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에게 다가온 코로나 위기
 
이전에는 겪어보지 못한 중국발 전염병으로 인하여 전 국민이 모두 어려움에 빠졌다. 시민들은 시민들대로, 근로자들은 근로자들대로, 기업들은 기업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어느 누구 하나 어렵지 않은 곳이 없으며, 어느 누구 하나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이가 없다.

우리 법무법인 더함 역시 이 위기를 함께 이겨내려는 작은 노력의 일환으로, 2주 동안의 자율(재택)근무를 결정하고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에 동참하고 있다.

코로나 위기 속에서 ‘법’은 어떻게 작동되는가

“사회적기업 A는 공정여행업을 한다. A회사는 건물주 E의 건물 일부를 임차하여 사무실로 사용하면서 공정무역 커피나 상품 등을 판매하기도 하는데, 투자자 F로부터 대여금 형식의 투자를 받았다. 그런데 최근의 코로나 위기로 신규매출이 80%가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대규모 여행취소 및 환불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 직원 L이 코로나 확진자로 판정되어 함께 일한 직원 3명 모두 자가격리되어 2주 동안 출근을 할 수 없게 되면서 판매점은 2주 동안 영업을 하지 못하였는데, 건물주 E가 직접 사용하는 공간에 방문한 고객 C가 역시 코로나 확진자로 판정되면서 다시 3일 동안 영업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 예시를 위하여 재구성된 가상사례)

Q1) A회사는 예약을 취소하려는 고객에게 환불을 해야 되는가?
본래 계약을 체결하면서 선지급하는 해약금 성격의 계약금은 계약을 해제·해지하더라도 환급받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는 여행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여행사들에게 국·내외 여행표준약관 및 소비자 분쟁 해결기준을 제시함으로써, 국내(숙박)여행의 경우에는 ‘여행개시 5일전까지 통보시’, 국외(숙박)여행의 경우에는 ‘여행개시 30일전까지 통보시’ 계약금 전액을 환불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만일 위 기간 내에 고객의 여행취소 요청이 있는 경우 A회사는 계약금 전액을 환급해야 하지만, 위 기간이 지나 ‘고객의 사정’으로 여행을 취소하는 경우라면 여행표준약관 및 분쟁해결기준에 따라 여행요금의 10%~30%(국내여행) 또는 10~50%(국외여행)를 고객에게 취소수수료(배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

문제는 최근의 긴박한 상황에 대한 우려로 인하여, 여행개시일이 임박한 상황에서의 여행취소가 빗발치는 데 있다. 이 경우 대부분의 고객들은 최근의 코로나 위기가 ‘자신의 사정이 아님’을 이유로 전액 환불을 요구하는 반면, A회사와 같은 여행사는 약관 등에 정해진 취소수수료를 제외한 금액만을 환불하고자 한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이러한 분쟁은 한국인 입국금지 또는 입국제한 확대와 함께 보다 빈번해지고 심화되고 있다.

관련하여 현행 여행표준약관은 “천재지변, 전란, 정부의 명령, 운송·숙박기관 등의 파업·휴업 등으로 여행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는 통보시점과 관계없이 전액 환불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이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천재지변은 “지진·홍수·태풍과 같은 자연현상에 의한 재난”을 의미하기 때문에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은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A회사는 코로나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발적으로 취소를 하는 고객들에게는 약관에 따른 취소수수료를 제외한 금액만큼의 반환의무를 부담한다. 다만, 한국 정부에 의해 여행이 금지·제한되는 국가로의 여행이었다면 전액을 환불해야 한다.

한편, 외국정부에 의해 한국인 입국금지 또는 입국제한이 되는 국가의 경우에는 환불의 범위가 아직 불명확하다. 다만, 일부 여행사들은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거나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 자율적으로 입국금지국 등에 대해서는 취소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 노력을 하고 있다.

Q2) A회사는 직원 L을 징계할 수 있는가? 손해배상금을 청구할 수 있는가?
코로나는 질병이다. 질병(코로나19)에 걸렸다는 사실을 이유로 근로자를 징계할 수도, 근로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도 없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다만, 최근 특정 종교 및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가 급격히 확산되면서, 대부분의 기업들은 사전예방을 위해 이처럼 위험한 곳에 가지 않도록 경고하는 내용의 지침 등을 안내하고 있다. 그리고 일부 기업은 위와 같은 지침 등을 위반하여 코로나에 걸리는 경우에는 징계나 손해배상까지도 고려하고 있다.

A회사가 만일 구체적이고 명확한 행위(금지)지침을 마련하여 근로자에게 사전 고지한 경우라면, 해당 지침 및 위험한 행위의 구체적 내용에 따라‘회사 규정 등을 위반하여 고의·과실로 회사에 피해를 끼친 행위’로 보아 징계 또는 손해배상의 청구가 가능할 수도 있다. 단, 이때에도 그 징계나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는 그 위반행위의 경중에 상응하는 수준이어야만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Q3) A회사는 자가격리된 다른 직원 3명에게 급여를 지급해야 하는가?
대부분의 자가격리기간은 연차기간이 아닌 별도의 유급휴가기간이 된다. 보건복지부장관이나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1조 제3항에 따라 코로나환자등과 접촉하여 감염 또는 전파우려가 있는 동료 직원들을 자가격리하게 할 수 있고, 이 경우 A회사가 같은 법 제41조의2 제1항 단서에 따라 국가로부터 유급휴가비용을 지원받는다면 A회사는 직원 3명에게 반드시 유급휴가를 주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또한 A회사 내·외부를 불문하고 업무의 수행 중이거나 A회사가 제공한 통근버스를 이용하다가 코로나에 감염된 직원들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을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경우에도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한 사실, 출퇴근 과정에서 감염된 사실이 증명된다면 역시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자가격리대상이 아닌 단순한 증상의심자의 경우에는 해당 근로자 자신이 출근여부를 선택할 수 있을 뿐이다. 즉, A회사가 근로자에게 연차의 사용·소진을 강제하는 것은 위법하다. 따라서 만일 A회사가 회사의 다른 직원들의 보건을 위하여 해당 근로자를 출근하지 않도록 조치하는 경우에는 휴업수당(급여의 70%)을 지급해야만 한다. 물론 매출하락 등 경영상의 사정을 이유로 한 휴업일 경우에도 당연히 휴업수당은 지급해야 한다.

다만, A회사의 사업장 외의 부분에 건물주 E의 고객 C가 방문하여 이루어진 보건당국의 조치로 A회사가 영업을 하지 못한 3일은 사업주의 판단 또는 귀책사유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급여 또는 휴업수당의 지급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

Q4) A회사는 건물주 E에게 임대료를 기존대로 지급해야만 하는가? 
설령 직원 L로 인하여 A회사가 2주 동안 영업을 하지 못했더라도, 임대차계약상 특별한 약정이 없다면 건물주 E에게는 약정된 임대료를 지급해야만 한다. 나아가 만일 직원 L로 인하여 건물주 E 소유건물의 다른 부분도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다면, A회사는 건물주 E가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할 수도 있다. 물론 이 경우 A회사는 ‘불가항력’ 등을 이유로 면책을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인데, 일반적으로 무과실보다 엄격하게 해석되는 개념이기 때문에 관련 판례가 축적될 때까지는 코로나가 불가항력에 해당될 수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건물주 E는 A회사가 임차부분을 사용·수익하는데 있어 필요한 상태를 유지할 의무를 부담(민법 제623조)하므로, 건물주 E의 고객 C로 인해 건물을 사용하지 못한 3일에 해당하는 임대료는 감액을 요구(민법 제627조 제1항)할 수 있을 것이다.

Q5) A회사는 투자자 F에게 대여금에 대한 원리금을 기존대로 지급해야 하는가? 
A회사의 영업이 중단되고 매출이 급락하였더라도, A회사는 투자자 F에게 대여금에 대한 원리금을 기존대로 상환해야 한다. 나아가 원리금의 상환을 지체하는 경우에는 지연이자까지도 부담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A회사는 상환지연이 자신의 귀책사유가 아니라는 점을 이유로 지연이자에 대한 면책을 주장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여원리금의 상환에 있어 무과실 또는 불가항력을 이유로 한 면책을 인정받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사회적경제생태계의 법’은 어떻게 다르게 대응할 수 있는가
 
앞서 살펴본 것처럼 법의 세계는 자비롭지만은 않다. 최악의 경우, A회사는 매출이 아무리 급감하더라도 고객의 돈은 환불하고 급여는 지급하면서, 임대료 및 이자까지도 그대로 부담해야 한다. 법적 판단은 제로섬(zero-sum)이기 때문이다. 

법에 의해 보호되는 누군가의 ‘권리(+)’는 그 상대방에게는 ‘의무(-)’가 되며, 소송에 의해 권리를 인정받은 자는 승자가 되지만 의무를 부담하는 자는 패자가 된다.

지금의 위기는 물론 매우 심각하지만 아직은 펀드멘탈적이라기보다는 유동성(liquidity)의 위기에 가깝다. 따라서 사회적경제생태계가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길게는 3심까지 4~5년 이상 소요되는 법적 승패에 우리의 미래를 맡길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유동성의 위기가 구조적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그렇다면 사회적경제생태계의 법은 이러한 전대미문의 위기에 어떻게 다르게 대응할 수 있을까? 초심으로 돌아가 ‘사람’을 중심에 두고, 상호 협력과 연대, 공동체의 공익을 추구하는 사회적경제생태계의 법을 실현할 때 우리 모두는 상생(win-win)할 수 있다. 

우선 여행객과 근로자가 사람이라는 점을 중심에 놓아야 한다. 경제적 곤란을 이유로 이들에게 위험의 감수를 종용할 수는 없다. 여행취소에 망설이지 않고 예방과 치료에 주저하지 않도록 A회사는 스스로 환불과 급여지급에 있어 관련 법이 정한 최소한의 기준이 아닌 최대한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설령 300인 이상 사업장이 아니더라도 가족돌봄휴가, 자율(재택)근무 등을 적극 실시함으로써 사람이 우선되는 근로환경을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

이때 특히 중요한 것은 사람을 우선하기 위한 비용을 A회사에게만 부담 지워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미 ‘착한 임대료 운동’에서 보여지듯이 건물주 E는 얼마든지 A회사와 합의하여 임대료를 감면하거나 유예할 수 있고, 투자자 F 역시 원리금의 상환을 감면하거나 유예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상호 협력과 연대에 기반한 사적자치(私的自治)이자 계약자유의 원칙이다.

그리고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과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사회연대은행이나 한국사회투자, 그리고 각종 공공금융기관 등은 이와 같은 채무감면 및 유예 등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우리 법무법인 더함(사회적경제법센터)과 같은 전문가 조직 역시 이러한 구상이 실천될 수 있도록 계약조건과 합의조건 등을 보다 다양화하고, 미세조정(fine tuning)하는 데 도움을 주어야 한다. 나아가 국회와 정부 등은 이러한 사회적경제생태계의 구조적 선순환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필요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적재적소에 강화할 수 있는 중·장기적인 청사진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사람을 항상 가운데 두는 상호 협력과 연대가 가능할 때, 우리는 위기에서 더욱 빛나고 위기에 더욱 강한 호혜적(互惠的, reciprocity)인 사회적경제생태계의 실현에 한 걸음 더 다가설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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