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돌봄’ 사이 균형 맞춘 아빠들, 우리 사회 히어로죠

‘함께하는 아버지들’ “아버지 노릇 도와 더 나은 공동체 만들자”
‘앞장 키트’로 일과 가정의 균형 강조, 저출산‧독박육아 등 문제 해소 나서

사단법인 ‘함께하는 아버지들’은 아버지와 관련한 교육과 연구, 토론, 캠페인, 행사 등을 진행한다.

위기가 닥쳤을 때 우리는 ‘영웅’을 떠올린다. 멋진 복장으로 변신해 문제를 척척 해결하고 사람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는 히어로. ‘함께하는 아버지들’은 평범한 아빠들이 일상 속의 히어로가 되면 저출산, 독박육아, 경력단절 등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함께하는 아버지들’은 이름처럼 아버지와 관련한 다양한 교육과 연구, 토론, 캠페인, 행사 등을 진행하는 사단법인이자 예비 사회적기업이다. 그 중 다소 낯설기도 한 ‘아버지 교육’이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혜준 대표는 “대한민국에서 아빠는 가정에서 군림하는 엄격한 존재, 혹은 돈만 벌어다주면 되는 도구의 역할이 대부분이었다”며 “아빠들도 가족과 어울리는 행복한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없을까 하는 고민 끝에 2015년 단체를 설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빠들 일과 가정의 균형 앞장서면 ‘저출산’ 문제도 해결 가능

‘앞장 키트’는 6월 말까지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하며, 수익금 일부로 아빠 부재 가정을 돕는다.

함께하는 아버지들의 미션은 아빠 노릇을 돕고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든다는 ‘헬프 앤 메이크(Help&Make)’다. 미시적으로는 아버지 개개인을 교육 및 상담해 돕고, 거시적으로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활동을 한다. 대표적인 캠페인 겸 사업이 ‘앞장 키트’다.

앞치마와 고무장갑으로 구성해 한 글자씩 따서 만든 ‘앞장 키트’는 아빠들이 일과 가정의 균형에 앞장서자는 메시지를 담은 상징적 실천 도구다. 앞치마와 장갑을 착용하면 영화 속 히어로로 변신한 듯한 느낌을 주는 디자인으로 제작해 온‧오프라인에서 판매한다.

“우리 사회에서 변화의 요구를 집중적으로 받고 있는 대상은 ‘기혼 남성’이라고 생각해요. 그동안 돈만 잘 벌어다주면 되는 ‘회사형 인간’으로 살아왔는데, 최근에는 일과 가정의 균형을 이루는 게 더 중요해졌잖아요. 집안일, 육아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가족들과 소통하고, 나아가 지역 공동체에도 관심을 기울이며 아빠의 자리를 주체적으로 찾아가자는 것이죠.”

김혜준 함께하는 아버지들 대표는 영국, 일본 등을 방문해 ‘아버지 교육’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고 다양한 방식으로 한국 사회에 접목하고 있다.

현재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미래기획분과위원으로도 활동하는 김 대표는 “남성들이 가정에 쏟는 시간이 늘어나면 저출산 문제도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 여성들이 결혼을 미루고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가 경력단절, 독박육아 때문인 경우가 많은데, 남성들이 집안일과 육아를 나눠 맡으면 출산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어진다는 것이다.

아빠들이 가정에 쏟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는 구조적 변화가 필수다. 함께하는 아버지들은 사회 리더들에게 ‘앞장 캠페인’ 동참을 독려해 일‧가정의 균형이 사회 정책 및 기업 문화로 정착되도록 유도하고 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박상우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노운하 파나소닉코리아 대표 등이 취지에 공감해 직접 앞장 키트를 입고 실천 선언문에 서명하기도 했다.

‘혼란과 소외’ 겪는 아버지들, 가정에서 객체 아닌 주체로 거듭나야

또 다른 주요 사업은 아버지를 대상으로 한 교육‧상담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부모 교육을 위한 매뉴얼을 개발할 때, 함께하는 아버지들이 ‘아버지’ 파트를 담당해 콘텐츠를 만들었을 만큼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가족학 박사, 상담 심리사 등 전문가들이 ▲예비‧초보 아빠를 위한 ‘신통키’ ▲사춘기 자녀 아빠를 위한 ‘춘추통통’ ▲자기주도적 자녀 교육을 위한 ‘그릿’ ▲퇴직을 앞둔 아빠들이 대상인 ‘마인드 피트니스’ 등 프로그램으로 여러 세대의 아빠들을 교육한다. ‘아빠고민 상담소’를 통해서는 아빠들의 심리적 어려움을 이야기하며 나눈다.

여러 세대의 아버지들이 겪는 고민을 해결하는 교육 및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현재 아버지들이 겪는 고민의 공통 키워드는 ‘혼란과 소외’다. 김 대표는 “압축 성장해온 한국 사회에는 여러 개의 아버지상이 혼재돼 있다. 유교적 전통사회에서 저절로 주어지던 아버지의 권위가 무너지면서 어떤 아버지가 될지 개인 스스로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아버지 교육의 핵심은 “아빠 노릇의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되는 것”이라며 “사회나 가족 등 누군가 떠밀어서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닌, 자기 자신의 행복을 기초로 가정의 주인공이 되어 가족들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께한다는 뜻은 아버지가 일과 돌봄을 함께하는 것이고, 그 완성형으로 ‘함께하는 아버지’를 말해요. 아빠들이 변하고 리더들이 바뀌어 간다면, 우리 사회에 상당한 물결을 일으키리라 봅니다.”

글. 양승희 이로운넷 기자
사진제공. 함께하는 아버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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