좋은 것만 먹이고 싶은 엄마 마음과 달리 아이들은 그야말로 달고 맛있는 것만 찾습니다.

음료수 하나를 사려고 해도, 합성착향료가 안 들어간 음료수를 찾기가 어렵고 특정한 맛이 나는 가공우유에도 역시 합성착향료와 합성착색료가 거의 다 들어가 있습니다. 과자나 사탕도 꼼꼼히 살펴보면 화학첨가물이 많이 있습니다. 심지어는 유기농 밀로 만들었다는 빵이나 과자에도 화학첨가물이 들어가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올해 출판된 <대한민국 동네 빵집의 비밀>를 보면 식빵을 만드는데 대략 열 가지나 되는 식품첨가물이, 그것도 샴푸 등에 쓰이는 계면활성제가 들어간다고 이야기합니다. 원래 빵을 제대로 만들려면 1~3차 발효를 거쳐야 하는데, 프랜차이즈 점포에 대량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많은 식빵을 만들어야 해 식품첨가물로 강제 발효시킨다는 것입니다.

옥수수차, 헛개나무차 등 차는 물론이고 술에조차 화학첨가물이 들어가 있는 세상입니다. 언제부터인가 막걸리의 원재료를 살펴보니 아스파탐이라고 하는 화학감미료가 거의 다 들어가 있었습니다. 막걸리에서 느껴지는 살짝 단 맛이 천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첨가물에서 나온 것입니다.  ‘세상에 술마저도 …’

우리가 밖에서 사 먹는 음식들, 특히 인스턴트 음식에는 MSG(인공조미료)가 거의 다 들어가 있습니다. 세상 어디에도 순수한 원재료의 맛을 살린 음식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무심코 집어든 음식과 무심코 방문한 식당의 음식에서 화학첨가물을 매일 만나고 있습니다.

음식을 맛있게 보이려고 넣은 이 다양한 첨가물은 우리 몸에 들어왔을 때 구석구석 쌓이며 알 수 없는 알레르기를 유발하거나 ADHD(과잉행동장애)를 악화시키고 면역력을 떨어뜨려 질병이 왔을 때 회복을 더디게 하는 등 많이 부작용을 유발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미국 환경운동가인 낸시 드빌이 쓴 『슈퍼마켓이 우리를 죽인다』라는 책을 보면 화학첨가물이 많이 들어있는 가공식품을 섭취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기분을 좋게 만드는' 신경전달물질의 부족을 느끼는데 이것은 히스테리적인 허기를 느껴 유해한 물질들을 섭취하게 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은 집중력 결핍장애, 불면증, 우울증, 자살충동, 공황장애, 불안감, 식욕감퇴, 다식증, 성욕감퇴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고 적고 있습니다.

이 책에 인용된 저명 신경외과 의사인 러셀 블레이록은 『엑시톡신 Excitoxins』이란 자신의 저서에서 500건의 과학 조사결과 MSG와 화학감미료인 아스파탐은 심각한 신경계 손상을 불러온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태아상태에서 생후 몇 년까지 MSG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뇌의 발전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자폐증, 학습장애, 과잉행동이나 정신분열증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 외에도 수많은 연구에서 이런 화학첨가물이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화학첨가물에 대한 위험성을 지적하는 뉴스가 많이 나오면서 식품에 MGS무첨가, 합성착향료 무첨가 등의 표시가 써져 있는 경우가 많아지긴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꼼꼼히 살펴보지 않으면 화학첨가물이 포함된 먹거리를 고르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전히 많은 가공식품들에 화학첨가물이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아이와 이제 먹거리로 그만 싸웠으면 좋겠습니다. “엄마, 이건 왜 안돼요?”라고 묻는 아이에게 구구절절 설명해주지 않아도 되는, 아이가 고르는 음식을 마음 편하게 사줄 수 있는 세상이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편집자주 : 이 칼럼은 매주 월요일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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