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노는 것이 경쟁력이다! – 유쾌한 100세를 꿈꾸는 5060 세대들의 문화 놀이터 ‘루덴스 키친’

5060 세대들의 문화 놀이터  루덴스 키친

풍류를 즐기며 유쾌한 100세를 꿈꾸는 ‘루덴스협동조합’

나이 ‘50’이란 숫자는 결코 가볍지 않은 삶의 무게입니다. 가장으로, 엄마로서 혹은 홀로서기를 위해 나를 내려놓고 앞만 보고 달려왔던 시간들이 많지요. 이젠 숨 고르기를 하고 싶은데 사람들은 100세 시대라며 더 달려가라고 등을 떠밉니다.

달리기를 멈추고 잠시 쉬어가며 잃어버렸던 혹은 마음 한구석에 접어두었던 내 모습을 찾아 나선 이들이 있습니다. 이들의 행보는 ‘홀로’가 아니라 ‘함께’라서 외롭지 않고 더 즐겁습니다. ‘루덴스 협동조합’ 그들의 신나는 도전을 소개합니다.

잘 노는 것이 경쟁력

‘유쾌한 삶으로의 전환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루덴스협동조합의 캐치프레이즈입니다.

루덴스협동조합은 올해 3월 서울시 50플러스 재단 서부캠퍼스의 인생 학교 동문이 주축이 돼 만들었습니다. 루덴스란 ‘놀이하는 인간’이라는 뜻의 호모루덴스에서 따왔어요. 건강한 음식과 유쾌한 삶을 누리자는 것이 모토입니다.

유상모 루덴스 협동조합 이사장​

“우리 세대들이 놀 줄을 몰라요. 앞으로 달려갈 줄만 알지. 잘 놀아야 사고도 유연해지고 관계망도 풍성해집니다.”       — 유상모 루덴스협동조합 이사장

어떻게 해야 유쾌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걸까. 이들의 선택은 함께 놀고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뜻이 모아졌습니다. 지난 11월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 개장한 복합문화공간 루덴스키친은 아무나, 아무거나, 자신의 끼를 발휘할 수 있는 공간. 그리고 그 끼들이 모여 주변을 더 풍요롭게 하는 공간입니다.

복합문화공간 루덴스 키친에서 오카리나 연주를 하고 있는 김명희 조합원​​

지난 8일 저녁 루덴스키친에는 50+재단의 배움터에서 만난 인생학교 동문 50여 명이 모였습니다. 한 해를 갈무리하는 자리. 여느 식당의 회식자리 같지만 조금 있으려니 즉석 오카리나 연주가 시작됐습니다. 연주자는 루덴스협동조합의 조합원 김명희 씨입니다.

오카리나 연주에 손님들은 손뼉을 치고 어깨를 들썩이며 옆 사람과 눈을 맞추며 흥겨워합니다. 김 씨는 일주일에 한 번씩 루덴스키친의 무대에 서서 라이브 공연을 합니다.

50살이 되던 해 어느 순간 내 삶이 너무 재미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매어있는 삶이 싫어 회사를 그만둔 뒤 오카리나를 배우게 됐어요. 어렸을 때 음악을 무척 좋아했는데 삶이 녹녹치 않아 제 꿈을 접어야 했거든요.”

그는 오카리나 강사로 활동하며 소규모 연주 모임도 갖고 여행지에선 즉석 연주로 자연스레 여행객들과 어울렸습니다.

“악기 하나 다룰 줄 안다는 게 더 잘 놀 수 있는 동기가 됐습니다. 뒤늦게 악기를 배우는 중장년층이 많지만 설 무대가 없어요. 그분들을 초대해서 연주도 듣고 즐길 수 있다면 좋잖아요.”

낮에는 식당.. 밤에는 풍류가 넘치는 라이브 포장마차

루덴스협동조합은 50플러스 세대 60여 명이 100만 원씩 출자해 만들었습니다. 3월 창립 당시엔 조합원 수가 8명에 불과했지만 9개월여 만에 60명으로 불어났습니다. 유상모 이사장은 루덴스키친을 가리켜 한마디로 파티 공간이라고 말합니다.

루덴스키친은 불광역 3번 출구 옆 은평구 통일로 709 2층에 위치해 있다.​

“젊은이들은 클럽에서 즐겁게 노는데 우린 함께 놀 공간이 없어요. 끼를 맘껏 펼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싶은데 운영비를 마련해야 하니까 식당으로 수익구조를 만들어 놓은 겁니다.”

점심시간 루덴스키친은 만 원의 행복 한정식 한 상차림으로  제공됩니다. 메뉴는 톳, 다시마, 생미역 등 해초류와 메주콩, 매생이 등 건강한 재료로 만들었습니다. 인공감미료를 넣지 않아 담백한 제철 요리를 자랑합니다.

​오후 3시 브레이크 타임에는 만남과 토론의 장소로 대관도 가능합니다. 저녁 7시 이후에는 풍류가 있는 라이브포차(포장마차)로 변신합니다. 수제 맥주와 전통주, 와인과 제철 재료로 만든 다양한 안주를 판매합니다.

라이브 포장마차 메뉴들

한쪽 무대에선 요일별로 일주일에 3차례 탱고춤과 오카리나, 통기타 공연이 곁들여집니다. 손님 중에 누구라도 재능을 준비해오면 무대에서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를 수도 있습니다.

“먹고 마시는 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문화가 있어서 좋아요. 토론도 할 수 있고 발표 무대도 있고요. 그동안 배움터에서 뒤풀이를 어디서 할까 고민했는데 깨끗하고 건전한 장소라 자주 애용합니다.” — 인생학교 동문 김민형씨

주민센터, 사회적기업과 연대 지역공동체 발전에 기여

루덴스키친은 서울시 50플러스 서부캠퍼스와 상생 협력해 지역에 고용의 기회를 제공하고 외식창업 희망자와 파티플래너 등을 위한 실습 장소로도 활용할 계획입니다. 지역사회의 일자리 창출이란 의미에서 셰프 5명을 비롯해 직원들은 모두 은평구 주민들입니다.

인생학교 동문들의 송년파티 현장. 루덴스 키친은 서울시 50플러스 서부캠퍼스와 상생 협력을 통해 지역의 허브로 거듭나길 꿈꾼다.

내년부터는 은평구 다문화 여성 사회적기업 ‘마을무지개’와 협력해 다양한 국가의 음식을 선보이고 이들의 문화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 마을무지개 전명순 대표가 우리 조합원입니다. 다문화여성들의 장기를 살린 특색 있는 요리를 메뉴에 포함시키고 그들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연을 무대에 올리는 방안을 구상 중입니다. 더불어 주민센터에 가보면 플루트, 바이올린 강습처럼 다양한 프로그램이 많더군요. 그분들을 발굴해 저희 무대에 서게 하고 주민들의 졸업발표회, 파티를 해도 좋고요.”

​루덴스키친은 주민센터와 협업해 지역 축제를 끄집어내고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강사분들을 발굴해 도심재생의 허브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습니다.

​“불광동에 새 바람이 일어날 거예요. 이곳이 변화의 전초 기지가 될 것입니다. 협동조합은 저에게 새로운 삶을 들여다보는 통로이자 제가 꿈꾸던 일을 실현하는 장이 될 것 같아요.”— 송혜란 조합원

놀기가 불안한 사람들에게

주변에서 ‘베짱이처럼 놀기만 하면 될까’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자주 듣는다는 유이사장은 50+세대를 가리켜 ‘공포 마케팅에 찌들어있는 세대’라고 말합니다.

“ 우리 세대들은 100세까지 잘 살기 위해 돈이 몇 억 필요하다 그러니까 많이 벌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어요. 광고가 이런 심리를 부추기고 있고요. 그런 사고를 깨기 위해선 놀기를 잘해야 합니다.”

그는 루덴스협동조합을 결성하기에 앞서 4년여 전부터 ‘소셜 루덴스 클럽 ‘이란 이름으로 다양한 활동을 해왔습니다.

“IMF 때 회사에서 거의 쫓겨나다시피 나왔어요. 이후 작은 기업을 운영하며 돈도 모았지만 늘 가슴에 답답함과 먹먹함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희망제작소에서 ‘10년 후에 나를 상상하라’는 강연을 들었는데 10년 후 나를 돌아보니 마음이 더 무겁더라고요. 그때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우울증 초기로 나왔습니다.”

의사는 정기적인 운동을 권했고 유이사장은 그때 탱고춤을 알게 됐다고 합니다.

유이사장은 일주일에 한번 루덴스 키친 무대에서 탱고춤 공연을 한다

“탱고는 심장이 하나가 돼 추는 춤입니다. 춤을 통해 나이차가 띠동갑 이상 되는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니 모두 친구가 됐어요. 그때 배웠지요. 춤이 사람의 마음을 열어주는 훌륭한 도구임을요. ”

“내게 있는 것으로 반짝거릴 용기..”

유이사장은 대뜸 저에게 “ 요즘 환갑잔치 없어진 것 아시죠? ”라고 운을 뗐습니다.

“60세에 무슨 잔치냐라는 사회 분위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생각해보세요. 환갑을 맞은 분이 60갑자를 또 살 순 없어요. 120살을 살 순 없으니까요. 의미가 있는 일인데 눈치가 보여 못하는 거예요. 노는데도 용기가 필요한 거죠. 우린 이런 걸 깨자는 겁니다. 60살 파티 당연히 즐겨야죠.”

한 조합원이 그의 철학에 공감한다면서 송년파티 참석자에게 책을 한 권씩 선물했습니다. 그 책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혀 있었습니다.

‘거절당할 용기’ ‘넘어졌을 때 넘어져 있을 용기’ 그리고 ‘내게 있는 것으로 반짝거릴 용기… ‘

조합원들은 저마다 이야기합니다.

“맞아.. 나를 깨고 나올 용기, 이제 다시 시작이야..”

루덴스키친 페이스북 바로가기 : goo.gl/jBEQVd

글. 백선기 이로운넷 책임에디터

사진. 이우기(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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