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당을 물리치는 영웅 이야기 ②]유기 동물을 가족으로 받아들인 사람들

_ | 2017/03/03 | 사회적경제, 살림살이


[편집자 주] “현실 속 악당들을 물리치는 영웅이되라.”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가  미국 하버드대학교 졸업식 축사에서 한 이야기입니다. 현실 속 악당이란 누구일까요? 질병,가난,차별,폭력,편견.. 참 여러가지 얼굴들 입니다. 이로운넷에서는 우리사회를 괴롭히는 다양한 악당들을 물리치는 영웅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다리가 셋이면 어때?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마을 ‘우리동물병원생명사회적협동조합’

동물대표 써니는 비록 다리가 하나 없지만 잘도 달린다.

동물대표 써니는 비록 다리가 하나 없지만 잘도 달린다.

 

반려견 써니는 다리가 셋뿐입니다.  산책 길에 마주친 사람들은 그를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지만 실은 그 어느 때 보다 행복합니다.  써니는 사람과 동물이 더불어 사는 마을을 꿈꾸는 우리동물병원생명사회적협동조합(이하 우리동생)의 동물대표랍니다.

사람조합원 1422명과 그들이 키우는 반려동물 2557마리가 우리동생 조합원이에요. 조합원 박대루씨는 5년 전 써니를 유기견 보호소에서 입양했습니다. 당시 써니는 생명을 구하기 위해 다리 하나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었어요.

 

유기견보호센터에서 써니를 입양해 키우고 있는 박대루 조합원

유기견보호센터에서 써니를 입양해 키우고 있는 박대루 조합원

버려진 탓에 몇 살인지 왜 다쳤는지도 몰라요. 처음엔 궁금했지만 가족으로 받아들이니 그 모든 것이 사라지고 사랑만이 남더군요.

박 씨의 설명입니다.  써니는 장애를 지녔음에도 특유의 발랄함으로 조합원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 동물대표로 활동 중입니다. 그는 동물 대표의 자격으로 조합원이 세운 동물 병원에서 무료로 건강 검진을 받습니다. 마스코트로 왕성한 활동을 하기 위해선 건강이 최우선이기 때문이죠.

세계 최초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동물병원 운영

우리동생은 2015년 6월 세계 최초로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동물병원을 개원했어요.  마포구 월드컵로 22길 골목 어귀에 들어서면 아담한 2층 건물이 눈에 띱니다. 언뜻 보기엔 병원인가 싶을 정도로 흡사 일반 가정집 같아요. 입구엔 병원 건립에 십시일반 힘을 보탠 조합원들의 사진이 빼곡합니다.  165㎡  규모의 병원에는 수의사 2명, 수의테크니션 2명과 미용사 1명이 일하고 있어요.

 

세계 최초로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동물병원인 우리동생은 마포구 월드컵로 22길에 위치해있다.

세계 최초로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동물병원인 우리동생은 마포구 월드컵로 22길에 위치해있다.

 

진료비는 서울 시내 동물병원이 가장 많이 택하고 있는 최빈값으로 정했습니다.

“사람들이 이용하는 의료협동조합들이 그렇듯, 우리동생도 의료장비를 들여오거나 진료수가를 정할 때 조합원들의 의사를 반영하고 투명하게 공개합니다.”

정경섭 우리동생 이사장의 설명입니다.  소비자들은 정부가 1999년 진료비 담합을 막는다는 이유로 의료수가제를 폐지하면서 병원마다 진료비가 들쭉날쭉해 불만이 많았습니다.

조합원이 소비자이면서 주인이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어요. 단지 진료비 문제 뿐 아니라 의료 행위도 동물 복지 차원에서 이뤄져 신뢰가 가요”    – 조문선 조합원

정 이사장은 “설득과 이해의 지난한 과정이 필요하지만 신뢰감이 쌓여 지속 가능한 성장이 이뤄진다”고 덧붙였습니다.

우리동생은 병원장비구입과 진료비 책정등 중요한 의사 결정을 내릴 때 조합원들이 참여한다.

우리동생은 병원장비구입과 진료비 책정등 중요한 의사 결정을 내릴 때 조합원들이 참여한다.

 

개원할 때만 해도 사람  954명, 동물 조합원 1743마리였던 조합원 수는 그 사이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진료를 받는 동물도 하루 평균 15마리 정도에요. 조합원이 아니어도 병원은 이용할 수 있어요. 다만, 조합원에게는 진료비를 20% 할인해줍니다.

유기 동물 구출에서 입양까지

2015년 9월 병원 입구에 설치된 CCTV에는 가슴 아픈 장면이 찍혔습니다. 모자를 깊이 눌러 쓴 한 사람이 트렁크 가방을 버려두고 갔는데  열어보니 고양이 6마리가 있었어요. 우리동생은 이들을 거둬 동물병원에서 건강을 체크하고 치료도 해줬습니다. 이후 가정에서 임시보호를 거쳐 모두 조합원들에게 입양됐습니다. 이렇게 조합차원에서 유기동물을 구출하고 입양까지 성공한 경우는 지금까지 40여 마리에 이릅니다.

우리동생 페이스북에는 유기동물들을 구조한 조합원들의 활약상과 이들을 입양한 조합원들의 따뜻한 이야기가 계속 업데이트되고 있어요. 우리동생에 따르면 2015년 거리에 버려진 동물의 수는 8만 마리에 이릅니다. 현재 전국의 유기동물 보호소는 307곳이고 동물들이 보호소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평균 23일 뿐입니다. 이 중 32.3%가 입양이 안 돼 안락사 된다는군요.

 

학대받던 고양이를 조합원이 구출해 우리동생이 치료와 보호를 맡고 있는 뱅갈고양이들.

학대받던 고양이를 조합원이 구출해 우리동생이 치료와 보호를 맡고 있는 뱅갈고양이들.

 

우리동생은 이 같은 현실에서 한 마리라도 더 치료받고 따뜻한 새 가정으로 찾아주기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발바닥하이파이브 캠페인(http://animalscoop.net/)을 펼치고 있습니다. 후원금으로 유기동물들을 치료해주고 그 과정은 기부자와 조합원 전체에 공개됩니다. 치료가 끝나면 임시보호와 입양을 책임집니다.

김현주 우리동생 사무국장은 “동물구조협회와 협약을 맺고 공고가 끝나 안락사 전의 유기동물 중 2~3마리를 정기적으로 데려와 돌봐주고 새 가족을 찾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갈 것이다”고 전했습니다.

 

써니와 함께 동물공동대표에 선출된 나타샤도 한 때 버림받았던 아픔이 있는 유기묘이다.

써니와 함께 동물공동대표에 선출된 나타샤도 한 때 버림받았던 아픔이 있는 유기묘이다.

 

유기동물에 대한 조합원들의 애틋한 사랑은 역대 동물대표들이 유기동물들이었음을 보면 알 수 있어요. 써니와 함께 공동대표가 된 고양이 나타샤도 추석날 대형마트에 버려졌던 유기묘입니다. 사람 조합원들은 동물대표를 선출하는 온라인 투표에서 동물의 외양이나 출신, 족보가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에 기꺼이 한 표를 던집니다.

 

1인 가구들의 친구 맺기 활성화

반려동물에 대한 사랑은 비단 동물과 사람들 끼리 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화학적인 반응을 일으킵니다. 우리동생의 조합원은 다양하지만, 30~40대 1인 가구 여성이 주축이에요. 기혼 여성들이 육아라는 공통 화제로 마을에서 관계를 맺어가는데 반해 1인 가구들은 서로를 묶어 줄 연결 고리가 약한데 반려동물이 그 역할을 합니다.

지난 설 연휴, 조합원 일명 ‘우주엄마’는 그동안 엄두도 못냈던 라오스 여행을 편안한 마음으로 다녀왔습니다. 고양이 ‘우주’는 3박4일 동안 ‘돌봄 품앗이 모임’의 조합원 두 명이 번갈아 집으로 와 돌봐줬어요. 집을 떠나면 스트레스를 받는 고양이 ‘우주’를 위해 다른 조합원들이 기꺼이 자기 시간을 내줬고, ‘우주엄마’는 기쁘게 그들에게 집 열쇠를 맡겼습니다. 깊은 신뢰없인 불가능한 일이지요.

뜨개질 소모임 조합원 7명은 함께 노란색 목도리를 떠서 판매해 그 수익금 전액을 세월호 유족회와 치유활동을 돕는 기관’치유공간 이웃’에 보냈습니다. 자신의 강아지를 위해 노란색 목도리를 뜨던 오수진씨가 제안한 일이었어요. 후원금을 보내며 이들은 반려동물이 저마다 노란색 목도리를 두른 사진을 동봉했습니다. 이에 답장이 왔습니다. 동물 사진 덕분에 유가족들이 잠시나마 웃을 수 있었다는 감사의 편지였습니다.

노란목도리를 두른 반려견들.

노란목도리를 두른 반려견들.

 

직장인 오씨는 “종교 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겐 회사와 가정, 친구 몇 명 이외에는 사람을 만날 기회가 별로 없다”며 “ 가족 외에 나를 걱정해주는 사람이 또 있다는 것이 삶의 큰 위로가 됐다”고 소모임의 의미를 설명했습니다.

우리동생은 이같은 소소한 동네소모임을 7~8개 가량 운영하고 있어요. 살찐 고양이들과 사는 이들의 모임인 ‘배가 큰 고양이 모임’, 노령견을 키우는 보호자들의 모임인 ‘무지개 다이어리 모임’, 반려동물을 잃고 깊은 상실감에 빠진 사람들을 위한 ‘펫로스(Pet Loss) 증후군’ 극복 모임 등 주제도 다양합니다.

 

고양이 장난감 만들기 모임에 참여한 조합원들. 우리동생은 다양한 소모임을 권장해 마을공동체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다.

고양이 장난감 만들기 모임에 참여한 조합원들. 우리동생은 다양한 소모임을 권장해 마을공동체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다.

1000만 반려동물 시대 교육이 중요

우리동생은 동물병원 이외에도 믿을 수 있는 재료로 만든 반려동물 수제 간식 3종을 판매하고 있어요. 전국 아이쿱 생협과 두레생협등 300개 매장에 입점해 월 평균 1만5000여개가 팔립니다. 이 수익금의 일부 역시 유기동물 치료에 쓰입니다.

우리동생은 다양한 사업을 펼치지만 특히 중점을 두는 부분이 교육입니다. 서울시와 협력해 150시간짜리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중부여성발전센터등에서 ‘반려동물 제대로 키우는 법’을 가르치고 있어요.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매월 정기적인 교육 강좌도 제공합니다. 이는 반려동물에 대한 몰이해로 인한 유기를 막고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들과 더불어 잘 지낼 수 있도록 생활에티켓을 익히는 교육도 겸합니다.

권혁필 반려동물행동교정사는 ” 반려견들이 짖는 이유는 경계성, 놀이, 학습 등 크게 4가지 유형이 있다“며 ”해당되는 원인을 찾아 적절한 방법으로 교육을 해야 교정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충고합니다.

정경섭 이사장은 우리동생의 목표가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는 마을 만들기라고 합니다.

 

정경섭 우리동물병원생명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동물과 교감하는 일은 기적적인 일이고 소중한 일입니다. 이같은 직관 능력이 있어야 다른 이들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어요.

그래서일까요. 다리가 셋뿐인 써니를 입양한 박대루씨는 써니와 같은 품종인 비글이 동물실험에 많이 희생된다며 이들을 구조하는 단체에 후원을 시작했습니다. 우리동생이  바깥 세상을 향해 그려가는 사랑의 원이 점점 커져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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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백선기 이로운넷에디터

사진. 이우기

사진제공.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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