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연예인들이 회사에서 즐겨 마시는 커피의 정체

_ | 2016/11/05 | 살림살이


유명 연예인들이 회사에서 즐겨 마시는 커피의 정체

북한 이탈 주민의 자립을 돕는 사회적기업 ‘커피창고’

 

북한을 탈출했다가 중국 공안에 발각돼 세 차례나 북송됐어요. 북송됐을 때 힘든 그 거이 상상을 못하지요. 한국에 와서 제일 좋은 게 뭔지 압네까? 내가 일한 만큼 보수를 받는다는 거에요. 그 느낌이 너무 좋아서 열심히 일했어요.

㈜커피창고(www.coffeecg.com)에서 3년 째 일하는 이혜영 대리(45)는 올해 추석 상여금을 받고 깜짝 놀랐다.

“추석 물량이 많아 야근을 해 내심 수당을 기대했는데 금액이 적어 실망했어요. 그런데 자세히 보니 동그라미 하나가 더 붙어 있잖아요.”

이 씨는 추석 보너스로 100만 원을 받았다며 활짝 웃었다. 내년이면 월급이 또 오른다는 소식에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혜영대리(오른쪽)가 같은 새터민 출신 동료 전지영씨와 함께 원두를 볶고 있다.

이혜영 대리(오른쪽)가 같은 새터민 출신 동료 전지영 씨와 함께 원두를 볶고 있다.

취약 계층을 우대하는 회사

커피창고는 원두 로스팅과 온라인 쇼핑몰, 커피머신 렌탈 그리고 커피 전문점에 원자재를 납품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직원 16명 중 절반이 넘는 9명이 북한이탈주민과 장애인·고령자·장기미취업자등 취약 계층이다. 취업 공고문에는 ‘취약 계층을 환영한다’는 문구가 빠짐없이 등장한다. 사업이 확장될 때 마다 취약 계층을 우선 고용해 전체 직원의 90%가 취약 계층이 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북한이탈주민들과의 인연은 한 단골 고객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2013년 이래 4명의 북한이탈주민이 거쳐갔다. 이 가운데 채은옥씨(60)는 수십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남북하나재단에서 실시한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창업지원 대상자로 선발돼 6개월 전 회사를 그만뒀다. 김유리 커피창고 대표는 “북한이탈주민들은 남다른 성실성을 보여 일반 직원들 사이에 막연히 갖고 있던 선입견이 사라졌다”며“같은 능력이라면 취약 계층을 더 선호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유리 커피창고 대표

김유리 커피창고 대표

 

직원들에게 커피 로스팅을 가르치는 양지선 팀장은 “북한이탈주민들은 흰 도화지 같아 가르치는 데로 잘 따라와 준다”며 “원칙을 잘 지키고 성실해 좋은 점이 더 많다”고 덧붙였다.

홈페이지 제작과 SNS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심학수 주임은 왼팔을 못 쓴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입은 교통사고 후유증이다. 디자인을 공부했지만 장애 2급 판정을 받고 이렇다 할 직장을 얻지 못한 채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커피창고는 그에게 다시 펜을 잡을 기회를 주었다. 긴 공백 기간으로 녹슨 실력을 연마할 수 있도록 교재와 강의료를 지원해 줬다. 불과 석 달만에 심 씨는 쇼핑몰 제작을 할 수 있을 만큼 실력이 향상됐고 자신감이 생겼다.

교통사고로 왼팔에 장애를 입은 심학수 주임은 커피창고에서 웹디자이너로 맹활약하고 있다.

교통사고로 왼팔에 장애를 입은 심학수 주임은 커피창고에서 웹디자이너로 맹활약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을 시작한 지 2주 만에 팔로워가 886명이나 생겼어요. 보여드릴까요? 사진에 글씨를 넣는 포토그라피도 회사에서 배운거랍니다. 내가 이런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상상도 못했던 일이죠.”

커피를 좋아해 하루 5잔을 마신다는 심 씨는 회사에서 커피를 공짜로 맘껏 마실 수 있다는 게 최고의 복지라고 웃었다.

입소문 타고 매출 연 50% 씩 성장

2011년 창업 이후 커피창고는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2013년 연 매출 4억 원에서 지난해에는 10억 그리고 올해 3분기에 15억 원을 달성했다. 커피창고와 거래하는 업체는 전국에 216곳이다. 이 가운데 현대그룹계열사와 SM엔터테이먼트 그리고 전국 대학가에 파고든 CNN 커피숍 등 굵직한 회사들이 주 고객이다.

 

커피창고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품질대비 가격이 저렴한 가성비 높은 커피를 발굴해 소개한다.

커피창고는 매달 일반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품질 대비 가격이 저렴한 가성비 높은 커피를 발굴해 소개한다.

 

커피창고의 인기 비결은 무엇보다 좋은 품질과 서비스다. 커피창고 쇼핑몰에는 무려 25종류의 원두가 준비돼있다. 가짓수만 봐도 보통 쇼핑몰의 2배 이상이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5종류의 블랜딩 커피가 판매되고 있다.

커피창고의 남다른 점은 매달 ‘이달의 커피’라는 이름으로 시중에 흔히 볼 수 없는 새로운 원두를 발굴해 소비자들에게 커피맛의 신세계를 제공하는 것이다. 양 팀장은 “커피 시장이 거대한 자본에 휩쓸려 소비자들은 값싸고 품질 좋은 원두를 접할 기회를 놓치고 있다”며 “가성비 좋은 커피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해주는 것이 목표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최근 커피 문화의 확산으로 가정에서도 유명 바리스타 버금가는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고객들이 많다”며 “SNS를 통해 서로 마셔본 커피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다 보니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고 전했다.

 

온라인쇼핑몰 개편을 앞두고 직원들이 모델로 나섰다.직원들은 로스팅에서부터 커피품질평가커피머신 A/S 분야에서 탄탄한 실력을 갖춘 전문인력들이다.

온라인 쇼핑몰 개편을 앞두고 직원들이 모델로 나섰다.직원들은 로스팅에서부터 커피 품질 평가,커피머신 A/S 분야에서 탄탄한 실력을 갖춘 전문 인력들이다.

 

회사의 모토는 ‘진심은 통한다’이다. 김 대표는 계약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사회적기업이란 사실을 알리지 않는다.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이 많은 까닭이다. 그는 “국가로부터 지원금을 받아 연명하는 줄 안다”며 “비숙련자들이 만든 품질 낮은 제품이란 인식을 깨고 싶었다”고 말했다. 커피창고는 올해 계약기간이 만료된 한 대기업에서 일반 기업들과 경쟁한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재계약에 성공했다.

기업 성장의 버팀목이 된 사회투자기금

커피창고가 안정된 매출을 올리기까지 시련도 많았다. 가장 큰 어려움은 자금 회전이었다. 대기업을 상대로 한 커피머신 렌탈 사업은 매출에는 큰 도움이 됐지만 대금 결제가 길게는 2달 후에나 이뤄졌다. 여기에 재고 확보를 위한 운영 자금을 마련하느라 쩔쩔맨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이에 숨통을 틔어준 건 (재)한국사회투자였다. 김 대표는 한국사회투자로부터 1억5000만 원을 저리로 융자 받아 기업의 안정화 기틀을 마련했다.

커피창고는 결제 기일에 대한 시차 문제로 생긴 자금 압박을 덜고 물류 시설 구축비 마련으로 공격적인 영업을 할 수 있었다” 며 “생두를 대량 구매 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원가 절감의 효과도 톡톡히 봤다”고 밝혔다.

 장애인들을 위한 직업 재활 교육장에 원두 무상 제공

커피창고의 수익금은 취약 계층이나 장애인들의 직업 재활 교육에 쓰인다. 2013년 지체 장애인을 돌보는 하상장애인복지관을 시작으로 천안 인애학교,송파 인성장애인복지관,청음회관,서산 성봉학교등 5개 기관에서 진행하는 직업재활교육장에서 쓰는 원두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3000만원 상당에 이른다.

하상장애인복지관 원생들이 올해 장애인바리스타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해 활짝 웃고 있다.

하상장애인복지관 원생들이 올해 장애인바리스타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해 활짝 웃고 있다.

원생들은 커피창고가 무상으로 제공한 원두로 실력을 연마해 장애인 바리스타 챔피언십에서 해마다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김 대표는 “하상장애인복지관 원생들은 올해 장애인바리스타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했다”며 “우리가 제공한 커피로 실습해 좋은 성과를 거뒀다는 연락이 오면 보람되고 뿌듯하다”고 전했다. 그는 청음회관에서 직업재활교육을 받은 원생들은 효성그룹과 연계돼있어 카페에 진출하는 사례가 많다고 자랑했다. 커피창고 한켠에는 복지관으로부터 받은 트로피와 감사패가 즐비하다.

북한이탈주민들을 위한 기업 탐방 코스로 자리매김

커피창고는 2016년 7월 현재 약 3만 명에 이르는 북한이탈주민들에게는 희망의 기업으로 손꼽힌다. 일 년에 평균 5회 이상 탈북민을 지원하는 단체에서 적응 훈련 중인 북한이탈주민들이 찾아와 전문가로 자리 잡은 선배들을 보고 배운다. 취업을 해도 한 직장에서 오래 견디지 못하는 북한이탈주민들에게 3년 째 즐겁게 일하고 있는 이혜영 대리는 닮고 싶은 롤모델이다.

 

이혜영씨가 원두를 로스팅하기 전 생두의 상태를 점검해보고 있다.

이혜영씨가 원두를 로스팅하기 전 생두의 상태를 점검해보고 있다.

 

딸아이와 함께 한국에 온 이 씨는 그간 모은 돈으로 전세금을 마련해 살던 월세 아파트를 전세로 돌려놓았다.

잘 먹고 잘 입을수록 고향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어요. 행복감에 젖어 들 때 마다 죄책감이 듭니다. 꿈에서도 생각나는 걸요.

이 씨의 고향은 함경북도 회령이다. 그 곳에 두고 온 큰 딸이 살아 있다면 올해로 25살이 됐을 거라고 했다.

“커피창고가 번영하면 우리도 뿌듯하잖아요. 후배들도 거리낌 없이 절 찾아오고요. 입사 초창기엔 택배 물량도 적어 월급을 꼬박꼬박 챙겨가기도 미안했어요. 그런데 회사가 커가니 월급도 매년 10% 씩 올라 좋아요.”

그는 통일이 되는 그날 딸을 볼 수 있으리란 희망을 품고 오늘도 열심히 일한다. 커피창고는 그에겐 꿈의 창고다.

글. 백선기 이로운넷 에디터

사진제공. 커피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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