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4시 기준, 국내외 코로나19 발생 현황. 전염병이 전세계로 확산되는 '팬더믹'에 근접한 상황이다./사진제공=질병관리본부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 및 유행하는 ‘팬더믹(pandemic)’에 근접하면서 경기가 위축된 가운데, 관광?여행 업계가 위기 상태에 직면했다. 베트남?싱가포르?이라크?일본 등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하는 국가가 늘어나는 한편,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 아웃바운드(한국인의 해외여행), 인트라바운드(한국인의 국내여행) 등 모든 분야에서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7일 오후 4시 기준 전 세계 코로나19 발생국은 42개국, 확진자는 8만 2227명, 사망자는 2801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일본?태국?베트남 등 아시아를 비롯해 미국?캐나다?이탈리아?프랑스?이란?바레인 등 북미?유럽?중동 곳곳에서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다. 불안감이 높아진 여행객들이 줄줄이 예약을 취소하고, 신규 예약도 급감하면서 여행 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하나투어, 모두투어 등 대형 여행사는 주3일 근무제, 유급?무급 휴가 등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영세한 중소 여행사들은 영업 중지, 폐업까지 고려하며 벼랑 끝에 내몰린 상황이다. 공정여행, 취약계층 관광, 지역 탐방 등을 주요 아이템으로 내세운 관광?여행 분야 사회적경제 기업들도 어려움을 호소해왔다.

?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사회적기업 '트래블러스맵' 홈페이지에는 코로나19로 단축 근무를 실시한다는 공지가 떠있다.

사회적?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여행을 추구하는 사회적기업 ‘세상에없는여행’은 코로나19 여파로 최근 예약 건수의 90%가 취소되고, 신규 예약은 전무한 상황이다. 베트남 다낭?나트랑?호치민 등을 비롯해 아시아 국가 여행이 주요 상품이었지만, 2~3월에는 예약이 줄줄이 취소돼 출발 인원이 없을 정도다.

김정식 세상에없는여행 대표는 “중국의 경우 취소 수수료가 감면되지만, 유럽?미국 등 여행 상품은 취소 수수료가 높아 예약자들의 불만이 엄청나다. 최근 오는 연락들은 전부 여행 취소에 대한 문의인데, 소비자들의 컴플레인이 커서 직원들도 힘들어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가장 걱정되는 건 코로나19가 3~4월 이후로 장기화할 경우다. 김 대표는 “정부에서 관광 업계를 위해 이율 2% 내외로 경영안전자금을 지원해준다고 해서 세상에없는여행도 긴급 자금을 신청해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유럽?아시아?중남미 국가의 공정여행, 생태관광 상품을 판매하는 사회적기업 ‘트래블러스맵’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최근 국내외 여행 예약의 80~90%가 줄줄이 취소됐고, 여행 상담 문의도 기존 대비 10분의 1 밑으로 떨어졌다. 특히 중국?한국 등 아시아인을 보는 외국인의 시선에 불안과 우려가 더해지면서 많은 이들이 해외여행 자체를 꺼리는 상황이다.

변형석 트래블러스맵 대표는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동선을 최소화하려고 하다 보니, 여행은 1순위로 타격이 올 수밖에 없는 분야”라며 “수수료 문제 등 어쩔 수 없이 가는 경우를 제외하고 전부 취소되고 있다고 봐도 된다. 사회적경제 기업뿐 아니라 여행 업계 전반이 크게 침체됐다”라며 우려를 드러냈다.

제주착한여행은 도내 공정여행, 생태관광 등을 통해 선보이며 호응을 얻어왔으나, 최근 예약이 급감했다./사진제공=제주착한여행

국내를 대표하는 관광지 제주도에서 활동하는 관광?여행 업계도 타격을 피해 가지 못했다. 

제주에서 공정여행, 생태관광을 실천하는 사회적기업 ‘제주착한여행’은 2~4월 예약이 전부 취소되거나 연기돼 약 2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갑작스럽게 매출이 줄어들면서 긴급 자금이 절실해 제주관광진흥기금의 1.5% 저리 대출, 제주도개발공사의 1년 무이자 대출 등을 신청했다.

제주에서 장애인 무차별 여행 사업을 주도해온 사회적기업 ‘두리함께’도 최근 모든 예약이 취소되면서 총 1억 5000만원의 손실을 떠안았다. 원래대로라면 3월부터 복지기관, 장애인 단체로부터 매월 30건 정도의 예약이 들어왔겠지만, 현재 들어온 예약은 단 한 건도 없다.

두 기업은 “수입이 없는 상황에서 인건비가 가장 큰 부담”이라고 입을 모았다. 제주착한여행은 직원들에게 휴가를 주는 방안을 고민 중인데, 허순영 대표는 “이번 일로 직원을 해고하고 싶지 않다. 가능한 고용을 유지한 상태로 이번 사태를 이겨내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두리함께 역시 월 2500원에 달하는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직원들의 무급휴가를 고려 중이다. 

사회적기업을 대상으로 한 정부의 선제적 지원에 대한 요구도 나왔다. 이보교 두리함께 대표는 지원책 마련을 촉구했다. 그는 “사회적기업과 일반 기업을 같은 기준으로 두고 지원 사업을 진행해 담보나 신용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경제적 기반이 열악한 사회적기업을 위한 별도의 지원 기준을 마련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오른쪽)은 지난 25일 관광업계 종사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지원책을 논의했다./사진제공=고용노동부

관광?여행 업계의 시름이 커지자 정부에서는 지원 대책 논의에 나섰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5일 관련 업계 종사자와 간담회를 개최하고,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어려움을 청취했다. 

업계 측은 ▲여행업을 포함한 관광업 전체를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할 것 ▲휴업?휴직 중인 기업이 부담하는 인건비를 고용유지지원금으로 지원해줄 것 ▲기업들이 편리하게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개선할 것 등의 의견을 전달했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사업주의 인건비 부담을 더 덜어드리기 위해 노동자에게 지급한 휴업·휴직 수당을 고용유지지원금으로 지원하는 비율을 상향하는 방안을 조속히 추진하겠다”며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에 대해서는 요건 충족여부, 산업?고용 상황 등을 세심하게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여행업?숙박업 등 중소 관광업체에 총 500억원 규모의 무담보 특별융자를 지원하기로 했다. 관광진흥개발기금을 활용해 담보력이 취약한 중소규모의 피해 관광업체를 대상으로 담보 없이 공적기관의 신용보증을 제공해 필요 자금을 지원한다. 

이번 특별융자는 우대금리 1% 적용, 지원한도를 기존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했으며, 상환기간을 5년(2년 거치 3년 상환)에서 6년(3년 거치 3년 상환)으로 연장했다. 특별융자를 받고자 하는 업체는 지역 신용보증재단 영업점(전국 144개)에 신용보증을 신청해 신용보증서를 발급받은 뒤, 농협은행 영업점(전국 1138개)에서 융자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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