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물주 위에 건물주? 도시 문제를 극복하는 영국의 사회적기업 민와일스페이스!

_ | 2016/06/23 | 사회적경제


Before: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문을 닫은 영국 런던 퀸스퍼레이드의 상가

Before: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문을 닫은 영국 런던 퀸스퍼레이드의 상가

After: 민와일스페이스의 '수술'로 되살아난 퀸스퍼레이드의 상가(출처:www.meanwhilespace.com)

After: 민와일스페이스의 ‘수술’로 되살아난 퀸스퍼레이드의 상가(출처:www.meanwhilespace.com)

영국에서는 장기불황으로 빈 점포가 속출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대형 소매업체 울워스(Woolworths)의 파산으로 인해 전국적으로 800여 개의 상점이 한꺼번에 문을 닫았다. 이듬해 영국의 점포 공실률은 7%였다. 2010년 이러한 상황은 더욱 악화돼 상가 공실률이 14%에 이르렀고, 심한 곳은 25%나 되었다.

방치된 빈 상가나 공장은 도시의 흉물로 전락했고 범죄의 온상이 될 위험에 놓여 있었다. 영국 부동산 컨설턴트업체 콜리어스CRE(Colliers CRE)가 2011년 360개 지역(town)을 조사한 결과 4분의 1 가량 되는 지역에서 빈 상가가 커다란 지역문제가 됐고, 특히 이들 중 42곳에서는 슬럼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빈 건물로 인한 도시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2009년 탄생한 사회적기업이 민와일스페이스(www.meanwhilespace.com)다. 이 회사의 설립자인 에디 브리지맨(Eddie Bridgeman)과 에밀리 버윈(Emily Berwyn)은 2006년 영국도시재생협회(British Urban Regeneration Association)에서 활동하며 빈 건물로 인한 슬럼화 문제에 대해 의기투합했다.

민와일스페이스의 설립자이자 디렉터인 에디 브리지맨(Eddie Bridgeman)(출처:www.meanwhilespace.com)

민와일스페이스의 설립자이자 디렉터인 에디 브리지맨(Eddie Bridgeman)(출처:www.meanwhilespace.com)

민와일스페이스의 설립자이자 디렉터인 에밀리 버윈(Emily Berwyn)(출처:www.meanwhilespace.com)

민와일스페이스의 설립자이자 디렉터인 에밀리 버윈(Emily Berwyn)(출처:www.meanwhilespace.com)

버윈은 2008년 빈 상가를 활용하는 프로젝트를 출범시켰지만 건물주와 지방정부의 반대에 부딪혔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에 굴하지 않고 다음해 빈 건물을 임시로 활용하는 것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민와일스페이스(meanwhilespace CIC)’를 설립했다. 빈 점포를 창업자(startup)나 예술가들이 이용하게 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건물주들이 선선히 공간을 내줄 리 없다며 이들의 계획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이러한 회의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민와일스페이스는 회사 설립 다음해인 2010년 영국 17개 지역에서 24개 빈 건물 재생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활약했다. ‘공실세(Empty Property Rates)’가 도입된 덕분이었다.

건물주는 임대수입의 일정액을 소득세로 납부한다. 공실세는 빈 점포로 인해 임대수입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건물주가 일정 금액을 내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건물주가 임대료를 대폭 인하하거나 상가를 처분하도록 유도해 빈 건물로 인한 도시환경 악화를 막기 위한 것이다.

공실세가 도입되자 건물주들은 서서히 민와일스페이스의 사업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스타트업 기업이나 예술가들에게 빈 공간을 내주어 공실세를 피할 수 있고, 이들 덕분에 상가에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게 되면 유리한 조건으로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거나 건물을 매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업이 시작된 이후 지난해 말까지 민와일스페이스는 44개 빈 건물(총면적 10만 제곱피트)을 임시 활용했고, 그 결과 건물주들은 총 68만5000파운드(한화 약 11억6000만원) 상당의 공실세 절세 혜택을 얻은 것으로 집계됐다.

상품판매, 작품전시 등을 위해 빈 건물을 이용한 소상공인과 예술가는 511명이며 170개의 새 일자리가 생겨났다. 이들 소상공인 중 80%는 민와일스페이스의 지원을 받기 전 실업자였거나 직업이 있더라도 매우 불안정한 상태였지만 이 사업을 통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무료 혹은 매우 저렴한 임대료만 내고 빈 점포를 이용했다. 현재 민와일스페이스 회원은 1만1000명에 이른다.

민와일스페이스의 지원을 받아 빈 점포를 이용하게 된   회원(출처:www.meanwhilespace.com)

민와일스페이스의 지원을 받아 빈 점포를 이용하게 된 회원(출처:www.meanwhilespace.com)

2014년 민와일스페이스는 자매회사인 Unlimited Meanwhile Ltd를 출범시켜 사업 영역을 영국 너머로 확장했다. 첫 국제협력 사업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시와 함께 공동작업한 Mentrestant로, 세 곳의 빈 건물을 스타트업 기업들이 활용하도록 지원했다.

지난해에는 빈 건물에 저소득층이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에 착수했다. 런던 루이셤 자치구와 함께 옛 레이디웰(Ladywell) 레저센터를 리모델링하기로 한 것이다. 1층에는 카페와 각종 점포, 공방, 지역기업센터(Lewisham Enterprise Hub)가 들어서게 되고, 건물의 상층부에는 24가구의 무주택 가족들이 살 수 있는 주거공간이 마련될 예정이다. 이러한 사업은 루이셤 외에도 노팅힐 등 런던 각 지역에서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민와일스페이스가 전문가들의 회의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성공을 거둘 수 있게 된 배경에는 영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있었다는 점도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민와일스페이스의 당면 사업인 런던 루이셤 자치구 옛  레이디웰 레저센터 리모델링

민와일스페이스의 당면 사업인 런던 루이셤 자치구 옛 레이디웰 레저센터 리모델링

빈 건물 급증으로 인한 도시환경 악화는 우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장기간의 경기침체로 임차인을 구하지 못한 빈 상가들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한국의 경우 설상가상으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까지 겹쳐져 있는 상태다.

가로수길이나 홍대 등의 많은 지역에서 젊은 자영업자·예술가들이 신선한 감각으로 상점을 꾸미고 수준 높은 상품을 판매해 상권을 부활시키면 건물주들은 곧장 임대료 인상을 요구하게 나섰고, 이를 감당하지 못한 임차인들은 다시 낮은 임대료를 찾아 짐을 꾸리게 되었다. 최근에는 홍대 등지에서 고액의 임대료로 인해 빈 점포들이 다수 발생하고 있지만 건물주들은 임대료 인하에 인색한 상태라는 뉴스가 보도되고 있다. 임대료는 한 번 내리면 다시 올리기 힘들고 다른 점포들의 임대료까지 깎아줘야 한다는 이유로 건물주들끼리 담합해 고액 임대료를 고수하고 있다고 한다. 상권부활로 인한 이익을 건물주들이 독식하고 이에 기여한 임차인들은 다시 ‘맨땅에서 헤딩’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으며 이런 와중에 빈 건물 급증으로 인한 도시환경 악화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말 그대로 ‘조물주 위에 건물주’인 셈이다.

빈 건물과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실세를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러한 토양이 마련돼야 우리나라에서도 민와일스페이스 같은 사회적기업의 탄생을 기대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민와일스페이스가 리모델링한 건물의 공방에서 열린 미술교실(출처:www.meanwhilespace.com)

민와일스페이스가 리모델링한 건물의 공방에서 열린 미술교실(출처:www.meanwhilespac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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