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노브, 100만 아이돌시대…저비용 소셜미디어로 청년뮤지션 데뷔 사다리 놓는다

# 해리안은 작년 말 첫 번째 싱글 앨범 ‘Think About U’를 발매하며 신인가수로 데뷔했다. 앨범 발매와 동시에 팬 콘서트도 계획했다. 티비에 단 한 번도 출연한 적 없던 그의 콘서트에 관객이 몰릴까 우려도 있었지만 그 우려는 한 방에 해소됐다. 100명 모집 콘서트가 단 4분 만에 전석 매진된 것. 심지어 제주도에서 신청한 팬도 있었다. 자본도, 대형기획사에도 소속되지도 않았던 그가 앨범을 내고 콘서트 매진 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소셜미디어다. 그가 올린 iKON의 ‘사랑을 했다'(조회수 17만회), 문문의 ‘결혼'(조회수 15만회), 볼빨간사춘기의 ‘Blue(조회수 5.3만회)’ 등은 모두 소셜미디어에서 높은 호응을 얻은 콘텐츠들이다. 처음 400여명에 불과하던 그의 페이스북 페이지 팔로우 숫자는 6개월 만에 3만2천명으로 늘었다. 유튜브 구독자도 2만5천명에 달한다.

신인가수 해리안은 소셜미디어 마케팅으로 6개월 만에 페이스북 팔로우 숫자가 3만2천명으로 늘었다.

신인가수가 이렇게 대중매체의 힘없이도 앨범을 내고 온오프라인 팬을 확대할 수 있었던 데는 소셜엔터테인먼트회사 ‘에이노브’의 역할이 컸다. 에이노브는 유튜브,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무명 뮤지션들의 팬을 모아주고 오프라인에서 팬을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니팬 프로젝트’를 진행해오고 있다. 이 프로젝트로 1차 때 5명, 2차 때 10명, 3차 때 20명의 팬을 공연장으로 부르는데 성공하면 싱글 앨범도 내준다. 이렇게 에이노브가 자체적으로 성장시켜 보유한 소셜미디어 페이지의 팔로우 및 구독자 수는 현재 11만명(누적)을 넘는다. 회사에서 업로드한 동영상 구독자 수도 누적 700만명 이상이다.

에이노브는 소셜미디어로 청년 뮤지션을 돕는다.

거대 엔터산업에 도전장 낸 예비사회적기업, 에이노브

에이노브는 서대문구에서 대중문화예술기획업에 정식 등록한 첫 예비사회적기업이다. 2016년 소셜엔터테인먼트를 표방하며 문을 열었다. 지난해에는 예비사회적기업 인증도 받았다. 이미 거대한 산업으로 자리 잡은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무조건적으로 반대하고 거부하기 보다는 다른 모델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시작한 일이다.

에이노브가 가장 먼저 주목한 사회문제는 ‘왜 아이돌 지망에 청소년들이 몰릴까’였다. 문원경 에이노브 대표는 “고등학생의 절반 이상이 10억원이 생기면 감옥에 가도 괜찮다(2017년 투명사회운동본부 윤리위원회 설문조사 결과)고 답했다”며 “사회 진출 문은 좁고, 좁은 문을 통과해도 계층 이동이 불가능한 현실에서 눈만 뜨면 매스미디어에 넘쳐나는 아이돌 콘텐츠에 청소년들의 시선이 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에이노브 사무실에서 녹음에 참여한 뮤지션들

아이돌 지망에 100만명이 몰리고 있지만 데뷔까지 가는 데는 그야말로 바늘구멍이다. 상명대와 명지대에서 실용음악을 가르쳤던 문 대표는 이러한 현실을 가장 가까이에서 마주했다.

“실용음악과를 졸업하고도 취업에 성공한 학생은 8%도 안 된다. 제자들 상당수가 어렵게 취업해도 100만원도 못 받는 경우가 허다했다. 학생들에게 희망을 가지라 얘기하기가 어려웠다.”

문 대표의 이러한 고민에 공감하는 분야 전문가들이 하나둘 모였다. 경기콘텐츠진흥원 문화창업플래너, 브랜딩기획자, 음악스타트업의 팀장, 종합마케팅 전문가 등 대중예술분야의 다양한 전문가들이 에이노브 사업에 동참했다. 문 대표 또한 200여편의 광고 및 영화음악을 작곡하고, 한국음악산업학회 이사 등 이 분야에서만 잔뼈가 굵은 전문가다.

청년 뮤지션의 성장 사다리…100분의 1 마케팅 비용으로 팬 만들어주기

올해 설립 3년차를 맞은 에이노브가 가장 주력하는 사업은 대중음악계에서 청년 뮤지션들을 위한 성장 사다리가 되는 것이다. 즉, 실력은 갖췄지만 저평가된 청년 뮤지션과 팬을 연결해주는 일이다.

문 대표는 “자본력이 약한 청년 뮤지션들은 자신의 예술 콘텐츠를 팔 수 있는 방법이 극히 제한적이다”고 말했다.

대중음악인들의 오프라인 네트워크 파티인 ‘팝수다’는 현업 종사자들의 현장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자리다.

보통 아이돌 그룹의 데뷔 과정을 보면 사전 마케팅을 거친 후 지상파 3사의 음악방송에 출연하고 약 6주 간의 데뷔 기간을 갖는다. 6주 간의 활동 비용은 대략 5억원. 바이럴마케팅을 생략해도 하나의 아이돌 그룹이 신곡을 발표하고 데뷔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은 최소 4억원이 든다. 에이노브는 이러한 대형 기획사에 비해 많게는 100분의 1의 마케팅 비용으로 지지자를 확보하는 전략을 취했다. 마케팅 도구는 ‘소셜미디어’다. 매스미디어에 맞서 틈새시장인 소셜미디어(페이스북, 유튜브, 팟캐스트, 1인 방송 등)를 청년 뮤지션 홍보에 적극 활용한 것이다. 비고라이브,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마포FM(음악꺼리), 서대문구(문화동행 아라), 종로구(팝수다) 와도 적극적으로 연계하고 있다.

이러한 방법으로 2018년 현재 30명의 청년 뮤지션들과 계약을 맺고 브랜딩을 진행 중이다. 올해 말까지 140명의 청년 창작자와 110개 소셜 채널 운영 계약을 맺는 것이 목표다.

그렇다고 청년 뮤지션들이 활동할 수 있는 홍보 공간을 온라인으로만 국한시키지는 않는다.

작년부터는 서대문구 사회적경제마을센터와 협약을 맺고 58명의 청년 뮤지션들이 29회차로 공연을 진행할 수 있도록 연계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Gimme The Money’는 뉴미디어를 활용한 기부 배틀 음악회라는 색다른 포맷의 기부 공연을 시도 중이다. 오프라인 공연이 진행되는 시간, 동시에 모바일에서는 ‘비고라이브(BIGO LIVE)’에서는 별도 채널을 개설해 2000여명 이상을 공연을 관람했다. 공연을 보는 시청자들은 마음에 드는 뮤지션에게 현금화할 수 있는 아이템을 제공하면 이후 환전해 취약계층 어린이들을 위해 기부된다.

서대문사회적경제마을센터 공간에서는 공연과 영상콘텐츠 및 온라인 기사 배포, 팟캐스트 전송까지 한번에 이루어지는 복합 브랜딩 콘서트 ‘문화동행 아라’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 외에도 명지대, 상명대, 서울예술대 등 5개 대학에 대중음악학과와 MOU를 체결하고 대중음악 창작자 유형 분석을 통해 대중음악 직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청년 뮤지션을 위한 창업 교육도 무료로 제공한다. 청년 뮤지션들이 1인 기업(레이블)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다.

에이노브는 이러한 활동에 힘입어 설립 3년 만에 현대차 H-온드림 펠로우 선정, SK사회성과인센티브 선정, 재단법인 홍합밸리 ‘세상에 임팩트를 더하다 UP’ 선정, 중소벤처기업부 ‘세대융합창업캠퍼스’ 지원사업 선정, 2017한국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장상 수상 등 다양한 사업에서 그 성과를 인정받았다.

“대중음악계의 사각지대를 양지로 끌어내 사회문제 해결하고 돈도 벌겠다”

최근 현대차 H-온드림 펠로우 선정 과정에서 그는 ‘왜 사회적기업이 되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에이노브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기도 하다. 여기에 대해 문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문원경 에이노브 대표

“많은 사람들이 이미 견고해진 대형기획사 시스템의 엔터테인먼트산업에서 그게 되겠냐고 걱정한다. 물론 쉽지 않은 길이다. 솔직히 당장 돈이 안 되니 굳이 어려운 길로 가지 않는다. 그렇지만 사회적기업이 뭔가. 사회적 가치와 동시에 경제적 가치도 추구하는 곳이다. 대중음악계의 사각지대를 양지로 끌어내 다들 어렵다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그게 돈이 된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그게 내가 사회적기업을 선택한 이유다.”

그는 이를 위해 뮤지션에 대한 관리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데이터 기반의 시스템 마련, 글로벌 시장 진출을 통한 시장 확대 등을 오늘도 고민하고 있다.

 

글, 라현윤 이로운넷 기자

사진제공. 에이노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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