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공공부문의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2020 사회적 가치 포럼’이 열렸다.

“공공부문이 현재 사회적 가치 창출 선두에 서게 됐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사회 전체에 사회적 가치가 뿌리내려야 합니다. 즉 공공부문이 ‘먼저’ 할 뿐, 사회적 가치가 ‘공공부문에만’ 적용되는 건 아닙니다. 사회적 가치가 민간과는 상관 없고 공공부문만 해야 하는 무엇으로 인식해서는 안됩니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의 일성이다. 20일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는 ‘공공부문의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2020 사회적 가치 포럼’이 열려 정부, 민간기업, 학계 등 각계각층 인사들이 공공부문과 사회적 가치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포럼은 공공상생연대기금,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재)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가 주최·주관했으며,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후원했다.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는 비례 관계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 발전에 기여하는 일이 어떻게 시장경제의 효율성과 양립 가능한지를 이해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 교수는 이날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가 분리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회적 가치를 ‘공공성’이라는 표현으로 치환했다. 장 교수는 “공공성이 커질 때 1인당 GDP도 함께 높아진다”며 “낮은 공공성은 성장을 저해할 뿐 아니라 불평등을 높인다”고 말했다. 사회적 가치에 투자하고 재원을 활용해야 더 성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장 교수는 공공성의 하위 영역을 ▲공동 이익에 기여하는 국가와 사적 영역의 자원 투입 및 배분 상태를 의미하는 ‘공익성’ ▲자원 접근과 분배 및 재분배의 형평성 정도인 ‘공정성’ ▲공익에 관한 내용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시민 참여 역량과 제도화 수준을 말하는 ‘공민성’ ▲공익에 관한 의사표현 자유와 의사결정과정에서 개방성과 투명성을 말하는 ‘공개성’으로 나눴다. 이 4가지 구성 요소에 근거해 측정했을 때, 2015년 기준 OECD 국가 중 자료가 없는 나라를 제외하고, 30개국 중 한국은 공공성 30위를 기록했다. 국민이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는 시장에 내몰렸다는 분석이다.

낮은 공공성은 안전도 위협한다. 장 교수는 “공공성이 높은 나라일수록 위험관리 역량이 높다”며 “안전은 대부분의 사회 구성원이 협력할 때만 얻을 수 있는 공공재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세월호 참사 사례를 들었다. 선령 21년 세월호가 한국에서 운항할 수 있었고, 해경이 정상적인 모니터링과 구조활동을 할 수 없었던 이유는 기술이 아닌 공공성의 문제라는 것. 장 교수는 “안전에 대한 투자를 비용으로 생각하지 말아야하고, 정치적·정파적 이해관계 때문에 재난과 안전을 왜곡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가치 법적 기반 필요

패널 토론 시간에는 좌장 송경용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이사장을 비롯해 정부·학계·언론·민간 분야 인사 8명이 이야기를 나눴다.

각계 인사들은 사회적 가치가 자연스레 국민 인식에 스며들기 위해서는 관련 법률 제정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홍두선 기획재정부 장기전략국장은 “현 정부는 사회적 가치를 국정운영의 중요 아젠다로 채택하고, 그간 주요 제도 개선을 추진했다”며 “국회 계류 중인 사회적가치 기본법, 사회적경제 기본법, 사회적경제기업제품 판로지원법 등의 제정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기재부는 지난 17일 2020년 정부업무보고를 진행하며 사회적경제 추진기반을 강화하고, 인프라 고도화, 홍보·확산 등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을 밝힌 상태다.

성한용 한겨레신문 선임기자도 국회 ‘소관위 접수’ 상태에 머물러 있는 사회적 가치, 사회적경제 관련 법안들을 하루빨리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다양한 추진전략을 세우고 제도를 만들지만, 청와대의 힘만으로 끌고 가는 건 오히려 야당의 반발만 부추길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모범적인 법률안을 아무리 많이 만들어 놓아도 의미가 없고, 한 줄이라도 실제로 국회에서 법을 통과시키는 게 중요하다”며 “더불어민주당 대표, 원내대표 등 관련 국회의원들이 의무감을 갖고 협상을 통해 기본법을 통과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공부문 사회적 가치에 ‘영혼’ 실려야

‘공공부문의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2020 사회적 가치 포럼’ 현장. 

공공부문의 사회적 가치 창출이 '정치적 의제'가 아닌 '정책적 의제'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유행처럼 지나가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공감대를 얻어 장기 정책으로 확산시켜야 한다는 의미다.

성 선임기자는 문재인 정부에서 많은 공무원들이 사회적 가치에 관한 정책을 세우고 집행하지만, 한 정권에만 머무르는 정치적 의제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성 선임기자는 “사회적 가치에 대해 국회와 언론이 관심갖게 하려면 홍보가 아닌 실현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염형철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 이사장은 정부가 사회적 가치 실현을 논의하고 계획을 수립한 것 자체가 큰 진전이라면서도, ‘공익성 증진’이라는 소명을 실현하지 못하는 공공기관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를 들어 한국전력은 석탄화력 발전의 비중을 줄이기 위해 획기적으로 노력하고 금융기관들은 석탄화력에 대한 투자를 줄여야 하는데, 한전은 개도국에까지 가서 석탄화력발전소들을 짓고 있으며 한국수출입은행·한국무역보험공사·산업은행·국민연금 등은 함께 어깨 걸고 돌아다닌다”고 말했다. 염 이사장은 공공기관들이 기부나 자원봉사 활동에서 벗어나 근본적으로 공공기관 성격에 맞는 사회적 가치 실현을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김재구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도 공공기관들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때 담당 팀의 과제로 인식하는 게 아니라 조직의 전반적인 혁신으로 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공기관들은 설립 목적과 주요 사업에 따라 각기 다른 고유 미션이 있기에 본업과 관련지어 사회적 가치 창출을 잘 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토지주택공사를 예로 들며 “취약계층 주거 안정, 안전한 주거·근로환경 조성 등 본업에 충실하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 국민체감을 높였다”고 말했다.

사진.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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