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대학가는 방역 대책 마련으로 비상이다. 다양한 국적의 학생과 관계자가 모여 감염의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학생들의 고민도 그에 못지않게 깊다. 자신이 지금 한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는 게 맞는 일인지 여러 가지 이유로 걱정되는 것이다. 동국대학교 대학원 중어중문학과에 재학 중인 왕서(26)씨는 한국과 중국이 유학생 출입국을 서로 자제하자는 합의 전 한국에 도착했다. 그의 이야기를 가감없이 전달한다.
개강을 앞둔 중국인 유학생의 이야기
"제 고향은 중국 난징입니다. 난징에서는 외출할 때 가족당 한 명씩만 나올 수 있습니다. 동네마다 파견된 검역관이 마을을 출입하는 모든 사람의 열을 잽니다. 항상 긴장된 마음으로 정부의 통제를 따랐습니다. 그것이 가족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2월 10일에 한국에 입국했어요. 별도의 검사는 받지 않았고 공항에서 열 감지 센서를 통과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한국이 안전하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가겠다고 해서 가족들도 말리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점점 심해지네요. 제 친구들 몇 명은 아직 중국에 남았어요. 상황을 보고 휴학할 수도 있다네요.
강릉에서 중국인 유학생 중 확진자가 나왔다는데, 저는 자기 관리에 무엇보다 신경 쓰고 있습니다. 나의 감염을 막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위험이 되면 안 되잖아요. 요즘은 일주일에 한 번 마트갈 때 빼고는 절대 나가지 않아요. 그때도 꼭 마스크를 끼고 손 소독제를 수시로 바릅니다.
학교 근처에 원룸을 얻었습니다. 학교에 다니지만 대학원생이라 기숙사에는 들어갈 수 없거든요. 쉐어하우스 같은 곳은 일부러 알아보지 않았습니다. 코로나19도 그렇고 괜히 다른 사람들과 부딪히고 싶지 않아서요. 요즘 중국에 대한 인식이 안 좋은 것도 걱정이 됩니다.
대구에서 코로나19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중심에 교회가 있다고 하는데, 집회에서 전염된 것 같아요. 광화문에서도 당황스러운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광화문 앞에 사람들이 가득했기 때문입니다. 감염을 막으려면 한국의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항상 듭니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이 서로를 적대시하는 모습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바이러스는 국적을 가리지 않고 퍼져나가잖아요. 양국이 협력해 위기를 빠르게 극복하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곧 개강입니다. 학교가 대책을 마련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불안한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얼른 학교에 가서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한국인 친구를 보고 싶습니다.“
동국대학교를 비롯한 많은 대학이 개강을 미루고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했다. 대부분 열 화상 카메라를 설치하고 학교 내부를 주기적으로 소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동국대학교 관계자는 “이번에 유학생들을 위한 별도의 기숙사를 마련했다”며 “생명과 연결된 비상 상황이라 긴급하게 조치가 내려졌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입학하는 중국인 유학생의 인원은 변동될 수 있지만 약 500명 정도”라며 “그 중에서 2주의 잠복기 확인 후 기숙사에 들어가게 될 인원은 50명”이라고 밝혔다.
왕서 씨처럼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하는 학생은 원룸이나 쉐어하우스에 들어가게 된다. 일각에서는 지역사회의 감염을 우려하지만, 이들이 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이 한국인보다 더 높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들은 한국사회의 '불편한 시선'을 알고 있다.
동국대학교 관계자는 “우려가 일고 있어 한 곳에서 살 수 있게끔 장소를 알아보자는 대학들도 생기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현황을 전했다.
그는 개강 이후 조치에 대해서는 “지금보다 더욱 철저하게 관리할 것”이라며 “학교에서 안내하는 사항을 유학생을 비롯한 모든 구성원들이 잘 따라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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