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 메카 영국, 노숙자 자립 지원 20여년의 결실

잡지판매부터 요리까지…7만여개 사회적기업 36조원 가치 창출

노숙자 자활 프로젝트 활성화·비영리단체 사회 활동까지 일석이조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 방문한 해리왕자와 메건마크리(사진: Daily Express UK)

#1980년대 영국의 대처 정부가 공공복지부문을 민영화하면서 사회적기업이 발전하기 시작했다. 또한 1990년대 후반부터 거리노숙자 문제를 최우선 정책과제 중 하나로 설정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 결과 1996년에 ‘주택법'(Housing Act)이 통과됐다. 주택법은 지역 주택 당국이 주거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행해야 할 의무를 명시한다. 2002년에는 ‘노숙자법'(Homelessness Act)이라는 이름으로 발전하기도 했다. 그 결과, 영국 정부에 따르면 2018년 현재 영국에는 7만여 개의 사회적기업이 설립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업들에는 200만 명이 고용돼 있으며, 이들은 연 240억 파운드(약 36조 원)의 가치를 창출한다. 조직의 절차, 구조, 형태 등에 대한 연구를 다루는 오거니제이션 사이언스(Organization Science) 저널은 2011년 연구결과로 주거취약계층을 돕는 영국 비영리단체의 80%가 관련 사회적기업의 도움을 받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노숙인 자활에 성과를 낸 영국 사회적기업 3곳을 소개한다.

빅이슈, 읽는 순간 세상이 바뀐다

빅이슈 홈페이지 캡쳐

서울 강남역·이대역, 부산 남포역 등 여러 지하철역 입구에서는 ‘빨간 조끼 아저씨’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잡지 ‘빅이슈(Big Issue)’ 판매원들이다. 2010년 한국에 들어온 빅이슈는 영국에서 시작한 대중문화 잡지다.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한 11개국에서 15종이 발행되고 있다.

빅이슈는 영국 화장품 기업 ‘더바디샵(The Bodyshop)’의 고든 로딕과 존 버드가 1991년 창간했다. 런던 거리에 주거취약계층이 증가하는 문제를 비즈니스로 해결해보자는 목적으로 만들었다. 주거취약계층에게만 잡지를 판매할 권한을 줘 자활의 계기를 제공한다. 잡지는 폴 매카트니, 데이비드 베컴, 조앤 K. 롤링 등 유명인들의 재능기부로 만들어진다. 빅이슈 판매원들은 한 권당 1.25파운드를 주고 잡지를 산 후 2.5파운드에 팔아 수익금을 가져간다. 서점이나 가판대에서는 팔지 않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1월 12일 존 버드와의 인터뷰 기사에서 “빅이슈의 목적은 노숙인 각각을 ‘마이크로 앙트러프러너(Micro Entrepreneur)’로 변화시키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이크로 앙트러프러너는 소자본으로 창업하는 기업가를 의미한다. 잡지는 ‘빅이슈그룹’으로 성장해 13년 동안 3천만 파운드를 사회적기업과 자선단체에 투자했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빅이슈그룹은 빅이슈, 빅이슈 인베스트, 빅이슈 재단, 빅이슈 샵 등으로 이루어져있다.

창간 이후 영국에서는 9만2천 명의 판매원들이 1억 파운드 이상의 수익을 냈다. 그 중에는 직업을 가지게 된 판매원들도 있다. 영국 일간지 캠브릿지 뉴스는 빅이슈 판매원으로 시작해 커피숍을 운영하게 된 한 남성의 이야기를 보도하기도 했다.

노숙인에서 셰프로 변신은 무죄…브리게이드 레스토랑

YTN 방송 “요리사가 된 노숙인…영국 ‘착한 식당'”편 캡쳐

런던 옛 ‘브리게이드(Brigade) 소방서’ 자리에 들어선 ‘브리게이드 레스토랑.’ 이곳 요리사들은 노숙인·범죄인 등 사회 취약계층이었다. 요리사 사이먼 보일이 2006년 스리랑카의 쓰나미 피해현장에서 봉사활동을 하다가 소외된 사람들을 도와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사업을 구상했다.

보일은 작은 주방을 빌려 3~4명에서 시작했다. 노숙인 쉼터를 찾아다니며 요리 교육을 들을 사람들을 모았다. 런던을 중심으로 16~60세까지 다양한 연령층 노숙자들을 위한 이벤트를 열어 요리학교에 대한 관심을 이끌었다. 그 과정에서 재단과 정부 지원도 받아 2012년 사회적기업을 설립했다.

일을 익히기로 한 노숙인들은 먼저 6주 간 워크숍을 통해 요리를 왜 배워야 하는지 수업을 듣는다. 이후 6달 동안 브리게이드 레스토랑에서 요리 실습을 하며 월 한화 100만원 가량을 받는다. 이 과정을 거치면 요리사 자격증을 딸 수 있다.

브리게이드는 문을 연지 3년 만에 요리사를 60명 배출했다. 지난 9월 영국 톰슨 로이터재단 뉴스는 강도 행위로 몇 달간 감옥살이를 하다가 브리게이드 레스토랑에서 일하게 된 남성에 대한 이야기를 보도하기도 했다.

브리게이드 레스토랑은 연 4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수익금은 다른 노숙인들을 돕는데 사용한다. 브리게이드 소방서가 시민의 안전을 지켰듯 취약계층의 삶을 보호하겠다는 의미를 담아 앞으로도 요리를 통한 자립을 도울 계획이다.

사회적가치 한 입, 소셜바이트

노숙자들이 소셜바이트에서 샌드위치를 먹고 있다. (사진 출처: 소셜바이트 웹사이트)

노숙인들에게 자활기회와 집까지 제공하는 샌드위치 체인점이 있다. 영국 사회적기업 ‘소셜바이트(Social Bite)’다. 작은 샌드위치 가게로 시작해 지금은 스코틀랜드 전역에 6개 지점이 있다. 100명이 넘는 직원 중 25% 가량이 노숙 경험이 있는 이들이다.

소셜바이트가 가게를 운영하는 방식은 ‘선행나누기(Pay it forward)’다. 샌드위치를 사러 온 고객이 미리 돈을 내면 노숙인이 와서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지난 2월에는 해리왕자와 그의 약혼녀 메건 마클이 방문해 로이터통신 등 각종 언론에서 “매년 10만 가지의 음식과 음료를 노숙인에게 제공하는 가게”라며 조명했다.

공동 창업자 조쉬 리틀존과 앨리스 톰슨은 방글라데시 경제학자 유누스 교수의 ‘가난없는 세상을 위하여: 사회적기업과 자본주의의 미래’를 읽고 사회적경제에 대해 감명 받았다. 유누스 교수는 빈민구제 목적으로 1976년 소액대출은행 그라민뱅크를 설립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두 창업자는 직접 방글라데시로 건너가 유누스 교수를 만난 뒤 영국으로 돌아와 2012년 소셜바이트를 만들었다.

최근 소셜바이트는 에딘버러 그랜튼 지역에 ‘소셜바이트 마을(Social Bite Village)’를 짓기 시작했다. 1830평 넓이의 소셜바이트 마을은 노숙인 20명에게 삶의 터전과 자활 기회를 제공한다. 소셜바이트 마을 주민들은 최대 1년 반 동안 집을 제공받을 수 있다. BBC 뉴스는 지난 1일 소셜바이트 빌리지가 시의회로부터 그 취지를 인정받아 이동식 주택 설립 허가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누구나 삶터가 있는 스코틀랜드. 소셜바이트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다.

-글. 박유진 이로운넷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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