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째 집안에서 머무르고 있다. 내가 사는 대구에서는 지난 20일 목요일 학원 휴원, 개학 연기 등이 정해졌다. 고3인 첫째 아이와 중3인 둘째 아이의 학원 휴원과 개학 1주일 연기, 성당 미사 2주 중지 지침, 3월이면 개강 예정이던 나의 수업까지 모두 연기됐다.
당장 지난 22일 토요일 고향 안동에서 지내기로 한 아버지 기일에 대해 가족 채팅방에서 의논했다. 서울과 대구, 창원, 안동에서 사는 우리 여섯 자매는 이번에 모이지 않기로 결정했다. 기일이 되자 채팅방에는 간소하게 준비한 제수 음식 사진이 올라왔고, 제사를 모시는 시간에 함께 기도하며 아버지의 명복을 빌었다.
그 사이 천주교 안동교구 이스라엘 성지 순례팀에서 여러 명의 확진자가 나왔다는 뉴스가 떴다. 마침 어머니가 다니는 성당이었다. 날마다 전화를 하고 있었지만, 어머니에게 전화하니 “노인정도 문을 닫았고 성당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아무 데도 가지 마시고 집안에만 있으라”고 말씀을 드리고 나니, “따로 사 둔 마스크가 없다”고 하신다.
대구 복현동에 사는 동생 집이 대형마트 ‘코스트코’ 앞이라 그야말로 접선을 하기로 했다. 22일 아침 7시 줄을 선 동생과 통화를 하며 코스트코에 도착하니 8시 40분, 하지만 줄은 이미 코스트코 건물 밖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매장 전체를 굽이굽이 서 있는 사람들은 일제히 마스크를 끼고 적막 속에서 한참을 기다렸다.
1시간을 기다린 결과, 드디어 마스크 1통을 품에 안았다. 집으로 돌아와 안부를 묻는 친구와 통화를 하다 보니 “그 옛날에는 부모님이 먹고 싶다고 하면 한겨울 산속에서 딸기를 구했는데, 요즘은 마스크를 구해 드리는 게 효도구나” 하면서 웃었다.
성당에 미사가 여러 번 있어도 어른들이 참례하는 미사 시간은 거의 정해져 있어서 팔순이 넘은 어머니가 당연히 걱정됐다. 노인들에게 전염병은 정말 치명적인 일 아닌가. 시어머니도 걱정이었다. 마침 이를 치료한다고 치과를 다니면서 발치를 하신 상태였다.
시어머니 역시 “천 마스크 말고는 없다”고 하시기에 부랴부랴 마스크와 손 소독제 휴대용을 갖다 드렸다. “아무 데도 안 간다. 그냥 쓰던 천 마스크 쓰면 된다”고 하셨지만, “KF90나 80 일회용 마스크를 비상용으로 가지고 계셔야 한다”고 당부의 말씀을 드렸다.
매 시간 늘어나는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 특정 종교에 대한 비난과 종교 전체에 대한 혐오, 마스크를 사기 위해 장사진을 이루는 시민들, 텅텅 빈 거리와 가게들…. 불과 한 달 전 남의 집일을 구경하듯 중국 발 뉴스를 보다가 이제는 두려움 속에 내가 우리가 대구가 주인공이 되었다.
최근 우리 동네는 학원 선생님의 확진, 근처 아파트 주민의 확진 등 환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제 안전한 곳은 집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참 먹성 좋은 아이들이라 ‘이제 곧 개학하면 학교에 가서 점심이나 저녁을 먹고 오겠지’ 하며 내심 엄마 독립의 날인 개학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런 바람은 어느 호시절의 이야기인 것 같다.
커피 한 잔 마시자, 밥 한 끼 먹자는 약속도 할 수 없는 지금, ‘심각?봉쇄?차단’이라는 단어가 뉴스 면을 채우고 있다. 대구·경북 지역을 필요에 따라 이동에 대한 행정력 활동을 검토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두려움이 커지면서 공포감이 들 때, 혐오와 증오와 비난도 함께 생겨난다. ‘아, 정말 두렵구나, 무섭구나!’라고 온몸으로 느끼면서 다시 마음을 가다듬는다.
어리석게도 어쩌면 당연하게도 내가 사는 곳이, 그리고 나와 우리 가족과 우리 이웃이 혐오와 기피의 대상이 될지는 몰랐다. 그렇게 선량한 듯 차별하며 살아온 나의 일상을 돌아본다. 아이들은 매끼 밥을 먹고 간식을 먹으며 학원 숙제를 하느라 나름 분주하다. 큰 녀석이 집안에만 있으니 답답하다며 나가고 싶다고 하더니 샤워를 하러 들어간다.
불과 일주일 전처럼 산책하고 싶을 때 언제든 산책을 하며 살고 싶다. 코로나19의 최전선에서 일하고 있는 의료진들은 어떤 상황일까? 무엇보다 질병관리본부와 의료진 여러분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코로나19는 언제쯤 사라질까? 따뜻해지는 4~5월이 되면 사라질까? 여기 대구에도, 저기 저곳에도 분명 사람이 살고 있다.
- 코로나19 냉기...경기도 '착한 건물주' 봄바람으로 맞선다
- ‘코로나19’...사회적경제 매출 명암 "매장손님 뚝, 온라인 주문 폭주”
- 문체부, 국립예술단체 공연 ‘잠정 중단’...코로나19 확산 예방
- LH, 임직원?입주민?건설근로자 ‘코로나19’ 대응 비상회의 개최
- [특별기고] 코로나19 소비위축...협동조합 긴급대책 시급하다
- [한장으로 보는 사경 인포그래픽 뉴스] 15. 한국 덮친 코로나19 - 2월24일 오후16시 기준
- 노동부 "코로나19 여파...사회적기업 지원금 선지급 검토"
- [주수원의 문화로 읽는 사회적경제] 2. 공동체 경제를 꿈꾼다
- 돌봄 공백 만든 코로나19 "노인돌봄 중단 못해...마스크부터 필요합니다"
- [코로나19 현황] 국내 확진자 총 977명...사망자 10명(2.25 오후 4시)
- [코로나19 현황] 국내 확진자 총 1146명...사망자 11명(2.26 오전 9시)
- 코로나19 확산 방지, 광화문 한기총 집회 천막 7개동 철거
- [카드뉴스] 온기로 이겨내는 코로나19
- 삼성, 코로나19 극복에 300억 기부…이재용 “사회와 나눌 때”
- [코로나19 현황] 국내 확진자 총 1595명(2.27 오전 9시)
- 고용노동부, 코로나19 예방위해 유연근무제 지원절차 간소화
- 코로나19 에어로졸 감염? 실내 환기로 막을 수 있다
- 인천기업들, 취약계층 아동에 ‘코로나19’ 예방 1억7600만원 기부
- [코로나19 현황] 국내 확진자 총 1766명...사망자 13명(2.27 오후 4시)
- 어느 中유학생 이야기 "친구가 보고싶은데...학교 갈 수 있을까요?"
- 서울시, 공공상가 임대료 6개월간 반값…코로나19 피해 지원
- [코로나19 현황] 국내 확진자 총 2022명(2.28 오전 9시)
- [윤명숙의 화톳불 옆 소소담담] 7. 금쪽같은 내 아이
- 코로나바이러스 시대에 건네는 책 백신
- 국내 연구진 코로나19 치료용 항체·진단 연구결과 발표
- [기자수첩] 코로나19가 드러낸 '이때싶' 혐오
- [은밀한 호떡집] 3. 대구의 친구에게
- 세월호 유가족이 보낸 핸드크림…간호사들은 펑펑 울었다
- [개학연기, 그후]① “아이와 함께 ‘집콕’, 뭘 하고 놀아야 하죠?”
- "혐오 표현 노출 많을수록 공동체 신뢰 하락"
- 티앤씨재단, ‘비뚤어진 공감이 만드는 혐오사회’ 주제로 컨퍼런스 개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