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키는 소방관, 우리도 그들을 지킬래요” 소방관 공상 인정 돕기 프로젝트 ‘119REO’

암 판정받은 소방관 24명 중 단 1명만 공상 처리

건국대 인액터스 ‘119REO’…소방복으로 폐활용품 제작, 1200만원 기부

전시회·토크콘서트도 개최 “소방관 처우 개선해야” 문제의식 알리기

[편집자 주] 인액터스(ENACTUS: Entrepreneurial. Action. Us.)는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기업가 정신 실천 공동체입니다. 2004년 인액터스 코리아 출범 이후 현재 전국 약 30개 대학에 지부가 있으며, 5000여 명의 누적회원을 배출했습니다. 인액터스는 지도교수와 기업인들과 함께 경제 개념을 적용해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실행합니다. 각 대학의 인액터스가 어떤 활동을 하는지 이로운넷에서 확인하세요.

#“‘병에 걸려 죽은’ 아버지가 아니라, ‘소방관’ 아버지로 아들에게 기억되고 싶어.”

지난 2014년 혈관육종암으로 세상을 떠난 고 김범석 소방관이 아버지 김정남씨에게 남긴 말이다.

혈관육종암은 혈관에 악성 종양이 생겨 전이되는 희소암이다. 하지만 국민연금공단은 “혈관육종암은 발병원인이나 감염경로가 분명하지 않으며, 화재현장 등에서 유독성 물질에 노출돼 혈관육종암이 발병했다는 의학 근거도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끝내 고인의 병을 공무 중 부상(공상)으로 인정해주지 않았다. 소방관으로 재직하던 8년 간 그가 긴급현장에 출동한 횟수는 1021건이었다.

2015년부터 암 판정을 받은 24명의 소방관 중 국가로부터 공상을 인정받은 이는 1명. 현행법상 소방관이 직접 업무환경과 발병한 암의 연관성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학문적 연구결과도 부족한 상황에서 개인이 증명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건국대 인액터스 119REO 팀

건국대 인액터스의 ‘119REO(레오)’ 팀은 소방관에 대한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승우 대표는 “2016년 인액터스 프로젝트 대상자를 모색하다가 희귀질환, 암 같은 병에 대해 공상 불승인 판정을 받는 소방관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팀 이름의 ‘레오’는 ‘서로가 서로를 돕는다(Rescue Each Other)’의 준말이다. 서승재 PM(프로젝트 매니저)은 “소방관들이 우리를 지켜줬듯, 우리도 소방관을 지켜주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말했다. 이들이 생각해낸 아이디어는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착용한 방화복을 가방, 맨투맨, 키링 등 생활용품으로 업사이클링하는 일이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제품을 활용해 소방관의 헌신을 기억하고, 대중이 공상 불승인 문제에 계속 관심갖게 하자는 취지다.

119레오가 디자인한 업사이클링 제품들. 왼쪽 위에는 키링이다. 화를 막는다는 의미로 ‘방화’라고 적혀있다.

과정은 이렇다. 먼저 ‘119소방안전복지사업단’이 수거한 폐방화복을 받아 이중 세탁하고 분해한다. 분해한 폐방화복을 업사이클링 제품으로 제작해 판매한다. 제품은 키링, 가방, 맨투맨 등 다양하다. 마지막으로 정부 산하 단체인 ‘재향소방동우회’를 통해 도움이 필요한 소방관을 찾아 수익금을 전달한다. 7명의 팀원들은 각각 그 과정에서 기획, 마케팅, 디자인, 회계처리 등의 역할을 맡는다.

방화복 해체 작업 중인 119레오

119레오는 2017년 두 번의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해 판매수익의 50%를 공상 불승인 소방관들에게 초기소송비와 치료비로 지원했다. 현재까지 총 3번의 기부금(합계 1131만 9208원)을 소방관들에게 전달했다. 또한 이달 3일부터 한 달간 와디즈와 카카오스토리펀딩에서 3, 4차 펀딩을 진행하는 중이다. 서 PM은 “방화복은 불과 물에 강한 특수섬유 ‘메타 아라미드’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를 업사이클링한 제품은 내구성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크라우드 펀딩 외 다른 행사도 진행했다. 지난 5월에는 국제 소방관의 날을 맞이해 소방관 3명을 초청, 건대입구역 앞 스타시티 야외공연장에서 ‘우리가 몰랐던 소방관 이야기 토크쇼’를 열었다. 이 대표는 “각기 다른 소방서에서 온 소방관들이 그 날 처음 만났는데도 어색함 없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눴다”라고 말했다. 같은 날 세운상가에서는 ‘현장의 기억, 방화복 (영원한 소방관, 고 김범석)’ 전시회를 열었다. 전시회는 고 김범석 소방관을 추모하며 소방관의 의미, 화재 현장 속 소방관이 마주해야 하는 어려움 등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우리가 몰랐던 소방관 이야기 토크쇼’에서 오영환 소방관은 “행복과 희망을 지켜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 소방관을 꿈꿨다”고 말했다.

소방관 공상 인정을 위한 노력은 국회에도 전해졌다. 작년 5월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건국대 학생 동아리 인액터스(Enactus)를 응원합니다. 고맙습니다!”라며 119레오에 관한 기사 링크를 첨부했다. 표 의원은 같은 달 ‘위험직무 종사 공무원에 대한 공상 추정법’을 대표 발의했지만, 아직 다음 단계로 나아가진 못했다.

표창원 의원은 소방관 공상 인정 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활동한다.

이 대표는 “국민청원도 추진하고 국회의원 한 명 한 명에게 메일도 보냈지만 아직 관련 법은 국회에 묶여있다”며 “꼭 법이 통과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19레오는 다음달 10~17일 열리는 충주세계소방관경기대회에서 외벽 전시를 열고 제품을 판매하는 등 소방관 처우 개선에 더 많은 시민들의 관심을 끄는 행사들을 기획할 예정이다.

글. 박유진 이로운넷 인턴기자
사진. 건국대 인액터스 119R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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