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페인‧트로피‧흑백판‧번아웃…키워드로 본 ‘기생충’ 기자회견 
캠페인‧트로피‧흑백판‧번아웃…키워드로 본 ‘기생충’ 기자회견 
  • 이로운넷=양승희 기자
  • 승인 2020.02.19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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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4관왕, 금의환향 ‘기생충’에 뜨거운 취재 열기 
‘오스카 캠페인’ 인터뷰만 600회, 트로피 총 6개 받아
흑백‧드라마로 제작…봉준호 “이미 번아웃, 차기작 몰두”
19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생충’ 기자회견에는 유례 없이 수백명의 취재진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19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생충’ 기자회견에는 유례 없이 수백명의 취재진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현장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취재진들이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입장했다.

“이렇게 많이 왔다고?”

19일 오전 11시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개최된 ‘기생충’ 기자회견장은 수백 명의 취재진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국내외 불문하고 유례없이 많이 몰려든 기자들의 모습 자체가 ‘뉴스’가 되는 순간이었다. 최근 크고 작은 행사를 취소시킨 코로나19도 ‘기생충’의 기세는 꺾지 못했다.

프랑스 칸 영화제를 찍고, 미국 아카데미 4관왕까지. 한국영화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기생충’이 그야말로 금의환향했다. 봉준호 감독을 필두로 주요 제작진,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여 아카데미 수상을 축하하며 함께 응원해준 관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기생충’은 19일 기준 해외영화제 수상 19개, 해외시상식 수상 155개 등 총 174개 부문에 이름을 올리며 전 세계 관객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을 끝으로 약 10개월간 공식 활동을 마무리 짓는 ‘기생충’의 주요 이야기들을 주요 키워드로 정리해봤다.

#오스카 캠페인, 송강호가 코피까지 흘린 사연

19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생충’ 기자회견에서 배우 송강호(왼쪽)와 봉준호 감독이 오스카 캠페인에 대해 말하고 있다.
19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생충’ 기자회견에서 배우 송강호(왼쪽)와 봉준호 감독이 오스카 캠페인에 대해 말하고 있다.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을 차지하는데 지난해 8월부터 무려 6개월간 이어진 ‘오스카 캠페인’의 역할이 컸다고 말했다.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작품들은 저마다 선거 활동처럼 일종의 홍보 활동을 펼치는데, 봉 감독은 인터뷰만 600회, 감독과의 대화는 100회 이상 치렀다. 함께 참여한 배우 송강호는 실제 코피까지 쏟아가며 강행군을 했을 정도였다.

봉 감독은 “넷플릭스 등 거대 스튜디오에 비해 적은 예산, 게릴라전 식으로 캠페인을 펼쳤다”며 “LA 전광판, 유명 신문 광고 등 물량 공세를 펼친 다른 작품에 비해 ‘기생충’은 몸으로 부딪치고 아이디어를 내가며 똘똘 뭉쳐 진행했다”고 말했다. 송강호는 “6개월간 캠페인 과정을 통해 다른 예술가들과 호흡하며 그들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경험했다”는 소감을 덧붙였다.

#선을 넘은 오스카, 트로피의 행방은 어디로?

19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생충’ 기자회견에서 참석한 배우 박명훈, 장혜진, 이정은, 박소담, 송강호, 봉준호 감독, 곽신애 대표, 한진원 작가, 이선균, 조여정, 이하준 미술감독, 양진모 편집감독(왼쪽부터)의 모습.
19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생충’ 기자회견에서 참석한 배우 박명훈, 장혜진, 이정은, 박소담, 송강호, 봉준호 감독, 곽신애 대표, 한진원 작가, 이선균, 조여정, 이하준 미술감독, 양진모 편집감독(왼쪽부터)의 모습.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감독상‧각본상‧편집상‧미술상‧국제장편영화상 등 총 6개 부문에 오른 ‘기생충’은 총 4관왕(작품상‧감독상‧각본상‧국제장편영화상)에 올랐다. 감독상을 받은 봉 감독이 “이 트로피를 텍사스 전기톱으로 잘라서 5등분 해 나누고 싶은 마음”이라고 수상 소감을 밝혀 화제를 모은 만큼, 트로피의 행방에 대한 궁금증이 쏠렸다.

‘기생충’ 팀은 오스카에서 후보 부문까지 총 6개 트로피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사 (주)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는 “트로피에 이름이 쓰인 경우 그 주인이 가져갔다”며 “총 4개를 받은 봉 감독께서 4개는 너무 무겁다면서 국제장편영화상 트로피 하나를 주셔서 제작사 사무실에 비치했다”고 설명했다.

#괴물‧설국열차 아닌, 기생충에서 터진 이유?

19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생충’ 기자회견에서 봉준호 감독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19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생충’ 기자회견에서 봉준호 감독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봉 감독의 전작 ‘괴물’ ‘설국열차’ 등에서도 빈부격차, 사회모순 등 블랙코미디 요소가 나오는데, 특히 ‘기생충’에서 터진 이유는 무엇일까. 봉 감독은 “앞선 두 작품은 SF적 요소가 많은 데 비해 이번 작품은 이웃에서 볼 법한, 동시대 현실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했기에 더욱 폭발력을 가진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스토리를 풀어내는 방식에서 우스꽝스러움이 있지만, 빈부격차가 주는 씁쓸함이나 쓰라린 점을 단 1cm도 피하기 싫었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기생충’은 한국을 넘어 글로벌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봉 감독은 “아카데미  후광과 상관없이 앞서 북미에서 2500만 달러 이상 흥행 기록을 세웠고, 프랑스‧영국‧일본‧베트남 등 전 세계 동시대 관객들이 큰 호응을 해줬다는 게 이번 작품의 가장 큰 의미이자 기쁨이다”라며 “세계 관객들이 왜 반응했는지에 대해서는 시간적 거리를 두고 함께 분석해보자”고 제안했다.

#흑백‧드라마, 새로운 버전으로 보는 ‘기생충’

'기생충: 흑백판 (Parasite, B&W Version)'은 오는 26일 개봉한다. 봉준호 감독은 "고전영화에 대한 동경으로 '마더'에 이어 '기생충'을 흑백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기생충: 흑백판 (Parasite, B&W Version)'은 오는 26일 개봉한다. 봉준호 감독은 "고전영화에 대한 동경으로 '마더'에 이어 '기생충'을 흑백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5월 30일 개봉한 ‘기생충’은 이달 26일 흑백판으로 새롭게 개봉한다. 앞서 네덜란드 ‘로테르담 영화제’에서 흑백 버전을 먼저 선보였는데, 한 관객은 “화면에서 냄새가 더 나는 것 같다”는 평을 하기도 했다. 봉 감독은 “알록달록한 색감을 빼고 나면 배우들의 미세한 표정, 눈빛에 더 집중할 수 있다”며 “기존에 보이지 않던 부분이 보일 것”이라고 팁을 전했다.

또한 미국 제작사 HBO에서 ‘기생충’을 드라마로 새롭게 제작한다. 틸다 스윈튼, 마크 러팔로 등 유명 배우가 출연한다는 언급이 나왔지만, 아직 정해진 사항은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시즌제가 아닌 리미티드 시리즈로 약 5~6개 에피소드로 구성될 예정이다. 봉 감독의 대표작인 ‘설국열차’ 역시 드라마로 제작돼 오는 5월 방영을 앞뒀다. 2014년 제작 논의 이후 5년 만에 나오는 만큼, ‘기생충’ 역시 드라마로 방송되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봉준호 생가? ‘번아웃’ 극복 후 차기작으로

19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생충’ 기자회견에서 창작진 및 배우들이 포토타임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
19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생충’ 기자회견에서 창작진 및 배우들이 포토타임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카데미 수상 소식 이후,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는 봉준호 관련 동상‧생가‧박물관을 만들자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봉 감독은 “그런 논의는 제가 죽은 다음에 논의해주셨으면 좋겠다. 모든 것이 지나가리라 하는 마음이다”라고 재치 있게 답변했다. 

사실 봉 감독은 2017년 ‘옥자’ 촬영부터 이미 번아웃 증후군(극도의 신체적 ‧정신적 피로감)을 겪고 있다고 고백했다. 최근 6개월 넘는 오스카 캠페인 등을 소화하면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방전돼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계속 잠만 잘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봉 감독은 “오늘 아침 마틴 스콜세지 감독께서 편지를 보내왔는데 ‘그동안 수고했고 이제 좀 쉬어라. 그 대신 조금만 휴식하고 차기작을 만들어 달라’고 하셨다”고 이야기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끝으로 ‘기생충’ 공식 일정을 마무리한 창작진, 배우들은 “이제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 다시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봉 감독 역시 “지난해 5월 개봉부터 오늘까지 경사가 이어졌다. 한국 영화사에서 중요한 사건처럼 기억될 수 있지만, ‘기생충’이라는 작품 그 자체로 관객들에게 기억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사진. 노산들 이로운넷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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