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엄마들의 절박함이 빚어낸 희망 스토리

[서울 마을기업] ④ 중랑구 ‘이야기가있는사람들협동조합’

“카페, 이야기가 있는 사람들에 놀러오세요”

지역 주민이 공동으로 지역문제를 해결하고 지역공동체 이익을 위해 지역 자원을 활용해 경제 활동을 하는 마을기업. 현재 서울에는 103개 113,183명의 회원들이 함께하는 마을기업들이 있습니다. 이로운넷은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 함께 서울을 훈훈한 공동체로 만들어가는 서울의 마을기업을 소개합니다.

마을기업 ‘이야기가있는사람들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카페 ‘이야기가 있는 사람들’은 중랑구 면목동의 한 아파트 상가 지하에 위치해 있다. 카페 안으로 들어서니 카페 끝 쪽의 긴 테이블에서 장애인 청년과 비장애인 청년들이 어우러져 핸드페인팅 수업이 한창이다. 한 청년이 익숙한 듯 커피를 직접 내리고는 테이블로 배달까지 한다. 그는 발달 장애를 앓는 청년이자, 이야기가있는사람들협동조합 이경애 대표의 큰 아들이다.

마을기업 ‘이야기가있는사람들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카페

 절박함이 모여 만들어진 마을 카페

중랑구에 위치한 마을기업 ‘이야기가있는사람들협동조합’은 발달장애인 자녀의 진로를 고민하던 부모들이 의기투합해 2014년 문을 열었다. 복지관의 장애인 가족 프로그램에서 만난 엄마들이 먼저 마음을 냈다. 이미 장성한 자녀의 미래가 걱정이었던 이경애 대표도 그 중 한명이었다.

“대부분의 장애인 엄마들은 경력 단절 여성들이에요. 장애가 있는 자녀를 돌보다 보니 현실적으로 다른 일을 할 수가 없죠. 그런 사람들끼리 모여서 사업을 하려니 정말 막막했어요.”

몇날 며칠 밤을 세가며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직접 발로 뛰며 조합원을 모집했다. 이 악물고 바리스타 자격증도 땄다. 이 길이 아니면 답이 없다는 ‘절박함’이 만들어준 결과였다. 엄마들의 절박함은 마을기업 선정으로 이어졌고, 장애인 자녀들도 잇따라 바리스타와 화장품 자격증을 땄다. 장애인 자녀들은 그렇게 부모의 사랑 속에서 사회 밖으로 나서는 연습을 시작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머무는 공간

카페 ‘이야기가있는사람들’에서는 매주 목요일 지역민들을 위한 생활 강좌가 열린다. 핸드페인팅, 천연화장품 만들기 등을 전문 강사가 직접 와서 가르쳐준다. 장애인인 조합원 자녀들의 참석이 기본이지만 아름아름 소문을 듣고 찾아온 비장애인들도 많다.

“모르고 왔던 사람들이 처음에는 장애인들을 보고 놀래요. 평소에 장애인과 함께 뭔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으니 당연한 반응이죠. 하지만 프로그램을 함께 하다 보면 장애인에 대해 가졌던 편견이 깨졌다는 얘기들을 많이 해요. 한 강사님도 처음에는 아이들을 어려워했는데 지금은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에 누구보다 좋아하세요.”

생활강좌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지역 안에서 함께 어우러지는 계기를 마련해 주어 장애인 인식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가정’과 ‘복지관’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벗어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장애인들의 사회성을 기르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운영하는 카페에서 회의 중인 조합원 및 관계자들

 위기 뒤에 찾아올 봄날을 기다리며

올해로 마을기업 5년차에 접어든 ‘이야기가있는사람들협동조합’도 최근 위기를 맞았다. 협동조합 운영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기도 한 조합원들 간 소통과 협력 문제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금까지 그러했듯이, 모성의 힘을 믿는다.

“직접 커피도 만들어 나눠주고, 강좌 하면서 비장애인들과 어울리며 사회성도 키우고…우리 아이들에게 이만한 공간이 없다 싶으니 힘들어도 쉽게 포기가 안돼요. 언젠가 우리(부모)가 없어도 아이들이 지역의 비장애인들과 어울리며 지낼 수 있는 공간으로 남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해야죠.”

카페 ‘이야기가있는사람들’은 발달장애인 청년들은 물론 부모가 함께 성장하는 공간이다. 그러한 성장 이야기가 담긴 사람들이 모인 이 공간이 위기를 잘 이겨내고 봄날을 맞이하는 그날을 꿈꿔본다.

카페 ‘이야기가있는사람들’은 발달장애인 청년들은 물론 부모가 함께 성장하는 공간이다

 

글. 라현윤 이로운넷 기자

사진제공. 이야기가있는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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