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 11~17일 서울 코엑스에서 ‘ICA 2020 세계협동조합대회(World Cooperative Congress)’가 열린다./사진=ICA 홈페이지

전 세계 11억 명의 조합원을 아우르는 '국제협동조합연맹'(International Cooperative Alliance?이하 ICA)이 오는 12월 11~17일 서울 코엑스에서 ‘ICA 2020 세계협동조합대회(World Cooperative Congress)’를 개최한다. 2018년 스페인 빌바오에서 열린 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GSEF) 총회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제안으로 국내 처음으로 대회 개최가 성사됐다.

이번 대회에서는 ICA 창립 125주년 및 협동조합 정체성 선언 채택 25주년 등을 기념하고, 지속가능한 협동조합을 위한 4대 과제 등을 도출할 예정이다. 행사를 306일 앞둔 2월 11일, ‘ICA 2020 세계협동조합대회’ 준비를 위해 서울 신길동 아이쿱협동조합지원센터에서 한국조직위원회 발족 및 서울 개최 선포식이 열린다.

브루노 롤랑(Bruno Roelants) ICA 사무총장, 마틴 로워리(Martin Lowery) ICA 이사를 비롯해 영국,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한국 등 협동조합 관련 인사, ICA 글로벌사무소 직원 등 10여 명이 이달 9~13일 한국에 모여 대회 주제 및, 섹션, 과제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ICA 대회는 특별히 다룰 사안이나 기념할 일이 있을 때 비정기적으로 열린다. 협동조합의 본질과 특성을 확인하고 세계 평화, 환경 보존을 위한 내용을 결의한다. 프랑스 파리, 스위스 바젤, 오스트리아 빈, 러시아 모스크바, 일본 도쿄 등 주요 도시에서 개최됐으며, 협동조합 원칙을 제정하거나 정체성을 선언하는 등 역할을 했다. 12월 서울에서 제33차 대회를 향한 첫 발을 내딛는 시점, 125주년을 맞은 ICA의 역사와 주요 대회에서 도출된 내용들을 짚어봤다. 

ICA 제33차 세계협동조합대회, 12월 서울 최초 개최

ICA는 정기적 총회, 비정기적 대회 등 국제적 행사를 통해 협동조합의 원리와 방법을 연구·보급한다./사진=ICA 홈페이지

ICA는 지난 1886년 영국 협동조합대회에서 프랑스 협동조합 지도자 보와브(De Boyve)가 국제협동조합기구 창설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1895년 협동조합의 국제적 연합체로 본격 출범했으며, 전 세계에 협동조합 사업을 보급하고 조합원의 이익 증진을 위해 활동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비정부기구로 성장한다. 본부는 현재 벨기에 브뤼셀에 있다.

소비자?농업?주택?신용?노동자생산?어업?건강기타 협동조합이 ICA 회원으로 가입했다. 현재 전 세계 109개국, 310개 단체, 11억명의 조합원이 소속돼 있다. 국내에서는 농업협동조합중앙회, 산림조합중앙회, 새마을금고중앙회,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 신용협동조합중앙회, 아이쿱소비자생협연합회, 한국협동조합국제연대 등 7곳이 올라있다. 

협동조합 사업을 보급하고 조합원의 이익 증진을 위해 활동하는 ICA에는 전 세계 109개국, 310개 단체가 회원으로 가입했다./사진=ICA 홈페이지

1895년 영국 런던 제1차 ICA 대회에서는 영국, 덴마크,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이탈리아, 스위스, 미국, 인도, 세르비아 등 세계 14개국 대표들이 참석했다. 주요 국가들이 협동조합에 관한 경험과 정보를 교환하고, 상호 지원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후 제1~2차 세계대전 기간을 제외하고, 주요 논의 사항이 있을 때 비정기적으로 개최됐다.

1921년 스위스 바젤 제10차 대회에서는 ICA 원칙 제정 논의를 시작했다. 1844년 영국에서 28명의 노동자들이 결성한 로치데일 소비조합이 내세운 ‘로치데일 원칙’을 정형화했다. ①1인1표 ②조합원 출자 자금조달 ③출자이자 제한 ④잉여금 이용고 배당 ⑤상품 시가로 조합원 공급 ⑥외상금지, 현금판매 ⑦좋은 품질, 정량 공급 ⑧정치와 종교 중립 ⑨조합원 교육 활성화가 주요 내용이며, ①∼④는 ICA 가입 절대 조건으로 꼽힌다.

1937년 프랑스 파리 제15차 대회에서는 ‘협동조합 7원칙’을 정형화했다. ①조합원 공개제도 ②민주적 운영(1인1표) ③잉여금 이용고 배분 ④출자배당 제한 ⑤정치?종교 중립 ⑥현금거래 ⑦교육 촉진이 주요 내용이다.

1966년 오스트리아 빈 제23차 대회에서는 ‘신 6원칙’을 채택했다. 이때 ‘협동조합간 협동’의 원칙이 처음 추가됐다. ①가입, 탈퇴의 자유 ②민주적 운영 ③출자배당 제한 ④잉여금 처분 방법 ⑤교육활동 촉진 ⑥협동조합간 협동이 주요 내용이다.

1980년 러시아 모스크바 제27차 대회에서는 협동조합 이론가 알렉산더 프레이저 레이드로우(A.F. Laidlaw)의 보고서가 발표됐다. ‘서기 2000년의 협동조합’에 관한 논의가 시작돼 21세기 협동조합의 4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①식량문제 도전 및 기아 극복 ②인간적이고 의미 있는 일자리 창출(노동이 자본을 고용하는 노동자생산협동조합) ③탈낭비의 사회 및 환경 보전 ④협동조합 지역사회 건설이 주요 골자다.

1992년 일본 도쿄 제30차 대회는 유럽 밖 도시에서는 최초로 열린 행사다. ‘변화하는 세계와 협동조합의 기본적 가치’를 주제로 논의했으며 ①사람들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경제활동 ②참가민주주의 ③인적 자원 개발 ④사회적 책임 ⑤국내 및 국제적 협동 등을 합의했다.

1995년 영국 맨체스터 제37차 대회는 ICA 설립 100주년을 기념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협동조합 연구를 전공한 이안 맥퍼슨 박사가 발표한 ‘새로운 협동조합의 정의?가치?원칙’과 ‘21세기에서의 선언’을 채택했다. 또한 ‘협동조합에서의 젠더평등(Gender Equality in Co-operatives) 결의안’을 채택해 세계 협동조합에 실천 계획 수립을 요청했다.

무엇보다 이때 채택된 ‘협동조합 정체성 선언’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내용을 담았다고 평가받는다. 150년 이상의 실질적 경험을 녹여내 지속가능한 협동조합 운영에 기본이 되는 7개 원칙을 도출했다. ①자발적이고 개방적인 조합원 제도 ②조합원에 의한 민주적 관리 ③조합원의 경제적 참여 ④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운영 ⑤조합원에 대한 교육?훈련 및 정보 제공, 대중에게 홍보 ⑥협동조합간의 협동 ⑦지역사회에 대한 기여 등이다.


‘협동조합 정체성 강화’ 주제로 논의, SDGs 공헌 강화도 핵심

2019년 10월 르완다 키갈리에서 열린 ICA 총회에서 협동조합 4대 과제 등을 도출했다./사진=ICA 홈페이지

2020년 제33차 대회는 한국 서울에서 12월 11~17일 열리며, 유럽 밖 개최는 도쿄에 이어 2번째다. ICA 설립 125주년은 물론 1995년 맨체스터에서 채택된 ‘협동조합 정체성 선언’ 25주년을 함께 기념한다. 대회 주제는 ‘협동조합 정체성 강화(Deepening our Cooperative Identity)’다. 지난해 10월 르완다 키갈리에서 열린 ICA 총회에서 논의한 지속가능한 협동조합의 4대 과제를 ‘서울 선언’으로 채택한다고 알려졌다. 아울러 UN에서 제시한 ‘지속가능 발전목표(SDGs)’에 대한 협동조합의 공헌 강화를 핵심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ICA 측은 “서울 대회에 2000명 정도의 참가자를 예상하며, 협동조합 정체성이 세계 곳곳에 퍼져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리엘 과르코(Ariel Guarco) ICA 회장은 “이번 대회는 전통과 혁신을 상징하는 서울에서 개최한다”며 “협동운동 창시자들의 발자취를 따라 과거?현재?미래를 연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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