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가치가 화두다. 현 정부의 핵심 철학으로 사회적 가치가 선포되면서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에서도 공공성·사회적 가치가 중요해졌다. 많은 공공기관들이 사회적경제 조직과 협력하는 등 발걸음이 빨라졌다. 개별 공기업의 고유한 사업 가치가 여러 사회적경제 분야와 만나 사회적 가치로 확대되는 데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본지는 사회적경제와 동행에 나선 대표적인 공공기관을 만나 기관이 추진하는 사회적경제 활성화 지원 사업을 살펴본다.

특허·실용신안·상표·디자인 등 산업재산권과 저작권을 포괄하는 ‘지식재산(Intellectual Property)’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대다. 창의적 발상과 독창적 기술은 곧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정부는 특허청을 통해 지식재산의 창출 및 활용을 지원하고 보호한다. 

한국특허전략개발원(KISTA·이하 개발원)은 특허청 산하 공공기관으로, 2012년 설립돼 중소·중견기업과 대학·공공을 대상으로 연구개발(R&D) 전 주기에 특허전략을 지원해왔다. 특히 ‘지식재산에 가치를 더하는 특허전략 전문기관’을 비전으로 해외특허 창출, 특허기술 이전, 관련 일자리 창출 등을 주요 목표로 내걸고 활동 중이다. 

설립 이후 R&D, 생산 등 분야에 집중해오다가 2017년 장애인 기업, 사회적경제 기업 등 특허전략을 받기 어려운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담당 부서로 ‘전략기획팀’을 지정했다. 전략기획팀 업무 전반을 총괄하는 신재욱 경영기획실 실장과 서면 인터뷰를 통해 개발원이 수행하는 사업을 사회적경제 기업들과 연계해 지원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국특허전략개발원에서 사회적경제 기업 지원 사업을 총괄하는 신재욱 경영기획실 실장./사진제공=KISTA

-한국특허전략개발원은 사회적가치 창출을 위해 어떤 활동을 진행하는가?

▶개발원은 설립 목적과 기관 내 활용 가능한 자원을 고려해 사회적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접근했다. 개발원은 ‘특허전략’을 지원하는 ‘지식재산 전문기관’으로, 연구개발뿐 아니라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주체들에게 특허전략을 지원하는 다양한 사업을 수행한다. 구성원 중 지식재산 전문가들이 많은데, 특허 분야는 높은 전문성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지원 사업들도 비용 부담이 커서 자금·인력이 부족한 소규모 사회적경제 기업은 지원을 받기 어렵다.

이에 특허전략 지원에서 소외된 주체들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에 집중했고, 이것이 개발원에서 추구하는 ‘사회적가치’의 키워드가 됐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사회적경제연구원, 서울특별시 NPO지원센터 등 관련 기관과 사회적경제 기업을 대상으로 개발원에서 추진 중인 사업과 연계해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전문가를 활용한 무료 상담, 미취업자 교육·훈련을 통한 지식재산 전문가 양성 및 일자리 연계를 지속 추진하고 있다.

-‘제1회 공공기관 사회적가치 창출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어떤 공로를 인정받았나?

▶2018년부터 사회적경제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활동을 본격 시작했다. 먼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과 협업을 통해 기술 기반으로 창업한 사회적경제 기업을 대상으로 ‘선행특허 조사’ ‘특허 동향조사’ 등 특허전략을 지원해 특허분쟁 등 위기에 대응하는 방안과 특허를 통해 기술에 대한 권리를 확보하는 방안을 제공했다. 또한 개발원에서 추진하는 사업과 연계해 사회적경제 기업만을 대상으로 하는 별도의 트랙을 만들고, 기업부담금을 줄이는 방안 등도 병행 중이다.

아울러 서울특별시 NPO지원센터, 사회적경제연구원과 협업해 보다 다양한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상시 지원 가능한 내부 지원 체계인 ‘사회적가치 창출 추진단’도 운영 중이다. 이렇듯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과 성과들이 인정받은 덕분에 지난해 12월 고용노동부에서 개최한 ‘공공기관 사회적가치 창출대회’에서 수상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한국특허전략개발원은 지난해 12월 고용노동부에서 개최한 ‘공공기관 사회적가치 창출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다./사진제공=KISTA

-그동안 사회적경제 기업을 지원한 사업 성과와 주요 사례를 소개해준다면?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과 협업해 2018년 32개 기업, 2019년 30개 등 총 62개 사회적경제 기업을 지원했다. 지원받은 기업들의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2018년 94점, 2019년 100점을 기록했고, 특허전략 활용률 역시 100% 달할 만큼 사회적경제 기업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2018년에는 특허 7건, 상표 출원 2건이 이뤄졌으며, 앞으로 더 많은 출원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개발원에서는 이러한 서비스를 지속해서 확대·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지원한 대표적 사례로 제주 지역에서 장애인들이 편리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기업 ‘두리함께’가 있다. 장애인 등 관광 약자를 대상으로 장애 유형별 항공·차량·숙소, 관광 및 세미나 등에 대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전용 여행지도’를 개발하려는 것이 기업의 요구사항이었다. 개발원에서는 장애인 전용 여행지도에 대한 디자인권, 특허 현황 조사분석 등을 통해 해당 디자인 맵에 대한 지식재산권 출원 전략을 제시했다.

또한 전국 1082개 박물관, 소장유물 1200만 점에 대한 데이터 관리, 박물관 홈페이지 유지관리 등을 수행하는 예비사회적기업 ‘박물관사랑’도 지원했다. 전시교육 분야에서 3D 실감 서비스 제공을 위한 기술개발 계획 중 관련 동향을 알아보고 싶다는 요구를 받았다. 개발원은 해당 기술 분야에 대한 연도·국가별 특허 동향 분석결과를 제시했고, 관련도가 높은 핵심특허 4건을 발굴해 심층적 권리분석 결과를 제공했다. 3D 홀로그램 기술에 대한 특허출원 전략 3건도 함께 제시했다.

-사회적경제 기업에 ‘특허’가 중요한 이유, 특허를 확보했을 때 이점은 무엇인가?

▶사회적경제 기업은 대부분 공익을 목적으로 창업돼 운영되지만, 기술 기반 제조업 등 제품을 생산하는 경우에는 특허·상표·디자인 분쟁과 같은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제품 판매가 늘고 해외에 수출할 때 특허권 등을 가진 경쟁사에서 로열티를 요구할 수 있고, 미처 확보하지 못한 상표권을 경쟁사가 선점하면 애써 생산한 제품의 명칭을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 

사실 모든 기업은 여러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 매출이 증가하면 경쟁기업으로부터 로열티 징수를 위한 소송 같은 특허분쟁이 발생한다. 또한 제품이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 ‘베끼기’와 같은 모방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위기가 닥치기 전에 세계 특허를 미리 검색해 문제점을 찾아보고 무효화 가능 여부 판단, 회피기술 개발, 공백 분야 개발 등 사전에 대비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

그러나 사회적경제 기업은 규모가 작고 인력과 자금이 부족해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지원하는 다양한 특허전략 사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특허를 확보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보다 안전하게 기업 활동을 영위하고, 기업에서 생산한 제품을 무단으로 베끼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 사실 지식재산 보호에 대한 필요성을 분쟁이 일어난 뒤 인지하는 경우가 많은데, 미리 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특허전략개발원은 사회적기업 '두리함께'의 장애인 전용 여행 지도 디자인에 대한 지식재산권 출원 전략을 제시했다./사진제공=두리함께

-특허전략에 고민이 있는 사회적경제 기업은 어떻게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정부에서 지원하는 특허전략 사업은 대부분 기업에서 부담금을 납부해야 한다. 특허전략이 급하게 필요한 기업은 일반기업보다 낮게 책정된 부담금을 납부하면서 특허청 지원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자금이 충분하지 않은 기업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등 공공기관에서 지원하는 무료 사업을 이용할 수 있다. 개발원은 매년 진흥원과 협력해 무상으로 특허분석 서비스를 지원한다. 올해 계획은 아직 수립되지 않았지만, 연중 모집을 통해 서비스를 지속해나갈 예정이다. 홈페이지 ‘묻고 답하기’를 이용한다면 빠른 기간 내 궁금한 점을 해소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향후 개발원에서 추진하려는 사회적가치 창출 포부를 들려달라.

▶‘지식재산에 가치를 더하는 특허전략 전문기관’이라는 비전대로 사회적경제 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지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지식재산에 사회적가치를 접목하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다양한 유관기관과 협업하는 방안을 통해 보다 많은 기업이 지원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만들고자 한다. 2020년은 발명진흥법에 개발원 설립근거가 마련된 뜻깊은 해인 만큼, 사회적가치 실현에 적극 참여하고 노력하는 공공기관으로 거듭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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