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9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146명을 넘어선 가운데, 이 중 677명(59%)이 대구광역시 안에서 발생했다. 신천지 대구교회를 중심으로 다수의 확진자가 나오면서 시 안팎이 초비상 상태다. <이로운넷>은 지역 현지 분위기가 어떤지 듣기 위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대구 거주자에게 특별 기고를 요청했다. 25년째 대구에 살고 있는 주부 겸 프리랜서 카피라이터 임숙영 씨(50)가 최근 겪은 생생한 일상을 전해왔다.

일주일째 집안에서 머무르고 있다. 내가 사는 대구에서는 지난 20일 목요일 학원 휴원, 개학 연기 등이 정해졌다. 고3인 첫째 아이와 중3인 둘째 아이의 학원 휴원과 개학 1주일 연기, 성당 미사 2주 중지 지침, 3월이면 개강 예정이던 나의 수업까지 모두 연기됐다. 

당장 지난 22일 토요일 고향 안동에서 지내기로 한 아버지 기일에 대해 가족 채팅방에서 의논했다. 서울과 대구, 창원, 안동에서 사는 우리 여섯 자매는 이번에 모이지 않기로 결정했다. 기일이 되자 채팅방에는 간소하게 준비한 제수 음식 사진이 올라왔고, 제사를 모시는 시간에 함께 기도하며 아버지의 명복을 빌었다.

그 사이 천주교 안동교구 이스라엘 성지 순례팀에서 여러 명의 확진자가 나왔다는 뉴스가 떴다. 마침 어머니가 다니는 성당이었다. 날마다 전화를 하고 있었지만, 어머니에게 전화하니 “노인정도 문을 닫았고 성당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아무 데도 가지 마시고 집안에만 있으라”고 말씀을 드리고 나니, “따로 사 둔 마스크가 없다”고 하신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대구의 한 대형마트가 손님들 없이 텅 비었다. 임숙영 씨는 "코스트코에서 26일부터 번호표를 배부하면서 줄 선 사람들은 없어진 상황"이라고 전했다./사진제공=임숙영

대구 복현동에 사는 동생 집이 대형마트 ‘코스트코’ 앞이라 그야말로 접선을 하기로 했다. 22일 아침 7시 줄을 선 동생과 통화를 하며 코스트코에 도착하니 8시 40분, 하지만 줄은 이미 코스트코 건물 밖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매장 전체를 굽이굽이 서 있는 사람들은 일제히 마스크를 끼고 적막 속에서 한참을 기다렸다. 

1시간을 기다린 결과, 드디어 마스크 1통을 품에 안았다. 집으로 돌아와 안부를 묻는 친구와 통화를 하다 보니 “그 옛날에는 부모님이 먹고 싶다고 하면 한겨울 산속에서 딸기를 구했는데, 요즘은 마스크를 구해 드리는 게 효도구나” 하면서 웃었다.

성당에 미사가 여러 번 있어도 어른들이 참례하는 미사 시간은 거의 정해져 있어서 팔순이 넘은 어머니가 당연히 걱정됐다. 노인들에게 전염병은 정말 치명적인 일 아닌가. 시어머니도 걱정이었다. 마침 이를 치료한다고 치과를 다니면서 발치를 하신 상태였다. 

시어머니 역시 “천 마스크 말고는 없다”고 하시기에 부랴부랴 마스크와 손 소독제 휴대용을 갖다 드렸다. “아무 데도 안 간다. 그냥 쓰던 천 마스크 쓰면 된다”고 하셨지만, “KF90나 80 일회용 마스크를 비상용으로 가지고 계셔야 한다”고 당부의 말씀을 드렸다. 

여러 사람이 모이는 대구 대형마트의 식당가도 평소와 달리 손님들 없이 적막한 분위기다./사진제공=임숙영

매 시간 늘어나는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 특정 종교에 대한 비난과 종교 전체에 대한 혐오, 마스크를 사기 위해 장사진을 이루는 시민들, 텅텅 빈 거리와 가게들…. 불과 한 달 전 남의 집일을 구경하듯 중국 발 뉴스를 보다가 이제는 두려움 속에 내가 우리가 대구가 주인공이 되었다. 

최근 우리 동네는 학원 선생님의 확진, 근처 아파트 주민의 확진 등 환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제 안전한 곳은 집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참 먹성 좋은 아이들이라 ‘이제 곧 개학하면 학교에 가서 점심이나 저녁을 먹고 오겠지’ 하며 내심 엄마 독립의 날인 개학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런 바람은 어느 호시절의 이야기인 것 같다.

커피 한 잔 마시자, 밥 한 끼 먹자는 약속도 할 수 없는 지금, ‘심각?봉쇄?차단’이라는 단어가 뉴스 면을 채우고 있다. 대구·경북 지역을 필요에 따라 이동에 대한 행정력 활동을 검토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두려움이 커지면서 공포감이 들 때, 혐오와 증오와 비난도 함께 생겨난다. ‘아, 정말 두렵구나, 무섭구나!’라고 온몸으로 느끼면서 다시 마음을 가다듬는다. 

지난해 봄 대구 유스티나 신학교에서 촬영한 성당 주일 행사 사진. 최근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대구의 모든 성당에서 미사가 취소됐다. 평범한 일상도 누리기 힘든 요즘이다./사진제공=임숙영

어리석게도 어쩌면 당연하게도 내가 사는 곳이, 그리고 나와 우리 가족과 우리 이웃이 혐오와 기피의 대상이 될지는 몰랐다. 그렇게 선량한 듯 차별하며 살아온 나의 일상을 돌아본다. 아이들은 매끼 밥을 먹고 간식을 먹으며 학원 숙제를 하느라 나름 분주하다. 큰 녀석이 집안에만 있으니 답답하다며 나가고 싶다고 하더니 샤워를 하러 들어간다. 

불과 일주일 전처럼 산책하고 싶을 때 언제든 산책을 하며 살고 싶다. 코로나19의 최전선에서 일하고 있는 의료진들은 어떤 상황일까? 무엇보다 질병관리본부와 의료진 여러분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코로나19는 언제쯤 사라질까? 따뜻해지는 4~5월이 되면 사라질까? 여기 대구에도, 저기 저곳에도 분명 사람이 살고 있다.

임숙영 프리랜서 카피라이터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