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로 꽃 사오는걸 깜빡했는데…대신 함께 온 직원이 꽃처럼 할거에요"

A씨(여성)가 직원들과 함께 거래처 축하 행사에 참석해 상사(남성) B씨에게 전해들은 말이다. A씨는 “B씨 발언에 대해 그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놀랐고, 나도 불쾌했지만 상사인 B씨 눈치를 보면서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었다”고 씁쓸해했다.

#“이런말 하면 안되지만 결혼하면 아이 낳아 키워야 하는데 일 계속할 수 있어요?”

C씨(여성)가 회사 면접관에게 들은 말이다. C씨는 “아직 미혼인데 여자라는 이유로 이런말을 들었다는 게 황당했다. 그 때문인지 해당 회사는 나를 채용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3월 8일은 세계여성의 날이다. 1908년 미국의 여성노동자들이 근로여건 개선과 참정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고, 이를 기념해 ‘세계여성의 날’이 공식 지정됐다.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 법정기념일로 지정했다. 하지만 앞서 소개한 A씨와 C씨처럼 아직도 여성들은 직장이나 일상에서 성차별을 경험하고 있다.

성별임금격차해소를 위한 운동을 진행하고 있는 ‘3시STOP공동행동’ 조사에 따르면 여성들 중 직장에서 성차별적인 상황을 마주한적 있다는 응답이 74.0%로 나타났다. ▲몇 년을 일해도 항상 최저임금 언저리를 벗어나지 못한다 54.5% ▲같은 일을 하는 남자보다 내가 임금을 덜 받는 것 같다 53.5% ▲채용과정에서의 성차별을 경험한 적 있다 45.5% ▲가장(생계부양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차별받은적이 있다는 비율이 44.1%로 확인됐다.

‘3시STOP공동행동’에 따르면 여성들 중 직장에서 성차별적인 상황을 마주한적 있다는 응답이 74.0%로 아직 많은 여성들이 차별을 경험하고 있다./ 사진=한국여성노동자회

최근에는 돌봄시장이 확대되면서 여성노동자의 임금차별은 더욱 심각하다. 아동 돌봄에 종사하는 관계자는 “돌봄은 이전부터 여성이 가정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다 보니 돌봄노동은 아무나 해도 되는 일이라는 인식이 강해졌고, 굉장히 중요한 일을 하고 있음에도 돌봄노동자들의 저임금은 구조화 돼 있다”고 말했다.

시간제 초등돌봄전담사 홍순영 씨는 여성파업 선포기자회견에서 “1일 4시간이상 주 20시간 이상 초과근무가 발생하지만 그에 따른 수당도 없이 강요된 공짜노동과 압축 노동을 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공공기관·대기업 근로자 성별임금 격차 현황 의무화…여성 노동자 단체 움직임도

사회가 변화하면서 여성의 사회진출과 임금격차를 완화하기 위한 노력은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12일 열린 제10차 양성평등위원회에서 ‘제2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 2020년 시행계획’을 발표했다. 시행계획 중에는 공공기관과 300인 이상 근로자가 속해있는 대기업은 성별 임금 격차 현황 제출을 의무화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성별과 관계없이 평등하게 일할 권리와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3시STOP공동행동이 SNS를 통해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3시스탑 여성파업대회’를 연다./ 이미지=한국여성노동자회 홈페이지

여기에 여성노동자단체의 노력도 더해진다. '3시STOP공동행동'은 지난달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은 어디서나 일하고 있다. 회사에서는 임금노동을, 가정에서는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을 한다”며 “이 모든 노동을 일시에 멈춘다면 세상이 멈출 것이다. 여성들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고, 필요한 존재인지를 깨달을 것이다”라고 주장하면서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3시스탑 여성파업대회’ 개최를 알렸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이 아닌 SNS를 통한 ‘개별파업’으로 진행된다.

3시스탑 여성파업대회: OECD기준 우리나라는 남성 임금 100에 비해 여성 임금 64 정도에 해당한다. 이를 1일 근로시간 8시간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여성은 오후 3시부터 무급으로 일하는 셈이다. 3시스탑 여성파업대회는 이같은 임금격차를 해소하자는 뜻으로 여성에 대한 모든 차별을 없애자는 의미다.

참여방법은 간단하다. 일상에서 진행해 오던 감정노동·꾸밈노동·돌봄가사노동 등 다양한 노동 장소에서 인증샷을 찍고 SNS에 #3시스탑 #여성파업 #성별임금격차_해소 #powerup 해시태그와 업로드하면 된다. 여성파업 집중 참여일은 3월 4~8일이다.

한국여성노동자회 측은 “코로나19로 당장 일거리가 끊기거나 축소되는 등 생계가 위축되는 분들이 분명 있을 것이고, 이런 상황에서 여성파업은 다소 먼 이야기로 들릴 수 있을 것 같다”며 “그럼에도 3.8여성의 날이 다가오는 지금 여성에게 요구됐던 무급(저임금)노동의 인식 개선과 나아가 성별임금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여성파업 인증샷 캠페인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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