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윈즈재팬’의 실험, 한국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까?

“인간과 동물 공존 돕는 사회혁신플랫폼 만들겠다”

[인터뷰] 김동훈 피스윈즈코리아(Peace Winds Korea) 준비위원회 대표

#유기견 출신의 유메노스케는 일본은 물론 국내에도 잘 알려진 재해 구조견이다. 국제재난구호단체인 피스윈즈재팬(Peace Winds Japan)’의 유기견 보호사업인 피스완코재팬(Peace Wanko Japan)’ 프로젝트로 살처분 현장에서 극적으로 구조돼 3년 간의 교육훈련을 통해 재해지역의 구조견 적응에 성공했다. 피스윈즈재팬은 유메노스케와 같이 살처분 위기에 놓인 유기견이 한 마리도 없도록 만들겠다고 선언(유기견살처분제로 프로젝트)했고, 그 약속은 지켜졌다. 일본에서 유기견 살처분이 가장 많았던 히로시마현의 경우 2011년 살처분된 유기견·묘 수가 8,340마리에서 6년만인 2016년 제로(0)를 실현했다. 이후 구조견 유메노스케는 공로상 수상은 물론 책으로도 이야기가 만들어져 권장 도서로 널리 알려졌고, 유메노스케가 모델이 된 공정무역 커피세트까지 나올 정도로 화제를 일으켰다.

국내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피스윈즈재팬은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도 집중조명을 받았다. 이러한 피스윈즈재팬의 실험이 국내에서도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선진국에 해외 지부를 설립하지 않는 원칙을 고수했던 피스윈즈재팬이 한국에 자매단체 격인 ‘피스윈즈코리아’ 설립을 지원한 것. 피스윈즈코리아는 국제구호단체와 사회적경제 분야를 오가며 국제개발 전문가로 통하던 김동훈 대표가 사령탑을 맡는다. 김 대표는 대한불교조계종사회복지재단, 지구촌공생회 등 불교계 국제개발사업과 더불어 더프라미스 국제사업국, 씨즈 청년지원국,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브릿지사업단 등 다양한 사회혁신 영역에서 활동했다. 특히 김 대표는 2016년 피즈윈즈재팬에서 근무하며 피스윈즈재팬의 국제재난구호사업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다음 달 법인 설립 준비와 국내 사업 출발로 분주한 김동훈 피스윈즈코리아 준비위원회 대표를 8일 서울 시청역 인근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동훈 피스윈즈코리아 준비위원회 대표

국내에서 잘 나가는(?) 국제구호사업가였다. 피스윈즈재팬에서 일하게 된 계기는.

더프라미스 국제사업국에서 일할 때부터 퇴근 후 ‘아이리스(Innovation, Reformation, Incubation Services)’라는 청년 글로벌소셜벤처&NGO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모임을 운영했다. 그때 만나서 진로 상담을 해준 청년이 피스윈즈재팬 직원이었다. 차별성 있는 국제재난구호단체로 유명했고, 책이나 언론에서만 접했던 단체라 직접 만나보고 싶었다. 오니시 켄스케 대표에게 강의를 요청했더니 수락했다. 대표와 대화할 기회가 생겼다. 그때 오니시 대표가 청년들을 돕는 한국의 국제개발 전문가인 나를 돕고 싶다며, 일본에 와서 일할 것을 제안했다. 피스윈즈재팬의 경우 현지 시민사회의 역량 강화가 우선이라고 보기에 한국 같은 선진국에 지부를 만들 계획이 없었는데, 나중에 피스윈즈코리아를 만들어보자는 나의 제안을 몇 개월의 숙고 끝에 허락해주었다. 재난 구조에서 유기동물 보호까지 다양한 사업을 벌이며 국제적으로도 인정받던 단체라 1년 반 가량 실제 일본에 머물며 피스윈즈재팬에서 근무했다.

실제 경험해본 피스윈즈재팬은 어떤 곳이었나.

피스윈즈재팬은 1996년 설립돼 전 세계 300여명에 가까운 직원이 일한다. 일본에서 만든 규모 있는 국제재난구호단체다. 해외사업은 주로 재해 발생 시 긴급 구조사업이라든지, 분쟁 지역의 난민지원 사업 등이다. 일본에서는 5년 전 시작해 국내에도 잘 알려진 유기견살처분제로를 위한 ‘피스완코(Peace Wanko)’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지진 피해지역 복구나 초고령화 지역에서 지역 자산을 활용한 마을기업 구축사업도 한다.

사업 분야의 차별성도 있지만 사회문제 해결 방법에서도 눈여겨 볼 부분들이 있다. 피스윈즈재팬은 ‘1(정부)-2(기업)-3(시민사회)’ 섹터가 연결된 수평적 협업 구조다. 1-2섹터와의 협력을 위해서는 3섹터의 힘이 중요하다. 우리가 풀고자 하는 사회문제가 있다면 피스윈즈재팬은 그 문제에 모든 자본을 집중해 1-2섹터를 견인한다. 동물복지사업도 백화점식 사업보다는 유기견살처분 문제처럼 세분화하고 특화해서 그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편이다.

일본에 있는 기간 동안 다른 NPO들도 방문했는데, 장인 정신이 느껴졌다. 어떤 단체는 다른 NPO의 인건비 지원을 특화시켜 그 일만 오랜 기간 하는 곳도 있었다.

국제재난구호단체인 피스윈즈재팬

피스윈즈코리아는 일본 지부 격이라 보면 되나. 어떤 방향으로 준비 중인지.

지부라기보다는 독립적인 자매단체라고 보면 된다. 몇 년간 지원을 받은 후 자립하여 파트너가 되는 구조이다. 국내에서 현재 계획 중인 초기 사업은 ‘유기견 보호사업’과 ‘재난 대응사업’이다. 지진 등으로 재난 대응 및 유기견 보호사업에 뛰어난 일본의 노하우를 한국 상황에 맞게 적용하는 측면도 있고, 세월호 등을 겪으며 한국도 재난 대응에 취약함을 드러냈다. 이에 대한 고민과 대안이 필요한 시기라 피스윈즈코리아의 초기 사업으로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유기견보호사업은 ‘테라피독 양성사업’과 ‘펫방재사업’ 두 가지다. 테라피독 양성사업은 유기견을 구조해 치료 도우미견으로 역할하도록 하는 동물매개치료사업이다. 병원, 복지관 등에서 자폐나 치매, 우울증, 재활 등에 훈련받은 유기견을 참여시킨다. 아이의 학습력이나 자아 존중감을 높이는데도 효과적이다. 국내에는 1990년대 시작되었지만 크게 활성화되지는 못했다. 미국에서는 자신의 애완견으로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게 일반화됐다.

펫방재사업은 평상시에는 반려인 대상의 방재교육으로 펫재난위기관리사를 양성하고, 재난 발생 시에는 반려동물이 사람과 함께 대피할 수 있는 재난 대피소를 운영하는 인간과 동물 통합 방재 프로그램이다.

두 사업 모두 유기견이나 반려동물이 유익한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인식 개선을 목표로 한다. 동물복지에 반감을 가진 사람들도 이 사업의 지지자가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

재난대응사업은 아시아태평양재난관리협회(A-PAD)와 공동으로 진행한다. 시민 개개인의 수준에서는 아이를 데리고 있는 엄마가 재난을 만났을 때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와 같은 맞춤형 콘텐츠를 만드는 것과, 조직적 수준에서는 구호NGO들의 현장성과 기업들의 비즈니스 역량을 한데 묶어서 재난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

피스윈즈코리아는 피스윈즈재팬의 유기견 보호사업인 ‘피스완코재팬’ 프로젝트의 노하우를 전수 받아  유기견을 구조해 치료 도우미견으로 키우는 동물매개치료사업과 연계할 계획이다.

명함에 사회혁신플랫폼이라고 조직의 정체성을 표현했다. 이유가 있나.

우리 단체 혼자가 아니라 다양한 전문기관들과 협업으로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 플랫폼의 지원으로 사업이 진행되길 바란다. 유기견 구조기관, 테라피독 훈련기관, 반려동물커뮤니티서비스를 선보이는 기업, 자원봉사센터, 생협, 사회적경제기업 등 이미 국내 다양한 전문기관들과 접촉 중이며 일부는 진척을 보이고 있다.

장기적으로 피즈윈즈코리아는 다양한 사회문제를 혁신적으로 풀어가는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하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청년들과 오랜 기간 교류해왔고 관심이 많다. 청년들을 돕는 사회혁신플랫폼을 만들어 실질적인 지원을 하고 싶다.

아이리스라는 청년 글로벌소셜벤처나 청년NGO 돕는 일을 오랫동안 해왔다. 청년 문제에 관심이 많은 이유는.

나 스스로가 청년기에 방황을 많이 했다. 그래서 나 같은 청년들을 돕고 싶었다. 청년 해외봉사 파견 지원사업, 글로벌 소셜벤처 지원 등을 하면서 내가 직접 하는 것보다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는 청년들을 돕고 연결해주는 게 훨씬 사회적 임팩트가 크다는 생각을 꾸준히 해왔다. 앞으로도 청년들을 돕는 일을 계속 하고 싶다. 6월에 피스윈즈코리아를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등록을 준비 중인데, 이사진도 대부분 30대 청년층으로 구성한다. 앞으로 하는 사업도 이런 고민을 바탕에 두고 나갈 계획이다.

 

글. 라현윤 이로운넷 기자

사진제공. 피즈윈즈코리아 준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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