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경제 중간지원 조직에서 일하는 한 후배가 얼마 전 소셜에 글을 남겼다. 앞으로 방향에 대한 고민의 화두를 여러 가지 던졌다. 하나는 개인이 매몰돼 사라지는 집단 또는 지역 중심이 아닌, 소중한 한 사람의 삶을 중심에 두는 사회적 경제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이해했다. 지극히 마땅한 일이고 가야할 방향이라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이에 대한 고민보다 더 아팠던 것은 “나는 희미한 ‘우리’가 그저 거대한 국가 권력 따까리를 하는 게 자존심 상할 뿐이다.”, “희미한 우리도 우리 호흡으로 좀 살아보자!”, “그저 국가가 만들어 놓은 매뉴얼대로 움직이면서 과업목표 달성에 매몰되어 살고 있을 뿐이다.”, “나는 그 국가정책 때문에 먹고 산다. 난 이런 내가 싫다.”라는 말이었다.
중간조직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이 말 뜻이 어떠한 것인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일상의 스트레스라고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후배의 이런 글을 읽으면서 또 다시 생각난 게 있다. 1976년 1월 23일 원주 원동성당에서 발표된 ‘원주선언’이다. 이때는 박정희 군사 독재가 긴급조치 9호로 정권을 유지하던 시대였다. 원주선언이 발표된 지 30년이 지난 2006년 원주선언을 처음 접했다. 저항을 넘어 불의를 준엄히 꾸짖고 방향을 제시하는 선각자들의 안목과 용기가 놀라웠다. 그러면서도 너무나 안타까웠던 것은 30년이 흘렀는데도 본질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이후 또 1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역시 일반 주민의 입장에서는 크게 변한 게 없다.
원주선언에서는 “우리는 역사적인 상황과 풍토에 따라 민주주의의 실제 운용에 다소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절대로 과소평가하지 않는다. 그러나 적어도 하나의 정치제도가 민주주의로 불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져야 할 근본이념이 있고, 또한 최소한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이것이 파괴될 때는 이미 민주주의는 존재하지 아니하는 것이다.”라고 전제한다.
그러면서 “그 근본이념이란 국가권력의 절대성, 무오류성을 부인하고 견해와 이익의 다양성과 가치의 상대주의를 용납하며, 국가권력을 민중의 자유에 대한 가상 적으로 규정하여 부단히 감시, 견제, 제한하는 비판정신을 장려하는 것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총화는 침묵이 아니며, 총화의 적은 비판과 저항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사회적 경제의 특징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이야기하는 것 중 하나가 공적(公的) 부문으로부터의 독립이다. 또한, 시장이나 국가와는 전혀 다른 경제 주체, 그것이 협동조합 등을 중심으로 한 사회적 경제라는 것도 부인되지 않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각 부처에서 나오는 사회적 경제 관련 정책은 사회적 경제의 발전 보다는 국가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 또는 우수한 평가를 받기 위한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제도화됐기 때문에 국가와 어떤 식으로든 소통하는 것은 필수요소이긴 하지만 중요한 것은 관계의 긴장감이 없다는 것이다. 많은 오류들이 지적되고 국가는 항상 ‘무오류’이다. 견해와 이익의 다양성과 가치의 상대주의는 용납되지 않는다. 그냥 절대적이다. 민은 국가라는 블랙홀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2009년 제주도지사 주민소환운동을 벌였던 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당시 “공무원이 지역 발전의제를 장악하고 ~ 관 주도의 특별자치로 도지사에게 권력이 독점되는 반면 주민참여는 실종되고 지역발전을 위한 주민의 상상력 또한 모두 차단됐다”며 지역사회를 진단했다. 발전의제의 장악과 주민 상상력의 차단. 이 역시 우리가 현재까지 처한 현실이 아닐까?
후배의 고민과 스트레스 속에서 사회적 경제의 갈 길과 국가와 자치단체와의 관계, 우리의 역량을 고민한다. 그리고 또 생각한다. 나는, 우리는 민주적인가?
- 원주 사회적경제 기록 한 곳에 모인다...원주기억저장소 개원
- "사회적 가치 높아야 사회적 금융 접근성도 높아지는 구조 만들 것"
- 관광·남북교류·산림, 강원도 사회적 경제 전략모델 육성 '시동'
- "사회적경제 기본법 제정하라!" 2019사회적경제 활동가대회 성료
- 원주 사회적경제, 어려운 이웃 지원하는 네트워크 구축한다
- 협동조합 도시 춘천시, 민간위탁 사무에 협동조합 참여 길 넓힌다
- 청년정치인과 ‘새로운 청년정치 가능성’ 모색자리 열린다
- 원주에서 근·현대 사상가 한자리에서 만난다
- “강원 사회적경제, 질적성장 전환기...지원인력과 시스템 고도화 필요”
- “사회적경제? 종전의 생각, 조직, 언어조차 바꿔야한다"
- 사회적기업 사례로 협동과 연대를 가르치는 대학 강의 개설한다
- 한·일 협동운동 '차별과 배제없는 지역사회 만들기'로 만나다
- 무위당 장일순선생 25주기 문화제...16~19일까지
- 전북도-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사회적경제 정책 논의
- [김선기의 세바시] 2. 협동조합 정의를 다시 생각한다
- [김선기의 세바시] 1. 도시재생과 생활재생, 협동조합
- 춘천협동조합지원센터, 사회적경제 공공구매 협동상단 운영한다
- 원주사경네트워크, '1000원 기금조성' 운동 추진
- "우리 마을 주민은 우리가 돌본다!" 원주 '건강반장' 활동 개시
- '원주에 사는 즐거움'·'월간 옥이네' 2020년 우수콘텐츠잡지로 선정
- [김선기의 세바시] 4. 이제야 진정 "사회적 경제란 무엇인가?" 물음을 던질때
- "도시재생 사업에 사회적 경제 입힌다."
- 제주도, 공공구매 온라인 플랫폼 '세모아' 구축...유통상사 설립도 추진
- 강원도, 첫 사회적경제 박람회 연다.
- ‘강원도형 협동조합 진단 틀’ 만든다.
- 강릉원주대 LINC+ 사업단, 사회적 경제 활성화 산학협력 체계 구축
- 강원도 대표하는 사회적 경제 연대조직 만든다
- [김선기의 세바시] 5. 사회적 경제, 사람은 어디에 있습니까?
- [김선기의 세바시] 6. 사회적 경제의 다양한 주체와 관계에 대한 고민
- [김선기의 세바시] 7. 우리는 진정한 주체인가?
- [김선기의 세바시] 8. 사회적경제의 정체성을 이야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