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코로나19 확진자가 8만 명 가까이로 늘면서 각 나라에서는 자국민 감염을 막으려 입국 제한 조치, 국경 검역 강화 등을 시행하고 있다. 중동 지역 일부 국가는 최근 14일 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은 입국을 금지했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질병관리예방센터는 한국 여행경보를 최고 등급 3단계로 올려 한국으로의 불필요한 모든 여행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내셔널지오그래픽은 24일(현지시간) “역사와 과학에 의하면 여행 제한 조치는 감염을 연기할 수는 있어도 완전히 막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매체는 “여행자들에게서 질병의 흔적을 샅샅이 뒤져 격리 조치하는 행위는 1800년대 콜레라 창궐 당시, 최근 에볼라 바이러스 유행 당시를 포함해 몇 세기 동안 이어져 왔다”며 “다만 이런 통제 방식이 부적절하거나 불균형하게 활용될 때는 감염병 확산 방지가 더 어렵다”고 설명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오늘날의 전염병학자들은 ‘어떤 조치를 취해도 국경에는 샐 구멍이 있다’는 법칙을 발견했다”며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 지역 봉쇄나 여행 제한은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고 전했다.

지역·집단 봉쇄 효과는 단기적

미국 노스이스턴대학교의 네트워크 과학자 마테오 차이나치(Matteo Chinazzi)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중국이 우한을 봉쇄했을 때는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코로나19로 증상이 나타나기까지는 약 5일 정도가 걸리지만, 증상이 없을 때도 감염자는 병을 옮길 수 있다. 특히 ‘사이언스’지가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인체 세포에 대한 코로나19의 친화도(affinity)는 다른 코로나바이러스보다 10~20배 높다. 따라서 시가 봉쇄되기 전 코로나19는 중국 내 다른 도시들에 뿌리를 내렸다. 이미 바이러스가 상하이, 베이징, 광저우 등 중국 본토 내 여행 중심지에 펴진 다음이다. 후베이성에서 온 사람만 입국 금지하는 한국과 일본에 바이러스 유입이 여전했던 이유다.

차이나치의 연구 결과로 보면, 우한 봉쇄는 국제적인 감염병 확산을 3~5일 정도만 연기했다. 물론 대응책을 세우려면 단 며칠도 중요하지만, 큰 기대를 할 수 있는 효과는 아니다. 니콜 에렛(Nicole Errett) 워싱턴 대학교 공중 보건 대학 강사(前 미 보건복지부 특별보좌관) 역시 “장기적으로 봤을 때 여행 제한은 감염병 확산을 완전히 막는 역할을 할 수 없다”고 전했다. 에렛은 다른 두 동료와 함께 한 연구를 통해 지난 에볼라·사스 사태 당시 여행 제한 조치는 단기적으로만 효과가 있었음을 밝혀냈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승객 중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일본 정부는 탑승자 하선을 2주간 금지했다. /사진=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또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는 과한 격리조치가 불러온 집단 감염 사례다. 해당 크루즈는 2월 3일부터 2주간 일본 요코하마항에 격리됐으며, 그 결과 탑승자 3,700명 중 691명이 확진 판정을 받고 25일 4번째 사망자가 발생했다. 로렌스 고스틴(Lawrence Gostin) 조지타운 대학 교수 겸 WHO 국내 및 국제 보건법 협력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Collaborating Center on National and Global Health Law) 감독은 내셔널지오그래픽을 통해 “탑승자들을 하선시킨 후 격리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러스 감지 역량부터 높여야

내셔널지오그래픽은 국경검문소나 공항에서 볼 수 있는 체온계는 열을 감지하는데 70% 정도만 효과가 있다고 보도했다. 체온이 높아진 4명 중 1명은 지나친다는 의미다.

UCLA 전염병 생태학자 제이미 로이드-스미스(Jamie Lloyd-Smith)는 매체를 통해 “어떤 지역이든 감염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며 “여행객 검역 시스템은 ‘방화벽’ 같은 존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와 다른 수학자들은 최근 코로나19 감지를 위해 사용된 여행자 검역 프로그램의 성과를 측정하는 연구 모델을 내놨다. 체온계의 측정 실패율은 얼마인지, 바이러스 전달력은 얼마나 강한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바이러스를 전파하는지, 여행객들이 정확하게 증상에 대한 검역 설문지를 작성하는지 등을 연구했다. 이들은 2015년에도 사스, 메르스, 인플루엔자, 에볼라 창궐 당시의 여행자 검역 프로그램 연구결과를 내놨다.

결과는 이렇다. 기껏해야 감염된 항공 여행자 중 절반 정도만 선별할 수 있고, 상황에 따라 이 확률은 20%까지로도 내려간다. 코로나19 증상의 잠복성이 높아 제대로 확인하기가 어려운 탓이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바이러스 감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싱가포르를 바람직한 예로 들었다. 매체는 “싱가포르에는 공적 자금이 투입되고, 치료 비용이 대체로 낮으며, 의사와 간호사를 비롯한 건강 전문가들이 많아 세계적으로 가장 수준 높은 보건 시스템을 보유한다고 인정 받는다”며 “마크 립시치(Marc Lipsitch) 하버드 T.H. 챈 보건대학원 유행병학자 연구팀에 의하면 코로나19 발생 첫 주간 동안 191개 국가 중 싱가포르가 질병 감시를 가장 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새로운 감염자를 가려내는데 싱가포르의 감시 방식이 특히 예민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역사회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감염자들을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원문 

https://www.nationalgeographic.com/science/2020/02/why-travel-restrictions-are-not-stopping-coronavirus-covid-19/?fbclid=IwAR3aOR-S1afNl3nNqt-WYmZnpjblLA4Jb5z0RutZzHj9NUoAFUTs8dQCc7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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