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맛 아닌 나만의 맛을 찾는 사람들…“소시지도 만들어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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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바비큐 협동조합… 소시지 만들기 교육
“세상의 수많은 향신료만큼 맛 다양…매뉴얼 말고 내 취향대로”

지상 방송의 ‘수요 미식회’나 ‘전지적 참견 시점’ 등은 맛 전문가나 연예인이 맛을 보증하는 프로그램이다. 콘셉트는 조금씩 다르지만, 등장인물의 입맛으로 맛을 보증한다. 특히 전지적 참견 시점은 ‘잘 먹는 사람이 맛을 인정했으니 내 입맛에도 맞을 것’이라는 평범한 전략이 먹히고 있다.

맛이 정형화된, 가공된 식품들이 우리 식탁의 주인공이 된 이래 당연한 현상처럼 받아들여진다. 내 입맛을 생각해보지 않고 먹는 현실, 여기엔 ‘자신 없음’과 ‘귀찮음’도 작용했을 터. 하지만 ‘맛을 찾아 방황하는 사람들’도 있다. 시간이 오래 걸려 어리석어 보일지라도 본인이 직접 요리를 함으로써 내가 원하는 맛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 이야기는 그중에서도 나만의 바비큐를 찾는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김진훈 강사가 소시지 만들기에 필요한 향신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바비큐 협동조합(대표 송정선)은 가정에서 소시지, 베이컨, 햄 등을 직접 만들 수 있도록 교육한다. 총 8주간 진행되는 교육과정으로 현재 2기째 운영중이다.

지난 4월 9일 서울혁신파크에서 열린 2주차 교육에 참석했다. 이날 교육 주제는 소시지 만들기. 향신료를 통해 나만의 맛을 찾고 소시지 굽는 법이 준비돼 있었다.

음식을 직접 조리하고 만들기 전 재료에 대한 이해와 특징을 공부하는 건 기본. 슬로우푸드의 철학, 베이컨들의 종류 같은 이론부터 시작해 소금, 향신료를 이용한 염지부터 베이컨 굽기까지 바비큐에 대한 모든 것이 준비됐다는 귀띰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향신료가 있습니다. 향신료의 수만큼 수많은 종류의 햄, 소시지, 베이컨이 존재하죠. 향신료들을 얼마나 넣느냐에 따라 나만의 소시지가 나옵니다. 매뉴얼대로 하는 게 아닌 나만의 맛을 찾는 게 중요합니다.”

호텔에서 근무했고 현재 버거집을 운영하는 김진훈 초대강사가 나만의 맛을 강조했다. 시작은 나에게 맞는 향신료를 찾는 일. 코리앤더 씨앗, 파슬리, 로즈마리 등 각 향신료의 특징 설명이 끝나자 교육생들은 향신료 하나하나 향을 맡아본다. 향을 맡아본 교육생들은 인상 깊었던 향신료들을 적는다. 마늘같이 익숙한 것도 있지만 생전 처음 보는 향신료들에 놀라는 눈치다.

‘소시지 만들기’에 참여한 교육생이 직접 요리하고 있다.

“원산지보다는 순도가 중요합니다. 향신료에 옥수수 전분, 색소를 섞은 제품들이 있어요, 이것이 향을 약하게 만들어 음식을 망칠 수 있습니다. 가격이 더 비싸더라도 원료함량을 보고 구매해야 합니다. 한번 병을 살펴보세요.”

강사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교육생들이 병을 살펴본다. 그냥 봐서는 차이를 확인할 수 없었지만, 병에 붙은 라벨에서 향신료의 함량을 확인할 수 있다. 교육생들은 “이 향신료가 괜찮았으니까 선택해야지” 대신 “이 향이 좋은데, 이 함량이 적당하겠어” 라며 향신료를 선택하는 생각을 바꾸는 분위기가 읽힌다.

“식품에 수분이 포함되어 있죠. 그 수분을 결합수, 고정수, 자유수로 나누게 됩니다. 결합수는 일반적인 조리 과정에서 빠져나오지 않기에 생각할 필요 없는데요. 자유수는 삼투압이나 조리 과정에서 떨어지고, 고정수는 열을 가할 때 떨어지므로 신경 써야 합니다. 베이컨 제작 과정에서 이 수분이 떨어지면 육즙이 빠져나가기에 음식의 맛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를 막기 위해 염지가 필요합니다.”

이번엔 염지다. 향신료보다 더 낯설다. 평소 조리 과정에서 생각 못 할 수분 개념에 다들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낯선 개념이지만 음식의 맛을 높이는 비법이니 다들 열심히 듣고 필기하는 모습이었다.

이론만으론 부족하다. 그러니 실전이다. 직접 조리해 수분보존을 최대한 해보고 시식해보는 시간이 됐다. 미리 준비된 수제 소시지를 삶고 구웠다. 고정수, 자유수 손실을 최소화하는 실습이다. 소시지들이 누렇게 구워지기 시작했다. 실습장에 고소한 냄새들이 퍼지기 시작했다.

교육생들이 직접 만든 소시지를 맛보고 있다.

“와, 맛있어.” 직접 만든 소시지를 먹어보는 교육생들 사이에선 감탄이 끊이지 않는다. “처음 씹을 때 껍질이 톡 하고 터지며 혀 안으로 육즙이 나와 보존된 것이 느껴져요.”  “입안에 퍼지는 이 매콤한 향은 대체 무슨 향신료인가요?” 맛을 본 후 질문이 쏟아졌다. 맛에 대한 궁금함이 교육장을 가득 채웠다. 어떤 부위를 사용했는지, 어떤 향신료를 사용했는지 강사의 답이 이어진다.

“1000번 버리고 완성된 조합법을 공개합니다.” 강사의 비법 공개에 다들 환호했다. “건강을 생각해서 아기들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자극적이지 않고 안전한 향신료를 조합했는데, 막상 아기가 입에 대자마자 맛없는지 뱉더라고요.” 전문가의 경험담에 다들 박장대소다.

친구가 교육과정을 알려줘 신청하게 됐다는 대학생 김상훈 씨는 “소시지 같은 육가공품은 사 먹기만 했는데 실제로 만들어보는 과정이 신선했다”며 “다 똑같은 맛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직접 만들면 맛이 달라진다는 게 놀랍다”고 밝혔다. 그는 “교육과정이 끝날 때 나에게 맞는 맛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바비큐 협동조합에서는 바비큐 만들기 뿐만 아니라 슬로푸드 관련 다양한 모임, 교육을 진행 중이다. 운영하는 모임, 교육은 페이스북 페이지(https://www.facebook.com/bbqacademy17)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글. 이건희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청년기자
gooindol@gmail.com
편집. 양승희 이로운넷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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