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의날 기획]다문화 100만명 시대…다문화 가정 보듬는 사회적경제

마을 이웃처럼 편하게, 전문성 길러 일자리 제공, 예술로 다문화 문제 알려

마을무지개·아시안허브·샐러드…3개 다문화 사회적경제기업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다문화 인구는 2016년 기준 96만3174명으로 100만 명에 육박한다. 늘어나는 다문화 인구에 걸맞게 다문화에 대한 정부 정책과 사회적 인식도 차츰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이주민들의 일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다문화 식당을 운영하는 마을무지개 전명순 대표는 “결혼이주여성들 대부분의 가장 큰 바람은 경제활동이다”고 말한다.

5월 20일, 세계인의 날을 맞아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이상 이주민들의 안정적인 일자리 마련과 다문화 인식 개선에 나선 국내 다문화 사회적경제기업들을 소개한다.

결혼이주여성들 지역공동체로 보듬는 마을무지개

마을무지개는 결혼이주여성들이 자국의 요리를 판매하는 다문화 식당을 운영하고 케이터링 사업도 진행한다.

“문화적 차이, 편견어린 사회적 시선 등 지역에서 만난 결혼이주여성들 대다수가 타지에서 마음고생이 컸어요. 같은 지역에 사는 이웃인데 뭐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2007년 주민센터에서 한국어 강사로 자원봉사를 하던 전명순 마을무지개 대표는 8개국 결혼이주여성들을 만나면서 다문화 문제에 처음 눈을 떴다. 그녀에게 다문화 문제는 먼 얘기가 아니라 같은 동네에 사는 이웃의 어려움으로 다가왔다. 지인들의 도움을 받으며 요리·노래교실 등 이주여성들이 함께 어울리는 모임을 주도했지만,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경제활동’이었다. 이주여성들을 위해 제대로 된 활동을 해보자며 2012년 시작된 사업이 ‘마을무지개’였다.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전 대표에게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마을무지개는 이주여성들에게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학교에서 모국의 문화를 가르치는 다문화 강사 활동을 시작으로 다문화 음식점 ‘타파스’ 운영, 케이터링 서비스를 연이어 선보였다. 최근에는 아시아 의상 임대 사업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오감만족 아시아 여행’은 결혼이주여성이 전통 의상을 입고 자신이 태어난 나라의 문화, 음식, 역사, 지리 등의 생생한 정보를 전달하는 수업으로, 아이들의 수업 만족도가 높다.

전명순 마을무지개 대표

마을무지개 설립 후 이주여성들의 주체적인 변화도 반가운 일이다. 전 대표는 “스스로 할 일을 찾고, 내 회사라는 자부심이 커졌다”며 “직원들이 같이 계를 부어서 각자 고향으로 놀러가자는 얘기를 할 정도로 서로 간에 유대감도 생겼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한국인들의 다문화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다.

전 대표는 “일을 하면서 만나는 분들 중에 대표인 저를 대하는 태도와 우리 다문화 직원들을 대할 때 태도가 많이 다른 분들이 있다”며 이주민들도 우리와 같은 사회 구성원임을 강조했다.

올해로 설립 만 7년을 맞이한 마을무지개. 전 대표는 이주여성이 지역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당당히 성장하는 걸 보며 마을무지개가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길 잘 했다는 생각을 한다고 얘기한다.

“마을무지개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이주여성을 같은 마을에 사는 이웃으로 바라보고 함께 공동체를 일군다는 거에요. 앞으로도 마을무지개가 잘 성장해서 더 많은 결혼이주여성들이 일할 수 있는 곳이 되면 좋겠어요.”

학교에서 아이들과 다문화 체험을 하는 이주여성 강사

모국어 기반으로 다문화 여성을 전문가로 아시안허브

2013년 설립된 ㈜아시안허브는 한국사회에서 ‘취약계층’으로 분류되는 결혼이주여성들이 전문가로 발돋움 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적기업이다. 핵심은 모국어. 기업에서 사회공헌 일을 하던 최진희 아시안허브 대표가 코이카 해외봉사를 계기로 2007년부터 자원봉사로 시작한 캄보디아언어문화연구소가 전신이 되었다.

아시안허브가 집중하는 다문화 문제는 자국에서는 전문성을 가지고 일하던 여성들이 한국에 와서는 취약계층으로 분류되며 일자리조차 구할 수 없는 현실이다.

“캄보디아에서 제가 만난 여성들은 재능도 많고 적극적인 사람들이었어요. 다른 나라 사람이라는 이유로 편견어린 시선을 받고 일할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게 안타까웠어요.”

최진희 아시안허브 대표

최 대표의 이러한 마음은 2003년 아시안허브를 설립하며 ‘결혼이주여성 전문가 만들기’로 구현됐다. 자국 언어에 강점을 가지고 있기에 전문가로 성장하기에 적합한 인재라 생각한 것이다.

아시안허브의 대표사업은 이주여성들의 자립과 역량 강화를 위한 전문 직업교육이다. 통·번역은 물론, 다문화 강사, 이중 언어 강사, 동화작가 등을 양성하며, 지난 4월에는 글로벌 소셜 큐레이터·영상번역가·민주시민 강사를 양성하는 ‘글로벌 취·창업 사관학교’를 개설했다.

이렇게 양성된 강사들은 현지인의 감각과 전문성을 기반으로 국내에서 언어교육, 출판인쇄, 통·번역 등 다양한 다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2014년부터는 ‘엄마나라 동화책 시리즈’를 펴내 현재까지 캄보디아, 몽골, 필리핀 등 43권의 동화책을 선보였다. 최근에는 결혼이주여성 등과 함께 각국 전래동화를 책으로 만드는 ‘다문화가정 봄봄봄 프로젝트’를 시작해 오디오북으로도 출시할 예정이다. 최 대표는 “다문화가정 자녀의 이중 언어 능력을 길러주고 이주여성의 전문성을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아시안허브의 교육이나 컨설팅으로 좋은 일자리를 구하고, 이주민 협동조합을 만드는 등 주체적으로 변하는 이주여성들을 보면서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우리 교육이나 컨설팅을 받고 다양한 단체들이 생겨나고 조직의 리더가 되는걸 보면 뿌듯해요.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이주여성들이 전문가로 성장해 자신의 꿈을 향해 차근차근 나아갈 수 있도록 발판이 되고 싶어요.”

아시안허브의 전문 강사 양성교육을 통해 결혼이주여성들의 자존감이 한층 커진다.

예술로 다문화 알리는 국내 첫 다문화극단 샐러드

“독일 유학 중 네오나치들의 인종 차별로 많은 죽음을 직접 보았어요.”

국내 첫 다문화극단 ‘샐러드’를 운영하는 박경주 대표가 다문화 문제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다. 2005년 한국으로 돌아온 박 대표는 8개 국어를 다루는 인터넷 다국어 대안언론을 만들었다. 당시 이주민 문제를 다루는 언론사는 전무했다. 이주민 문제를 밀착취재로 다루면서 이슈가 되었지만, 크게 늘지 않는 광고수익에 비해 커지는 운영비를 감당할 수가 없어 2009년 창단한 것이 국내 첫 다문화 극단 ‘샐러드’였다.

샐러드가 창작한 뮤지컬 ‘다융쌈빤’

박 대표는 “이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문화예술 활동이 별로 없던 시기라, 그들이 직접 배우가 되고 스탭으로 참여하며 이주민 문제를 알리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창단 이유를 밝혔다.

처음에는 이주민들의 인권문제라든지, 교육청 추천으로 공공기관 등에서 다문화 교육연극을 주로 선보이다, 2011년부터는 어린이 관객을 대상으로 아시아 문화를 소개하는 창작뮤지컬 등도 시도하고 있다.

관객 반응은 뜨겁다. 외국인이 배우인 연극이나 뮤지컬이라는 특이성과 다문화라는 주제도 이목을 끈다. 박 대표는 “학교로 공연을 가면 공연에 너무 몰입해서 소리 지르는 아이들도 있고, 공연이 끝난 후 눈물을 흘리는 어른들도 많다”고 말한다.

다문화 사회적기업 13년 차인 박 대표는 2005년 처음 샐러드 설립 때에 비해 다문화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했다고 얘기한다. 박 대표는 “과거에는 다문화하면 이주노동자들 인권문제가 주였는데, 지금은 고용허가제가 도입되면서 장기고용도 가능하고 반인권적인 조항도 많이 사라졌다”며 “자발적인 커뮤니티도 많이 생겨나서 한국사회가 다문화 구성원을 받아들이는 정책으로 가고 있는 듯하다”고 평가했다.

박경주 샐러드 대표

더불어 박 대표는 최근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대비도 당부했다.

“베를린에 머물 때 동독, 서독이 통일되면서 이주민들이 대거 일자리를 잃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어요. 남북정상회담 과정을 지켜보며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써 반가우면서도 다문화 문제를 다루는 우리의 역할은 무엇인지 고민하게 돼요.”

 

글. 라현윤 이로운넷 기자

사진제공. 마을무지개, 아시안허브, 샐러드, 이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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