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지가 올해의 여성 인물 100명을 선정했다.

“타임지 올해의 인물은 72년 동안 ‘Man of the Year’로 불렸다.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항상 남성 대통령·수상·업계 거물이 선정됐으며, 역사적으로 이런 사람들이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Person of the Year’로 바뀌어 불리기 시작한 1999년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는 그늘에 가려졌던 영향력 있는 여성들을 조명한다.”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Time)지가 내놓은 ‘올해의 여성 100명(100 Women of the Year)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이다. 타임지는 3월 5일(현지시간), 1920년부터 2019년까지 각 해를 대표하는 여성 1명씩 총 100명을 각각 기사로 소개했다. “타임지 편집자·합저자들은 미국 여성 참정권 부여 100주년을 맞이해 1920년으로 돌아갔다”며 “1920년부터 매해를 재방문해 시대를 초월했던 영향력을 지닌 여성들을 찾았다”고 보도했다.

창간 후 뽑은 '올해의 인물' 91건...여성은 11번뿐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타임지 스태프, 현장 전문가 등이 600명 넘는 후보를 제안했으며, 타임지는 이들을 몇 달에 걸쳐 선정했다고 전했다. 주로 남성들이 앉았던 지도자 자리를 꿰찬 골다 메이어(전 이스라엘 총리), 코라손 아키노(전 필리핀 대통령) 같은 여성들도 있지만, 문화나 행동주의로 영향력을 행사한 이들을 더 많이 포함했다. 프랑스 패션 디자이너 ‘코코 샤넬,’ 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 드래그 퀸 ‘마샤 P. 존슨,’ 미얀마 외무부 장관 ‘아웅 산 수지,’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등 국적·나이·인종·분야는 상관없었다. 낸시 깁스 하버드 케네디 스쿨 쇼렌슈타인 센터 디렉터(前 타임지 편집국장)은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100명 중 상당수가 주변부(margin)에서 소외된 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영향력을 행사했던 이들”이라고 설명했다.

타임지는 1923년 3월 3일 초간을 시작으로 발행돼 1927년부터 올해의 인물을 선정했다. 매년 12월(1994년까지는 이듬해 1월 초) 그해 시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을 뽑아 표지 사진으로 발표한다. 예외적으로 인물 1명이 아니라 단체, 지구 등이 뽑히기도 했다. 타임지에 의하면 그동안 11장의 올해의 인물 표지에만 여성이 포함됐다.

외부 예술가에 의뢰해 타임 표지 89장 제작

새로 만든 올해의 여성 표지 목록. 실제 올해의 인물을 발표했던 1927년 표지부터 빨간 액자 띠를 둘렀다.

타임지는 나머지 89명을 담은 표지를 새로 제작해 선보였다. 사진을 포함해 목탄 초상화, 포토콜라주, 목제 조각 등 다양한 표현 방식을 활용했다. 타임지에서 올해의 인물을 발표하면 각종 매체가 보도하고, 타임지 표지만을 모아둔 웹페이지 'TIME COVERS'가 따로 있을 만큼 '올해의 인물 표지'는 그 의미가 크다.

타임지의 디자이너 D.W. 파인은 “각 표지는 선정된 주인공이 대표하는 당대를 시각적으로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1920년 올해의 여성으로 뽑은 여성 참정권론자 5명(The Suffragists, 캐리 채프먼 캐트·앨리스 폴·루시 번즈·지트칼라-사·아이다 웰스)의 초상화는 목탄 화가 아마야 거파이드에 의뢰했다. 파인은 “타임지의 1923년 첫 표지의 느낌을 최대한 살렸다”고 설명했다. 흑인 차별에 맞섰던 1955년 몽고메리 버스 보이콧을 대표하는 여성들(The Bus Riders, 로자 파크·클로데트 콜빈·마리 루이 스비스·오렐리아 브라우더)은 라베트 발라드에 맡겼다. 발라드는 역사, 컬러리즘(색차별주의), 아프로퓨처리즘(Afro-futurism) 테마에 초점을 맞추는 화가다. 그는 “안과 밖을 구분하는 울타리를 작화 배경으로 활용했다”며 “인종·성 정체성으로 사람들을 구분하는 사회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설명했다.

세계 여성의 날 앞둔 상징적 의미도

영국 조간신문 데일리메일은 타임지가 올해의 여성 100명을 발표한 시점이 세계 여성의 날과도 맞아떨어진다고 보도했다. 세계 여성의 날은 1908년 3월 8일 미국의 여성 노동자들이 근로여건 개선과 참정권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데서 시작됐다. 이후 UN이 1975년을 ‘세계 여성의 해’로 지정, 1977년 3월 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공식 지정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에 의하면 한국에서는 1920년대부터 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했다. 일제 탄압으로 맥이 끊어졌다가, 1985년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 기념 한국여성대회’로 부활해 매년 개최됐으며 올해 36회째를 맞는다. 이달 7일로 예정돼있던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6회 한국여성대회’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우려로 인해 잠정 연기됐다.

사진. 타임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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