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가격, 합리적 거주기간 보장, 강화된 공동체성, 효율적인 운영 시스템. 짧은 계약 기간과 치솟는 보증금·월세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위한 ‘사회주택(Social Housing)’이 떠오른다. 불로소득을 최소화하고 입주자 중심의 사회주택, 국내에서는 어떻게 운용될까? <이로운넷>은 그 의미와 정책, 유형과 사례들을 3회에 걸쳐 소개한다.

사회주택 운영은 주로 제한적 이윤을 추구하는 사회적경제 주체가 맡는다. 돈이 주목적인 일반 영리 사업자와는 달리, 누구나 누려야 하는 주거권에 초점을 맞춰서 주택을 공급할 목적을 지녔기 때문이다. 그동안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민간 조직이 각각의 특성에 맞는 사회주택 사업을 시행하며 다양한 유형들이 생겼다. 이를 사업구조와 용어별로 구분해 설명한다.

작년 제6회 주거복지컨퍼런스에서 발표된 사회주택 유형 자료. /자료=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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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 차단’ 토지임대부 vs. ‘낡은 건물에 활력’ 리모델링형

서울시가 최초로 정의한 유형에 따르면, 사회주택은 크게 사업구조와 신축 여부에 따라 두 부류로 나뉜다. 공급대상은 청년, 신혼부부 등 공공임대주택의 입주 자격보다는 소득(자산)이 높지만,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이다.

리모델링형 사회주택은 ‘민간 소유’ 공간 일부를 사회적경제 주체가 임차해 ‘리모델링’ 비용을 ‘공공이 지원’하는 형태다. 셰어하우스 형식으로 운영되는 리모델링형 사회주택은 청년 1~2인 가구가 주로 입주한다. 낡은 주택과 상가에 활력을 불어넣음과 동시에 청년의 주거 안정을 해결한다. ▲마을과집사회주택협동조합 ▲선랩건축사사무소 등이 운영 중이다.

서울 관악구 소재 리모델링 사회주택 '쉐어어스 거성.' /사진제공=서울시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은 ‘공공 소유’의 공간에 ‘신축건물’을 올리는 사업을 ‘사회적경제 주체가 담당’하는 형태다. 부동산 투기를 근원적으로 차단하고 토지 가치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용돼야 한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이부키 ▲㈜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만들기 ▲함께주택협동조합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등이 운영 중이다.

하나누리 동북연구원 사회적경제센터 조성찬·이성영 연구원은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이 토지와 주택을 투기 상품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전환했다”며 “주택을 소유하지 않는 방식으로도 안정적인 주거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사회주택=사회적 주택? 헷갈리지 말자

사회적 주택은 LH나 SH가 매입임대주택을 사회적 경제주체와 협업을 통해 저소득 청년층에게 저렴하게 임대하는 사업이다. 광의의 사회주택에 포함되며, 쉽게 말해 LH·SH가 관련 정책을 내놓으며 쓰기 시작한 고유명사다. 임대사업의 운영을 사회적경제 주체가 맡고 임차인 간의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활동이 진행된다.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를 지불하고,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장기임대도 가능하다.

서울시가 조례로 정한 사회주택과 비교해보면, 두 개념의 차이는 건물의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지다. 사회주택은 토지임대부, 리모델링형 사업 모두 부지와 별개로 주택은 공공 소유가 아니다. 사회적 주택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SH(서울주택토지공사)와 같은 공공기관이 토지와 주택을 모두 소유하고 운영만 민간에 맡긴다.

사회적 주택의 운영에는 ▲마을과집 사회주택협동조합 ▲어반소사이어티 ▲길가온복지회 ▲큰바위얼굴 ▲가치있는누림 등의 사회적경제 주체가 참여 중이다. SH가 공급하는 사회적 주택은 양천구·금천구·구로구·강동구 등 다양한 지역에 분포해있다. LH는 집값이 높아 주거 취약계층이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인천·안산·부천·수원·서울 등 다양한 지역에 사회주택을 공급한다.

17년 9월 8일 1호 사회적 주택 '녹색친구들 성산' 방문 당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국토교통부 유튜브 캡쳐

2017년 9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1호 사회적 주택 ‘녹색친구들 성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앞으로 공공기관 주도의 공공주택 공급뿐만 아니라 지자체, 민간과의 협력형 임대주택 공급이 활성화되도록 지원하겠다”며 사회적 주택 활성화 방안을 언급한 이후로 꾸준히 사회적 주택 공급을 확대했다. LH는 작년 8월 기준 22개 사회적경제 주체에 247호의 사회적 주택을 공급·운영 중이다. 2년 사이 약 250호에 달하는 사회적 주택이 만들어졌다.

사회주택과 사회적 주택 입주자는 주택의 소유 주체와 상관없이 비슷한 서비스를 받기 때문에 차이를 체감하기 힘들다. 하지만 사회 주택 정책으로 제공되는 토지 임대 기간이 장기적으로 보장되지 않는다면 공공·사회적 경제 주체·임차인 사이에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요즘엔 집값도 나눠 낸다, ‘협동조합형 사회주택’에 사는 것

‘협동조합형 사회주택’은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사회주택이다. 낮은 비용으로 안정적인 거주를 보장받기 위해 구성된 협동조합이 영리적 목적을 추구하지 않는 주택을 운영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협동조합이 출자금을 모아 주택을 직접 설립하기도 하지만 LH나 SH가 공급하는 주택을 운영하는 역할을 맡기도 한다. 주거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적 협동조합을 비롯해 일반 협동조합도 사회주택을 운영할 수 있다.

달팽이집에 사는 조합원들.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은 2011년 서울시 비영리민간단체 ‘민달팽이유니온'으로 시작해 2014년 직접 협동조합을 결성해 주거모델을 만들었다. /사진=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

“친구들은 말합니다. 같이 살아서 괜찮냐고, 저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합니다. ‘당연히 괜찮지. 엄청 든든해, 같이 살아서.’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관계가 생겼습니다. 산책하고 싶을 때, 집에 밥이 없을 때, 밤 늦게 들어가는 길이 무서울 때 누구든 연락할 수 있습니다. 일상적인 마주침, 삶에서 가장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달팽이집 2호 Lee-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이하 민달팽이)’ 홈페이지에 올라온 청년 입주자의 후기다. 청년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해 탄생한 협동조합형 사회주택 '달팽이집.' 함께 살면서 청소를 분담하고, 밥을 먹으며 소통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은 곳이다. 협동조합형 사회주택은 주택에 관한 의사결정이 민주적이고 공동생활이 이루어진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민달팽이의 달팽이집 입주자들은 주택관리팀, 기획팀, 서로의 안부를 묻는 오지라퍼팀으로 나뉘어 자발적으로 주택을 운영한다. 이렇게 협동조합형 주택 입주자들은 십시일반으로 안정적인 주택을 이용하며 서로를 이웃으로 의지한다.

사회적주택, 공동체주택, 협동조합형 주택 등 다양한 명칭으로 운영되는 사회주택. 어느 기관에서 관리하느냐에 따라 사업명은 달라도 추구하는 본질은 같다. 사단법인 나눔과미래(따뜻한사회주택기금 운영 법인) 이제원 차장은 "사회주택은 공공임대주택이 가진 한계를 해결하는 동시에 주거취약계층의 지불가능성과 공동체성에 가치를 두기 때문에 다양한 모델이 있다"며 "앞으로도 여러 사회적경제 주체들의 공급으로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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