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와 프로젝트를 연결하는 IT분야 전문 플랫폼 ㈜이랜서는 국내 최초로 관련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 37만명 넘는 프리랜서 인력을 아우른다./사진제공=㈜이랜서

“예전엔 프리랜서로 일한다고 하면 ‘능력 없어 정규직이 못 됐다’고 하는데, 요즘은 정규직이 프리랜서한테 ‘너 능력 있구나, 정말 부럽다’고 해요. 20년 사이 정반대가 됐죠.”

프리랜서와 프로젝트를 연결하는 기업 ㈜이랜서의 박우진 대표는 지난 20년 사이의 변화를 이렇게 설명했다. 능력 있다고 평가받는 ‘부러움의 대상’이 정규직에서 프리랜서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직장에서 정규직으로 평생 일하던 시대는 갔다. 내가 잘하는 일을 하고 싶은 만큼 하는 게 더 가치 있다고 평가받는 세상이다. 기업에서도 정규직보다는 일시적·단기적 업무를 맡아줄 프리랜서를 점점 더 선호하는 분위기다. ㈜이랜서는 전문성·역량을 갖춘 인재와 단기·비정기적 업무가 필요한 고객사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는 기업이다.

IT분야 맞춤형 프리랜서-프로젝트 연결, 누적액 6800억원

박우진 ㈜이랜서 대표는 "프리랜서는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싶은 만큼 하는 게 핵심인데, 정부의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이 자유로운 방식을 저해시킬 수 있다"며 "특히 IT 분야 같은 창의성과 몰입이 중요한 업무의 효율성을 떨어트릴 것"이라는 우려를 드러냈다./사진제공=㈜이랜서

지난 2000년 설립된 ㈜이랜서는 개발·모바일·디자인·기획·엔지니어링 등 IT 분야에 특화해 관련 프로젝트가 필요한 고객사와 이를 수행할 전문 프리랜서를 잇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1990년대 연구소에서 신산업 트렌드 파악 업무를 하던 박 대표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기업의 프로젝트를 수주·수행하는 직업인 ‘이랜서(e-lancer)’라는 용어를 접했다. 이랜서가 향후 경제 흐름을 주도할 것이라 보고, 국내에서 처음으로 해당 서비스를 사업화했다.

그동안 ㈜이랜서에 등록된 프리랜서의 수만 37만 명을 넘어섰고, 프로젝트 누적액 6800억 원, 프로젝트 수 4만 건 이상을 달성하는 등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두산, 삼성, LG, SK, 현대 등 대기업과 우리은행, 농협, 신한카드 등 금융권, 한국전력공사, 국세청, 법무부 등 각종 공기관 등 5000여 곳이 주요 고객사로 맞춤형 인재와 프로젝트를 각 기업에 추천해 수행한다.

특히 4차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IT 분야 프로젝트의 수요가 늘고, 프리랜서로 일하는 방식에 관심이 커지는 상황이다. 박 대표는 “2000년대 초만 하더라도 이랜서 비즈니스가 빠른 편이라 고생을 많이 했다”며 “요즘에는 프리랜서로 자유롭게 일하는 방식이 전 세계적 트렌드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 20년간 프리랜서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인식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박 대표는 “2000년대만 해도 직원들이 사무실에 전부 모여 일하는 방식이 보편적이라 ‘정규직 못하는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라며 프리랜서를 꺼렸다”며 “지금은 각자 떨어져 일해도 문제가 없고 이를 믿어주는 신뢰 사회가 됐다. 정규직은 ‘회사 나가면 굶을 텐데’를 걱정하지만, 프리랜서는 능력을 인정받아 원하는 대로 일하면서 돈을 버는 사람으로 재평가받게 됐다”는 의견을 밝혔다. 

능력 있지만 풀타임 근무 어려운 근로자 “원하는 만큼 일한다”

안혜연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소장(왼쪽)과 박우진 ㈜이랜서 대표는 지난 11일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데이터 분석 전문 여성인력 양성·활용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사진제공=WISET

더욱이 설립 초기에는 프리랜서의 80%가 남성이었지만, 최근에는 6:4의 비율로 여성이 더 많아졌다. 능력과 경험이 풍부하지만 결혼, 육아 등 현실적 문제로 풀타임 근무가 어려운 다수의 여성이 발을 들이면서다. 박 대표는 “기존 근로 형태에서는 똑같은 사이즈·색깔의 옷만 입게 했다면, 프리랜서 세계에서는 여러 선택지를 줘서 내게 딱 맞는 옷을 입을 수 있도록 한다”며 “선택의 폭을 넓히면서 오직 능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 긍정적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11일에는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데이터 분석 전문 여성 인력 양성·활용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빅데이터 시대, 신산업·신기술 분야로 진출을 희망하는 여성 인력을 양성하고, 프로젝트 중심으로 바뀌는 산업계 변화에 따라 프리랜서로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꼼꼼하고 꾸준하다는 장점이 발휘돼 여성들이 전문 분야에서 더 많은 기회를 얻고 자아실현을 해나가길 바란다”는 게 박 대표의 생각이다.

서울 선릉역 부근에 위치한 코워킹스페이스 ‘ECS153’에서는 프리랜서, 초기 스타트업이 회의 등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사진제공=㈜이랜서

프리랜서는 보통 단독으로 일하지만, 협업·협동의 가치가 커지면서 지난 2018년 서울 선릉역 근처에 코워킹스페이스 ‘ECS153’를 열었다. ㈜이랜서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프리랜서들이 자유롭게 공유사무실에 나와 회의 등 업무를 하기도 하고, 규모가 큰 프로젝트는 협업해 함께 따낼 수 있다. 사무공간이 필요한 IT 분야 초기 스타트업도 입주할 수 있도록 문을 열었다.

입주를 원하는 기업은 홈페이지를 통해 상시 신청할 수 있지만, 1호점은 현재 인원이 가득 찼다. ㈜이랜서 선릉역에 이어 강남역 부근에 ‘ECS153’ 2호 개점을 준비 중이며, 강북 지역에 3호점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지난 20년간 프리랜서 사업을 선도해온 ㈜이랜서의 향후 계획은 무엇일까. 박 대표는 “IT 분야 전문 프리랜서 시장을 키우기 위해 그동안 많은 연구와 경험을 쌓아왔다”며 “앞으로 세계로 시야를 넓혀 글로벌 플랫폼이 되려고 한다. 일본에 지사를 세워 새로운 시도 중이며, 중국 시장에 진출해 사업을 키워나가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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