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찌꺼기로 만든 화분에서 커피나무가 자라요

커피 폐기물을 유일무이한 사물로 만드는 하이사이클

시니어·자활 일거리 창출에 창의교육까지…일석’다’조

[편집자 주] 소비 만능시대. 쉽게 사고 버리는 탓에 지구는 온갖 폐기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지만 폐기물도 잘 활용하면 소중한 자원이 된다. 쓰임을 다해 버려진 물건들에 새 숨을 불어넣는 신기한 새 활용 세상을 소개한다.

커피자루를 새활용한 숨쉬는 화분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6번째로 커피를 많이 수입하는 나라다. 소비가 많은 만큼 그 과정에서 버려지는 폐기물도 엄청나다. 해마다 27톤의 커피찌꺼기가 발생하고 일회용 컵, 빨대, 슬리브, 커피자루 등 버려지는 자원의 종류도 다양하다.

김미경 하이사이클 대표는 커피산업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자원화해 환경을 덜 해롭게 만드는 데 도전하고 있다. 그가 제일 먼저 선택한 소재는 커피자루다.

등갓에도 커피자루가 쓰였다

커피자루가 에코백과 숨쉬는 화분으로

다듬:이(Dadum:e)는 커피산지에서 생두를 수입해 올 때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커피자루를 업사이클한 브랜드다.

“커피자루는 식품을 담았던 소재라 인체에 유해한 화학성분이 없고 생분해가 가능한 천연 소재입니다. 통풍이 잘되고 질기면서도 가볍습니다.”

황마 소재는 질기고 가벼워 에코백으로 많이 새활용된다

황마(Jute) 소재의 커피자루는 에코백이나 파우치·컵슬리브·코스터(컵받침)·숨쉬는화분 등 다양한 용품으로 재탄생됐다.

“통풍이나 배수가 잘되니까 식물의 뿌리 생착에 좋습니다. 일반적으로 도자기나 플라스틱 화분은 골칫거리에요. 도자기는 몇 천 년이 지나도 발굴되잖아요. 식물을 담은 용기라면 자연과 가까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통풍과 배수가 좋고 생분해돼 자연으로 돌아가는 ‘숨쉬는화분’

숨쉬는화분은 분갈이 할 때 바닥면만 십자로 가르고 그대로 옮겨 심으면 된다. 화분 자체가 흙과 물을 만나면서 서서히 분해되기 때문이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김 대표는 단지 환경적 가치뿐 아니라 유니크한 사물에 새로운 용도와 기능을 찾아 주는 하이사이클 개념을 적용해 의미를 더했다.

커피자루를 새활용한 파우치. 풀을 먹이고 손다림질을 해 서 만든 핸드메이드 제품이다.

“커피자루에는 브랜드마다 생산자의 고유한 이력이 담겨있습니다. 어떤 농장에서 언제 선적돼 있는지 등이 표시돼있지요. 인쇄도 수작업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엄격히 말하면 똑같은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를 소재로 만든 새활용품은 세상에 유일무이한 것이 됩니다.”

정성과 품이 많이 드는 제작공법엔 ‘시니어클럽’이 제격

커피자루로 제품을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커피자루에 풀을 먹이고 하나하나 손다리미질로 구김살을 펴는 품과 시간이 많이 드는 슬로우 제품이다.

하이사이클은 사회적기업으로 시니어들의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고 있다.

김 대표는 2013년 다듬:이를 시작할 때부터 시니어클럽과 제작을 함께 했다. 지금은 자활센터로까지 확대해 총 5곳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매년 20~25명에게 일감을 제공해주고 있다.

“ 어르신들은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긴 하지만 워낙 정성을 다해 꼼꼼하게 만들어주셔서 그 모습을 보고 다듬:이라는 이름을 떠올렸어요.”

커피찌꺼기 속에서 자라나는 커피나무

사회적기업 하이사이클의 두 번째 브랜드는 커피팟이다. 커피의 원두 모양을 형상화한 화분의 소재는 커피찌꺼기가 50% 함유돼있다.

커피콩 모양의 화분에서 자라나고 있는 커피나무. 성장하면 숨쉬는 화분에 옮겨심으면 좋다.

하이사이클은 커피찌꺼기로 만든 화분에서 커피 씨앗이 발아하고 열매를 맺기까지의 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반려식물패키지 상품을 선보였다. 씨앗발아키트와 모종형태의 키트 2종류다.패키지에는 화분과 씨앗·모종·분갈이용 숨쉬는 화분을 포함해 가이드북 등이 제공된다.

커피팟 모종키트

“ 마시는 커피에서 기르는 커피로 자연 순환의 고리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커피꽃이 지고나면 생기는 커피체리는 그냥 버려지지만 ‘카스카라’라는 차로 마실 수 있어요. 그런 문화도 알리고 싶었습니다.”

화분은 양쪽으로 열고 닫을 수 있는 뚜껑이 있어 씨앗 발아기에는 그늘을 만들어주고 모종 상태에서는 흙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하는 기능을 한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윤리적 소비 브랜드 마음:이(maum:e)

지난해 김 대표는 업사이클링 교육을 하면서 알게 된 기업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5성급 호텔이 리뉴얼 작업을 하면서 고급소재의 침구와 가운 등이 소각될 운명이라며 새활용할 방법이 없겠냐는 것이었다.

호텔에서 쓰던 수건,가운,침대보등을 새활용해 만든 반려동물 목욕가운과 베드쿠숀(사진제공=하이사이클)

섬유 폐기물들은 소각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다이옥신 등의 환경오염물질들이 배출되고 매립할 경우 토양 오염도 일으킨다. 사회적비용이 불어나 경제적으로도 큰 부담이다.

김 대표는 호텔에서 20피트 콘테이너 3대 분량의 패브릭을 실어왔다. 그리곤 이 소재의 특성을 살려 반려동물을 위한 제품 마음:이라는 브랜드를 론칭했다. 동물의 털을 빨리 말리는 기능을 하는 목욕가운과 쿠션베드등이다.

서울새활용플라자 안 카페 ‘자리(Zari)에 마련된 하이사이클 팝업스토어 앞에 선 김미경 하이사이클대표

“ 5성급 호텔의 패브릭 소재는 고품질일 뿐 아니라 여러 번의 세탁과정을 통해 갓 생산된 제품에서 나오는 화학물질들이 모두 빠져 나간 상태입니다. 반려동물들도 알러지 같은 피부병으로 고생하는 데 안심할 수 있는 소재입니다.”

하이사이클은 서울 장한평 서울새활용플라자 3층에 자리잡고 있다.

하이사이클은 지난달 유기 동물들의 입양을 후원하는 크라우드 펀딩을 성공적으로 마친데 이어 반려동물을 위한 다용도 쿠숀베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수익금은 자원순환의 가치를 알리고 윤리적 소비문화를 확산시켜 나갈 업사이클링 제품개발에 쓰일 예정이다.

마음:이의 멀티웨이 쿠숀베드는 오는 8월 26일까지 장한평 서울새활용플라자 1층 전시실에서 진행되는 ‘무한한 새활용상상전’에서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

창의 교육으로 업사이클 인식 확산

미술과 디자인을 전공하고 중국에서 큐레이터로 활동했던 김 대표는 공공미술에 관심이 높다. 그는 업사이클링 교육을 통해 자원순환의 가치를 널리 퍼트리고 있다.

일상적으로 버려지고 있는 소재를 가정과 학교에서 누구나 편하게 배우고 즐길 수 있는 업사이클 DIY 키드 시리즈를 만들었다.

일회용 빨대를 활용해 만든 다육이 식물용 공중걸이화분 플랜테리어 DIY 키트

완성된 다육이 재배용 공중걸이 화분

유통기한이 지나 버려지는 커피를 활용한 빈(Bean)그림 키트, 커피자루를 활용한 슬리브와 코스터를 만드는 바느질 키트가 대표적이다. 특히 일회용 빨대를 활용해 만든 다육이 식물용 공중걸이화분 플랜테리어 DIY 키트는 인기가 많다.

김 대표는 “소비자들에게 환경과 자연을 생각하는 선택과 행위를 좀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상품을 만드는 것이 새활용의 첫 번째 목적이다”고 설명한다.

가방,슬리브,컵받침,파우치,숨쉬는화분,목욕가운 등 하이사이클의 다양한 리빙제품들.

“ 환경에 나쁘니까 쓰지 말라고 무조건 이야기하기보다 대안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활동이 그 대안 중 하나이고 소비자가 선택하면 지속가능한 것이 되리라 믿습니다.“

하이사이클: hicycle.co.kr

글. 백선기 이로운넷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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