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후, 52개에 불과했던 국내 협동조합 수는 8년 새 전국 1만 7000개 이상으로 늘어났다. 폭발적 개체 증가가 명이라면 암도 있다. 2017년 기획재정부가 진행했던 3차 협동조합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본법 이후 설립돼 당시 법인 등기된 협동조합은 9547개 중 5100개만이 사업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사업을 운영하지 않는 이유는 수익모델 미비, 사업운영 자금 부족, 조합원간 의견 불일치 등이었다.
이에 대해 하승우 이후연구소장은 지난달 열린 ‘2019 생명·협동연구 결과발표회’에서 “매년 협동조합 총회 횟수는 줄고, 직원 교육도 협동조합 관련 교육보다 직무교육 위주”라고 분석했다. 하 소장은 종합적으로 “협동조합 목적에 맞게 잘 운영되느냐 살펴봤을 때 지표상으로 봐서는 부족하다”며 “그동안 정부가 주도하는 양적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고 평가했다.
협동조합의 고유한 특성과 가치를 내재화하지 않은 채 일반 기업의 논리를 따라가다 보니 ‘협동조합다움’을 잃어버린 곳들이 많다. 국내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2020 ICA 세계협동조합대회 서울’ 선포를 위해 11일 아이쿱 신길센터를 찾은 마틴 로워리 ICA 이사는 “35년 정도 미국 내 협동조합에서 일하면서, 협동조합 가치에 대해 전혀 모르는 협동조합을 여러 군데 만났다”며 이를 ‘동형이성(isomorphism)’이라고 표현했다.
로워리 이사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협동조합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조·자기책임·민주주의·평등·공정·연대는 협동조합만의 고유한 가치이며, 다른 기업과 구분하는 축이 된다. 가치를 잃는 순간 협동조합이라 불릴 이유가 사라진다.
올해 12월 국내 최초로 열리는 세계협동조합대회는 '협동조합 정체성 강화(Deepening our cooperative identity)'라는 큰 주제 아래 진행된다. 100년 넘게 논의를 거쳐 정한 7대 원칙, 정체성 선언, 가치를 다시금 새기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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