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을 ‘살자’로 되돌려 놓은 17인의 이야기

_ | 2015/06/16 | 정보나눔


‘자살’을 ‘살자’로 되돌려 놓은 17인의 이야기

혹시 ‘SOS생명의전화’ 아세요?​
마포대교에 설치된’ SOS생명의전화’를 통해 자살을 포기한 한수진(가명)씨가 보낸 편지를 소개합니다.

무작정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끊임없는 자문 끝에 마주한 것은 슬픈 결론이었죠.

“그래 , 난 죽어야 해…”

출구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세상의 끈을 놓아버리면 모든 것이 편안해지고 주위의 사람들도 행복해질 거라 생각했습니다. 담담히 마포대교를 걸었습니다. 그 때 SOS생명의전화를 발견했습니다. 잠깐의 망설임 후에 수화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저의 삶을 바꾸었습니다. (중략)

물론 내 맘속에 어둠이 완전히 물러난 것은 아닙니다. 그때마다 SOS생명의전화를 들었던 순간을 떠올립니다. 그날 밤 ‘마음 쉼터’에서 자려고 누워 천정을 보며 스스로에게 해주었던 이야기를 되새겨봅니다.

“행복한 나도, 우울한 나도 사랑할 수 있습니다. 전 아름답고 소중한 사람입니다”
언젠가,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줄 순간을 기다리며 이만 줄입니다.

수진씨는 어떻게 ‘자살’ 하고픈 마음을 ‘살자’로 되돌릴 수 있었을까요? 목소리만으로도 상대방의 마음을 읽어주고 응어리를 풀어주는 SOS생명의전화 전문상담사분들의 활약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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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대교에 설치된 SOS생명의전화 [사진제공: 한국생명의전화]

365일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SOS생명의전화 상담사 17인의 이야기입니다.
모두가 퇴근을 서두르는 저녁 6시, 전화상담을 위해 출근하는 최장숙 상담사를 만났습니다. 초등학교 교장의 경력을 지닌 최씨는 3년째 SOS생명의 전화를 지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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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숙 SOS생명의전화 상담사]

벨이 울리자 쏜살같이 수화기를 듭니다. 벨이 2번 울리기 전에 받아야 하거든요. 그날따라 다리에 놓인 전화선을 정기 점검하느라 수시로 전화벨이 울리더군요.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SOS생명의전화는 2011년 마포대교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15개의 한강 및 지방 자살 다발지(교량)에 모두 53대의 전화가 설치돼있습니다.

지난 4년 동안 다리 위에서 2650건이 넘는 상담전화가 걸려왔고 이 가운데 421건의 경우에는 119 구급대와 경찰이 출동하는 위급한 상황을 치달았습니다.

당신의 마음을 읽어 드립니다

“ 어! 사람 목소리가 나오네요? 모형품인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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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가 떨어지면 기계음이 나올 줄 알았다가 다정한 사람 목소리에 놀라 소스라치기도 하고 반가움을 표시하기도 합니다.

“ 마법의 상자 같아요.”
“ 마법사 맞아요. 소원을 말하면 들어줄게요.”
“ 대학에 붙게 해주세요.”
“ 기도해줄게요.”

그럼 기뻐라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가기도 합니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양가감정이라는 것이 있다는군요. 말로는 죽고 싶다고 하지만 실은 살고 싶고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도움을 받고 싶은 감정입니다. 너무 깊은 절망감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살고 싶다는 마음을 끄집어내 생명의 불씨를 살리는 것이 이분들의 임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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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담사는 “마음만 읽어주면 해답은 그분들의 마음속에 있어요. 꽉 막혀서 앞이 안 보이는 것뿐이에요.”

걸려온 전화 사연들은 모두 눈물겹습니다. 가족과의 불화. 이성문제, 취업, 진학, 입시, 경제적 곤란 등 참 쉽게 끄집어내기 힘든 고민들입니다.

“자신의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 그리 힘들어하는 거예요. 비판 없이 무조건 수용하고 경청하다 보면 고무풍선에서 바람이 빠지듯 서서히 격한 감정이 누그러지고 주변을 돌아 볼 여유가 생깁니다.”

서로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나면 비로소 충고가 귀에 들어옵니다.

“김연아 선수가 뱅그르르 돌다 넘어지면 포기하던가요?”
“아뇨”
“벌떡 일어나서 다시 하죠? 그게 회복탄력성이라는 겁니다. 탕 튕겨 일어날 수 있도록 평상시에 노력하다보면 어떤 어려움도 헤쳐나갈 수 있어요.”

하지만 상담이 늘 성공으로 끝나는 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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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감정이 복받쳐 올라 위험한 상황이라 판단되면 119 구급대와 경찰에 도움을 요청합니다.

“ 그럴 때마다 안타깝습니다. 생기를 불어넣어 주지 못한 날은 회의와 갈등이 밀려옵니다. 내가 부족했구나 하구요.”

난 영원한 네 편이야~

지난 4년간 SOS생명의전화 상담건수를 분석해본 결과 10대 청소년들의 상담전화가 1146건으로 제일 많았습니다. 그중에서도 고등학생이 998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들의 고민 중 1위는 진로와 학업 문제더군요.

오랫동안 교육계에 몸담았던 최상담사는 특히 청소년들의 위기 전화에 마음이 쓰입니다.

“부모님께 꼭 드리고 싶은 말이 있어요. 하루 5분 만이라도 자녀들과 진지하게 눈을 맞춰주세요. 그때 대화를 안 해보면 커서도 대화가 안됩니다. 자녀의 눈을 보고 마음을 헤아려주세요. 애완동물 다루듯이 마냥 예뻐만 하면 안 돼요. 위기가 생길 때 참고 이겨낼 수 있는 극기심을 길러줘야 합니다. 난 널 믿고 있고 지켜보겠다. 영원히 네 편이다. 이 세상에 자기편이 한 명 있다는 걸 꼭 알려줘야 합니다. 진심은 전달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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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S생명의전화 상담실]

SOS생명의전화 상담사가 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생애 위기상담사 자격증 소지자로서 AIR 자살예방 상담가 양성과정을 수료해야 합니다. 이 과정을 마치려면 1년이 소요됩니다. 위급한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많아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합니다. 생명을 다루는 만큼 한치의 서투름도 막아보자는 것이지요.

SOS생명의전화에 등록된 전문 상담 봉사자는 25명, 이 가운데 17분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활발히 활동하고 계십니다.

지난 30년 동안 생명의전화(1588 -9191)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SOS생명의전화상담사로 꾸준히 봉사를 이어가는 분도 있고, 주말, 공휴일에 꿀맛 같은 휴식을 기꺼이 포기하고 나온 직장인들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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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상담봉사는 3시간 30분마다 교대로 이뤄지지만 야간에 하시는 분들은 9시부터 다음날 아침 9시까지 긴 밤을 지새우며 SOS생명의전화를 지킵니다.

“한 달에 11번이나 야간에 전화상담봉사를 하시는 분도 계세요. 보약 잡숴 가며 하시기도 해요.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최상담원은 일선 학교를 돌며 생명존중 프로그램을 전파하기도 합니다.

“3시간 정도 서 있으면 다리가 굳어요. 밤이면 뻣뻣해지기도 하죠. 몸과 마음을 튼튼히 해야 자살하려는 사람도 끌어주고 나도 이겨낸다고 생각해 열심히 운동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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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떤 힘이 잠도, 귀중한 시간도 멀리하고 SOS생명의전화로 이끄는 건지 궁금했습니다. 상담사분들은 보통 사람과 달리 봉사, 희생이라는 특별한 유전자라도 타고난 걸까요?

“자긍심이죠. 내가 누군가의 생명을 살렸다는… 그리고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었다는 뿌듯함이요. 저라고 힘든 상황이 없겠습니까? 힘들 때면 이 고난이 내 삶을 크게 성장시킬 것이라며 제 맘을 다독입니다. 경험상 맞는 말이기도 하구요. ”
밤 9시가 되자 그날 밤샘을 맡은 상담사 김경희씨가 들어오십니다.

“밤인데 애들은 어떻게?” 하고 묻자,
“남편이 돌봐주고 있어요.”

멀리 송파에서 오셨습니다.
밤이 되면 많을 때는 15-20통의 전화가 온다고 합니다.

“나로 인해 맘을 접고 편안한 마음으로 돌아갈 때 성취감이 있죠. 내가 저 사람의 마음을 읽어줘서 고민을 털어놓았구나 하구요. 전화해줘서 고맙죠. 만일 그렇지 않았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졌겠어요? 사연을 듣다 보면 저도 많이 웁니다. 마음이 아파요”

때론 전화를 받으면서 많이 반성하기도 한다는데요,
“저도 살기 버거울 때가 있지만 힘든 사람들의 눈물겨운 사연들을 접하다 보면 어느새 아직도 많은 것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하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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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녘, 엄마가 너무 힘들어하셔서 상담 한번 받아보자고 엄마 손을 붙잡고 나왔다는 어느 딸의 전화 이야기를 듣자니 가슴이 먹먹해져 옵니다. 엄마는 끝내 전화를 받지 않으셨다는군요

김경희 상담사는 딸아이의 마음을 읽은 엄마가 극단적인 행동은 하지 못하시리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말했답니다.

“그냥 엄마 옆에서 손 꼬옥 잡아주고 이야기 들어주면 돼. ”
“ 네, 그렇게 할게요. ”

밤 10시 반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데 어느 점잖은 신사 분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40년째 생명의전화 봉사를 하고 계신 어르신이십니다. 그분도 오늘 밤을 이곳에서 보내신다고 하네요.

귀갓길 오랜만에 하늘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보름달이 환하게 비춰주었습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http://www.lif.or.kr
한국생명의전화: http://www.lif.or.kr

관련 블로그 링크
http://blog.naver.com/lifefound/220317697252
생명의전화로 자살예방에 나섭니다.
http://blog.naver.com/lifefound/220267474310
생명을 지킵니다!

글. 백선기 이로운넷 에디터
사진제공.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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