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전국 확산되고 정부가 감염병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하면서 경기가 얼어붙고 있다. 특히 문화?예술 분야 기업이 많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는 행사 연기 및 취소, 계약 불발, 극장 휴관 등으로 인한 매출 감소가 현실화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9년 12월 기준 국내 인증 사회적기업은 총 2435개로, 분야별로 ‘문화?예술’이 265개(10.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협동조합, 예비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소셜벤처 등 사회적경제 분야 전체적으로도 문화?예술 관련 사업을 하는 곳들이 많다. 

변형석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상임대표는 “코로나19로 모든 기업들의 활동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사회적경제 기업의 경우 문화?예술 등 서비스 분야의 비중이 커서 행사 취소 등으로 인한 영향력이 일반 기업보다 더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명랑캠페인이 개최한 한부모 가족 토크콘서트 단체 사진. 공연 콘텐츠, 지역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문화예술 기업은 코로나19 여파로 다수가 모이는 행사가 줄줄이 취소, 연기되고 있다./사진제공=명랑캠페인 

서울 서대문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문화?예술 사회적기업 ‘명랑캠페인’은 당장 오는 3월에 진행하려던 모든 행사를 취소했다. 한부모 가족, 독거 가구, 보호종료 아동 등 소외계층을 위한 다양한 공연 콘텐츠, 지역 문화 프로그램 등을 진행해온 명랑캠페인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늘면서 여러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를 전면 중단할 수밖에 없게 됐다.

오호진 명랑캠페인 대표는 “1~2월은 한 해를 기획하는 때인데, 2020년 야심차게 기획했던 프로그램을 시작조차 못했다”며 “오프라인에서 사람들을 만나 진행하는 공연?교육 프로그램이 대부분이라, 행사가 계속 취소되면 피해는 당연해질 것”이라고 걱정을 드러냈다. 그는 “4월 행사는 일단 5월로 미뤘는데, 그때는 가능할지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회사를 운영하는 대표 입장에서 현 상황을 어떻게 버텨야 할지 고민이 크다”라고 토로했다.

경기 김포시 문화?예술 사회적기업 ‘어웨이크’도 최근 김포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5명으로 늘어나면서 활동이 전면 중단됐다. 지역 특성을 담은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 주민들에게 선보이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로 체험 및 교육을 진행했지만, 계획했던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됐다.

여운태 어웨이크 대표는 “기본적으로 주민이 외출이나 대외 활동 자체를 자제하는 분위기라 지역 행사나 축제도 전부 미뤄지는 중”이라며 “세미나, 총회, 모임 등이 연기되거나 보류돼  매출에도 영향이 있을 걸로 보인다. 다른 기업에서는 무급 휴직 형태로 직원을 출근시키지 않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던데, 저희 팀은 현재 나와서 일은 하고 있지만 앞으로 인건비도 나가기 어려운 상황이 닥칠까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1월 '2020 사회적경제 신년회'에서 축하공연을 하는 안산팝스오케스트라 단원들. 박진범 대표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공연 섭외 문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사진=이로운넷

무대에 오르는 배우, 연주자 등 문화?예술인들이 설 무대도 급격히 줄고 있다. 젊은 연주자들이 모여 만든 경기도 안산의 사회적기업 ‘안산팝스오케스트라’는 “시기적으로 1~2월이 행사 비수기이긴 하지만, 코로나19 발생 이후 공연 요청 문의가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각종 행사가 본격 시작되는 4~5월까지 확산세가 잡히지 않을 경우, 기업 운영에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박진범 안산팝스오케스트라 대표는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에도 공연이 많이 줄었는데, 이번 코로나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며 “메르스는 5월에 발생해 1년 계획안이 나온 이후 약속된 공연들이 연기되는 형태였다면, 코로나는 1년 계획을 짜는 1~2월에 시작되면서 공연 기획을 담당하는 공무원이나 기업 실무자와 논의조차 할 수 없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멀티플렉스 등 상업영화관을 비롯해 전국 크고 작은 극장에도 관객들의 발길이 끊겼다.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전국 지역에서 극장을 운영 중인 사회적기업 겸 사회적협동조합 ‘작은영화관’은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절반 이상 지점이 휴관을 결정했고, 관객 수도 크게 감소했다. 인구수가 적어 평소에도 관객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평일 중 관객이 아예 없는 날이 있을 정도다.

26일 기준 전국 35개 작은영화관 가운데 휴관된 곳은 ▲강원(철원,영월) ▲전라(부안,임실,화순,곡성) ▲경기?인천(강화,포천) ▲경상(고령,영양,영천,울진,칠곡,남해,합천,함안) ▲충청(영동,청양) 등 총 18곳이다. 특히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경상 지역은 상주를 제외한 모든 극장이 문을 닫은 상황이다. 

작은영화관 측은 “최근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극장이 있는 각 지자체와 협의해 휴관을 결정했다”며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거나 적은 지역에서는 극장 내 위생을 철저히 신경 쓰면서 정상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인구수가 적은 전국 지역 35곳에서 문화격차 해소를 위해 운영하는 작은영화관 사회적협동조합.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지역의 극장이 휴관을 결정했다./사진제공=작은영화관

정부에서는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문화?예술계를 위한 지원책, 감염병 예방 대응책 등을 내놓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0일 예술인 긴급생활자금 융자 지원 등 공연업계 긴급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예술인 긴급생활자금 융자 지원(총 30억원 규모) ▲소독·방역용품, 휴대형 열화상 카메라 지원(전국 민간 소규모 공연장 430개소, 2억 2천만원 규모) ▲코로나19 피해 예술단체의 경영 애로 및 법률 상담을 위한 ‘코로나19 전담창구’ 개설(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단체 피해보전 지원(총 21억 원 규모) 등이 포함됐다.

영화진흥위원회는 관객들의 안전한 영화 관람과 감염증 추가 확산 방지를 위해 이달 두 차례에 걸쳐 대형 멀티플렉스 3사, 지역 단관, 작은영화관 등 전국 극장 200여 곳에 손소독제 5000병을 지원했다. 영진위 측은 “관객 안전을 위한 적극적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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