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자대학교는 사회적경제를 이끌어 나갈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일반대학원 내에  14개 학과를 연계한 사회적경제협동과정(주임교수: 주소현)을 운영하고 있다. 이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교수진과 석ㆍ박사 과정 학생 등 14명은 지난해 스페인과 프랑스를 방문해 선진 사회적경제의 현황을 살펴봤다. 그 중 특히 인상 깊었던 스페인의 몬드라곤 및 프랑스 협동조합연합회 그리고 사회연대경제를 위한 프랑스지방협의회 사례를 공유하고자 한다.

 

64년의 역사를 지닌 세계 최대 노동자협동조합 복합체인 스페인 몬드라곤 본사 앞에서 단체사진 촬영

 

코로나19로 경제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너 나 할 것 없이 힘든 상황이지만 어려움을 이겨내는 데는 '협동'과 '연대'만 한 특효약이 없는 것 같다. 우리는 그 아름다운 사례를 세계 최대의 노동자 협동조합 복합체인 ‘몬드라곤’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몬드라곤은 스페인 북부에 위치한 인구 2만여 명의 작은 도시 이름이기도 하다. 지난 1956년 호세 마리아 신부님과 5명의 제자들이 이곳에 공업협동조합 ‘울고(ULGOR)’를 만들면서 몬드라곤의 역사가 시작됐다.

현재는 공업과 소매, 금융, 지식(교육 및 연구) 등 4개 부문에서 협동조합과 비영리 기관 등 총 260여 개의 조직을 포괄하는 거대 복합체로 성장했다. 몬드라곤에서 근무하는 노동자 수는 해외 지사까지 포함해 8만 800명에 달하며, 스페인 전체 기업 중 매출 10위에 해당한다.

 

‘인간다운 노동’을 표방하는 몬드라곤의 슬로건

2013년 몬드라곤에는 큰 위기가 닥쳤다. 주축 기업이었던 파고르 가전이 파산한 것이다. 그러나  단 한 명의 실직자도 발생하지 않고 몬드라곤 복합체 내의 타 기업에 재취업할 수 있었다. 이는 몬드라곤에 속한 협동조합들이 연대해 실업급여를 지급하고 직업 교육과 일자리 알선을 제공하는 시스템을 갖추어 놓은 까닭이었다. 

각 부문에 속한 기업 간에는 이익 공유 시스템이란 것이 있다. 실적이 좋은 기업들이 고전하는 기업들과 이익을 나눔으로써 힘든 고비를 넘길 수 있도록 든든한 울타리를 제공해 주는 것이다. 이처럼 협동과 연대의 가치가 기업 운영 시스템으로 구현되고 있는 몬드라곤은 사회적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고민하는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사회적 경제의 강국이라 하면 프랑스를 빼놓을 수 없다. 프랑스 전체 금융업의 70%, 유명 낙농업 기업의 40%, 소매업의 40%가 협동조합의 형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중 탐방대의 눈길을 사로잡은 곳은 협동조합들을 대변하는 대표적 조직인 프랑스협동조합연합회(Coop FR)이다. 

 

모니터에 표시된 기업들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유명 농업협동조합들이다.

 

1968년 설립된 프랑스협동조합연합회는 프랑스 내의 모든 협동조합을 대표해 홍보활동, 협동조합의 이익 대변, EU 회의와 같은 국제회의 참여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덕분에 조직력이 약하거나 규모가 작은 조합들까지도 프랑스협동조합연합회를 통해 각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는 크기나 형태와 상관없이 다양한 협동조합들을 하나로 연대하는 힘과 조직력을 갖추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Coop FR은 이 같은 정책적 지원을 통해 협동조합연합회의 회원 조합들이 대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놓았다. 그 결과 2천750만 명의 조합원으로 이루어진 2만 2500여 개 회원 협동조합의 126만 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2016년 기준 연 3170억 유로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특히 Coop FR의 회장은 은행협동조합에서 맡을 정도로 사회적 경제 영역에서 금융업종의 비중과 역할이 지대하다. Coop FR의 사례는 사회적 경제 성장의 핵심인 사회적금융 생태계 마련이 빈약한 국내 사정에 비춰볼 때 벤치마킹의 좋은 예시가 되리라고 본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곳은 사회연대경제를 위한 프랑스지방정부협의회(RTES)이다. 프랑스는 2014년 사회연대경제법이 제정되면서 전통적인 4가지의 유형의 사회적 경제 조직인 협동조합과 상호공제조합, 시민단체 및 협회, 재단에 더해 사회적 기업이 사회연대경제에 포함됐다. 


현재 RTES는 사회적 경제를 공공정책에 확산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130여 개 지방정부가 회원으로 있다. 주요 활동으로는 도시 간 협업으로 프랑스 내 중소 상공 도시와 농업 도시 간의 협업, 국제적으로는 아프리카 도시 간의 협업 사례를 들 수 있다. 이들은 도시경제발전에 있어서 시장경제보다는 사회연대경제를 채택해 각 도시 내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발전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카메룬에서 온 7도시 시장들의 요청으로 이뤄진 탐방대와의 즉석 면담. 1시간 여에 걸친 면담에서 이들은 "한국의 사회적 경제가 빠르게 발전했고, 한국과 관계를 맺어 카메룬 도시의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특히 '지원'과 '원조'라는 ODA 방식이 아니라 '협업'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서로의 발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3년 전국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가 조직돼 지자체가 사회적 경제 육성의 주체로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사진= 이화여대 사회적경제협동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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