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금까지 코로나19의 감염사례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실정은 전염병에 매우 취약한 것으로 보여 지고, 의료 체계가 이에 대처할 준비가 돼있지 않기 때문에 일부 관측통들은 그것이 사실일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BBC방송이 27일(현지시간) 전했다.
매체는 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 북한에서의 발병이 이미 영양실조와 건강 악화로 고통 받고 있는 주민들에게 엄청난 재앙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북한은 이례적으로 바이러스 확산을 막아야 할 필요성에 대해 "국가 생존의 문제"라며 "혁명적 조치"를 촉구하고 있다. 국영 언론매체와 당국자들은 국내에는 어떤 사례도 없다고 거듭 강조하면서도 경계심을 늦추지 말라고 경고했다.
BBC는 소식통을 인용, 거의 매일 코로나바이러스를 예방하기 위한 고강도조치와 함께 건강한 위생 실천을 강조하면서 공공장소를 소독하는 보호복을 입은 근로자들과 질병의 증상을 대중에 교육하는 보건 종사자들의 모습을 방송했다. 북한 매체들은 의약품으로 검증되지 않은 우엉으로 만든 약을 코로나19의 치료제라고 홍보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스스로 공중보건 시스템이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일부 병원은 전기와 수도가 부족하여 참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평양 밖에는 이렇다 할 의료시설이 없고, 농촌지역에서는 바이러스 감염을 진단조차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케빈 셰퍼드(Kevin Shepard) 국방정책분석관은 "대유행병에 대처하기 위한 준비가 안 된 북한이 체제 통치를 저해하고 내부 불안을 조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이 발표한 세계보건보안지수에 따르면, 2019년 북한은 질병 발생에 대한 대비에서 세계 최악으로 평가됐다. 국영 언론들이 실험용 키트, 안면 마스크, 소독약을 생산하는 공장들에 대해 보도하고 있지만 믿기 어렵다는 것이다.
북한은 코로나19 발생 후, 이 위협을 국가비상사태로 선포하고 과감한 조치를 취했다. 중국과의 국경을 폐쇄한 최초의 국가였으며, 일시적으로 모든 외국 관광을 금지했다고 매체는 보도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항공편과 철도 운행도 중단했다. 또한 외국인에 대한 검역을 15일에서 30일로 확대하고, 구호단체와 국제보건기구에 대한 입국제한조치까지 취했다. 통관 관련 방역조치를 강화했고, 북한 항구에 도착하거나 국경 다리를 통과하는 모든 물품은 열흘간 외진 곳에 보관돼 있다. 사망자의 화장을 의무화했으며, 모임을 제한하고 한 달 동안 전국의 학교는 휴교조치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에 북한을 방문한 영국 적십자의 킴벌리 브라운(Kimberly Brown)는 방송에서 "북한은 코로나19의 발생에 대응해 개인 보호 장비와 테스트 키트가 시급히 필요하다"고 밝혔다.
BBC는 대외 무역의 거의 90%를 중국과의 교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국경 폐쇄가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외관광을 통해 외화를 벌려던 계획이 무산됐고, 평양마라톤도 취소한 상태다.
러시아 TASS 통신이 전하는 바에 의하면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는 "검역 조치 강화로 평양 주재 외국 대사관이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게 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매체는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김정은이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감추고 군사 퍼레이드를 취소하도록 자극했을 수도 있다고 시사했다.
2014년 에볼라 발생 당시 북한 당국이 사실을 발표한 것은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가 발생한 지 8개월여 만이라고 BBC는 상기했다. 사스 사태 때는 국경을 완전히 닫지 않고 감염이 확산된 특정 지역만 여행하는 것을 금지했다. 베이징행 항공편은 한 달간 운항이 중단됐고, 북한 입국자는 특별승인을 받아야 했다. 2009년 H1N1 독감 발생 시 북한은 초기에는 어떠한 사례도 보고하지 않다가 몇 달 후 9명의 환자가 이 병을 진단받았다고 보고했다.
북한뉴스의 리 민영 수석 애널리스트는 "북한의 코로나19 대응 상황이 과거 전염병에 비해 특히 세간의 이목을 끄는 것은 이 문제에 대한 체제 우려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고 BBC방송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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