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의 유행으로 온 나라가 비상이다. 예정 됐던 행사가 취소되고, 국민들은 외출을 자제하며 상황이 진정 국면에 들어서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 와중에 누구보다 바삐 움직이는 세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팔려는 자(者), 막으려는 자 그리고 나누려는 자'이다.

경북 의성 소재 마스크 업체에서는 마스크를 박스에 담느라 직원들이 구슬땀을 흘렸다. 마스크는 이미 ‘마스크 박스’에 들어가 있지만, 여기에 마스크가 담겨서는 곤란하다. 다른 박스에 마스크를 굳이 옮겨 담는다. 이들은 마스크를 ‘팔려는 자’다. 그냥 팔려는 자가 아니고, 이 비상사태를 이용해 큰 이득을 취하겠다는 얇팍한 계산을 한 자들이다. 마스크를 매점매석해 비싼 값에 팔려면 감시자의 눈을 피해야 한다. 이들은 일명 ‘박스갈이’를 통해 몰래 마스크를 비싸게 팔 계획이었다.

이런 노력에도 이들은 마스크를 판매하는 데 실패했다. 오히려 처벌을 받을 처지에 놓였다. ‘막으려는 자’에게 딱 걸렸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은 중고거래 사이트를 통해 7억원 상당 마스크 105만장을 14억원에 판매하려던 공장 관계자 A 씨를 현장 적발했다. 

정부는 지난 5일 '보건용 마스크 및 손 소독제 매점매석 행위 금지 등에 관한 고시'와 지난 11일 마스크·손 소독제 ‘긴급수급조정조치’를 시행하며 매점매석 행위 엄벌을 천명했다. 정부의 노력에도 마스크를 매점매석한 자들의 적발 소식은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에 있는 B 업체는 미인증 중국산 마스크를 개당 3740원에 수입한 뒤 코로나19 예방용 마스크로 속여 9300원에 판매하다 적발됐다. 경기도 C업체는 마스크 411만개를 유통하지 않고 보관했다. 이는 국내 하루 최대 생산량의 41%에 해당하는 수치로, 총 가격은 73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에는 폭리를 취하려는 자와 그것을 막으려는 자만 존재하지 않았다. 매점매석 단속 소식보다 주목받지 못 했지만, 어려운 시기에 이웃을 생각하며 선행을 '나누는 자'들도 다수다. 일반기업부터 사회적기업, 개인으로 그 범위도 다양하다. 

제주 지역에서는 ‘함께하는 그날 협동조합’이 나섰다. 협동조합은 13일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해 제주시 자원봉사센터에 200개의 유기농 면 마스크를 기부했다. 제주시 자원봉사센터는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한 ‘뽀드득 뽀드득 챌린지’ 행사에서 마스크를 전달할 예정이다.

원주의 한 무료 급식소를 이용하는 고령의 어르신 350여명은 마스크가 없어 힘들게 생활하는 중국의 교민을 위해 300장의 마스크를 마련했다. 마스크는 어르신들이 작성한 응원의 메시지를 담은 70여 통의 손편지와 함께 전달된다. 

건강기능식품 도소매·무역·제조업체인 그린스토어 역시 부천시 약사회에 마스크 1만개를 증정했다. 마스크는 감염에 취약한 부천시의 독거노인과 장애인에게 무상지급 된다.

경기지역 업체들도 경기도사회복지협의회에 마스크(KF94) 20만장을 기부하고, 살균로봇 5대와 안면인식 발열측정 로봇 1대를 무상 대여했다. 마스크는 '파인텍', 살균로봇은 '유버', 발열측정 로봇은 '휴림로봇'에서 마련했다. 기부된 물품은 어린이집, 영화관, 수원역, 민원실 등에 보내지고 있다. 

문민제 씨는 개인적으로 충남 태안군 원북면사무서에 마스크 5800장을 기부했다. 확진자의 가족이 지역에서 근무했다는 사실에 불안감을 떠는 고객들을 돕기 위해서였다. 마스크는 문 씨가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고객이 마스크를 사면 일정 비율을 기부하는 방식과 문 씨의 개인 기부 2000개를 통해 마련됐다. 마스크는 어린이·노약자·취약계층 등에 전달됐다. 

경기 수원지역 자활센터와 사회적기업 휴먼컨스가 13일 지역 아동센터를 대상으로 무료 방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습/사진제공=수원시

선행 사례는 마스크 보급에서 방역 등 예방서비스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특히 지역돌봄에 앞장서는 사회적기업의 노력이 돋보인다.

경기 수원지역에서는 수원 자활센터와 사회적경제 기업 중심으로 13일 전 지역 무료 방역 서비스가 이뤄졌다. 수원 전체 방역에는 ㈜휴먼컨스(예비사회적기업), ㈜늘푸른세상(사회적기업), 이레산업(자활기업) 등 방역·소독 전문 업체와 수원지역자활센터 이렇게 4곳이, 지역 아동센터는 자활센터와 휴먼컨스가 맡았다.

광주사회적기업협의회 청소업종 사회적기업들도 코로나19 방역이 필요한 광주 지역아동센터를 대상으로 방역 및 소독서비스를 무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다우환경, 희망을꿈꾸는일터, 신나는세상, 케어탑, 친환경케어, 에스존, 청소박사협동조합, 휴먼리소스, 건화기업 등 총 9개 기업이 참여한다.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라는 말이 있다. 코로나19의 유행으로 나라가 힘들지만, 덕분에 우리 사회는 장사꾼과 진짜 이웃을 구분할 기회를 얻었다.

마스크 증정식/사진제공=그린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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