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을 위해 설계된 햄버거 가게가 있다? 해피브릿지 ‘더 파이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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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04-IMG_6317협동조합을 위해 설계된 햄버거 가게가 있다? 원문 보기 

-글 황세원(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사진 이우기(사진가)

지하철 출입구에서 가까운 위치의 1층, 볕이 잘 들고 넉넉한 공간, 새로 단장한 티가 나는 실내 인테리어와 설비, 말끔한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 좌석마다 앉은 손님들….
‘언젠가 내 가게를 운영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눈여겨 볼만한, 문 연지 한 달 남짓 된 식당이 하나 있다.
‘이런 식당 내려면 얼마나 들까? 지금처럼 돈 모아서는 어림도 없겠지?’
보통의 경우라면 이렇게 생각을 털어 버리고 주문이나 하겠지만, 이 곳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저도 이런 식당 할 수 있을까요?”하고 일단 물어보는 게 좋다.
“저는 모아놓은 돈도 별로 없고, 경험도 없어요”라고 말하면서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다. “저도 얼마 전까지 그랬어요”라는 답이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 서울 지하철 5호선 명일역 근처, ‘홈메이드 스타일 버거 전문점’을 표방하는 식당 ‘더 파이브’의 이야기다.



3년 연구·개발의 첫 결실, ‘더파이브’ 명일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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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은 7개 브랜드, 400여개 가맹점을 가진 프랜차이즈 회사 ‘해피브릿지’가 3년여의 연구·개발과 1년간의 모델 점포(서울 건대점) 운영을 거쳐 지난 3월 18일 정식으로 문을 연 신규 브랜드 더 파이브 직영점이다.
더 파이브의 특징은 ‘노동자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데 적합하도록 메뉴부터 조리 매뉴얼, 업무 프로세스까지 모든 것이 맞춤 설계됐다는 것이다.

명일점의 경우, 현재 일하는 사람은 시간대에 따라 5~7명. 점장과 부점장, 주방 직원까지 3명은 해피브릿지 자회사인 (주)MCFC의 정직원이고 나머지는 시간제(아르바이트) 직원이다.​




2년 직영 후 노동자협동조합 소유로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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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브릿지의 구상은 앞으로 2~3년 정도 후까지 이 점포를 조합원들이 함께 소유하고 운영하고 노동하는 ‘노동자협동조합 식당’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면 본사와의 관계는 직영점에서 가맹점으로 바뀌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본사 투자금이 회수돼야 하는데, 해피브릿지는 투자금의 절반에 해당하는 시설과 인테리어비는 2년간 영업 이익으로 회수하거나 감가상각 처리하고, 임대보증금과 권리금 등 보장성 투자금만 남긴 채로 협동조합에 넘긴다는 원칙을 세워 놨다.

‘더 파이브’ 식당 하나의 오픈 비용이 대략 3억 원이므로(명일점은 10%쯤 더 들었다), 현재의 직원들이 조합을 구성하면 2~3년 후 1억5000만원에 가게를 넘겨받을 수 있다. 조합원이 5명이면 각 3000만원의 출자금으로 이 식당의 공동 소유자이자 직원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노동 강도 낮추도록 설계된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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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햄버거 식당일까? 문길환(44) 해피브릿지 신사업개발센터 부장은 “노동 강도를 낮추는 데 가장 중점을 두고 브랜드를 개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한식 메뉴의 경우 조리 매뉴얼이 복잡할뿐더러 불 조절과 조리실 온도에도 맛이 좌우되는 등 숙련된 경험이 중요하지만 햄버거, 파스타 등은 매뉴얼만 잘 개발하면 같은 맛을 내기가 비교적 쉽다고. 햄버거 식당은 카운터에 와서 주문하고 식기를 퇴식구에 반납하는 형태로 운영할 수 있기 때문에 5명 안팎의 직원들이 주5일 근무를 하며 적정 수입을 가져갈 수 있는 구조를 갖기에도 용이하다.

주력 브랜드가 국수(국수나무), 냉면(화평동왕냉면) 등 한식류였던 해피브릿지가 햄버거를 비롯한 양식 메뉴 개발에 나섰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2년 여 동안 신사업개발센터가 꼬박 전념한 끝에 2000~4000원대의, 대형 프랜차이즈와 가격 경쟁을 해 봄 직한 햄버거 레시피를 만들어 냈다. 스테이크, 파스타 등 메뉴들도 무항생제 돼지고기, 무안 양파 등 좋은 재료를 넉넉히 사용하면서도 적정한 가격 수준을 맞출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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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일해도 엄두조차 낼 수 없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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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일점의 김기철(39) 점장은 개발 시작 단계였던 3년 전부터 MCFC 직원으로 일했고, 지난해 5월부터 건대점에서 점장 교육을 받은 뒤 명일점을 맡아 운영하게 됐다.

인터뷰를 위해 둘러앉은 자리에서 문 부장이 “어떤 가게로 만들어가고 싶은지 얘기해 보라”고 권하자 김 점장은 묘한 표정으로 웃기만 하다가 그간의 경력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외식업계에서 10년 일했어요. 이름 들으면 알 만한 패밀리 레스토랑, 유명 프랜차이즈 식당에서도 일했죠. 그러는 동안 월 2회 이상 쉰 적이 없어요. 내 가게를 내고 싶다는 생각은 늘 했죠. 월 수천만 원 순이익을 혼자 가져가는 사장님들을 봐 왔으니 당연하지 않겠어요? 그렇지만 꿈일 뿐이더라고요. 시간이 지나도 벌이가 늘지 않으니까요.”



주방에서 가장 힘든 일, 숙련자만 할 수 있는 일을 해도 월 200만원 이상을 못 버는 것이 식당업계 현실이다. 돈을 모아 식당을 낸다는 건 보통 사람에게는 언감생심이고, 빚을 내고 무리해서 가게를 차려도 성공률은 10% 미만. 그 실패의 책임은 오롯이 혼자 져야 하니 섣불리 용기를 낼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런 가운데 해피브릿지를 만나 ‘같이 벌면서 같이 행복한 노동자협동조합 식당’에 대한 비전을 갖게 됐다는 김 점장. 그럼에도 아직 많은 숙제를 앞에 둔 듯한 표정이던 그는 “카운터 좀 봐 달라”는 직원들의 부름에는 환한 미소를 보이며 일어섰다.

“함께 해결책 찾는 구조가 능률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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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이 계속 들어오는 바람에 주방에서 못 나오던 이은희(48) 부점장도 얘기를 나눠 보니 레스토랑 매니저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명일점에서 정식 교육과 인턴 과정까지 거친 예비 조합원은 아직 김 점장까지 둘 뿐이지만 이 부점장은 “다른 직원이나 주위 분들도 노동자협동조합의 장점과 가능성에 공감하고 있어 구성이 어렵지 않을 듯하다”고 말했다.



이미 협동조합처럼 작은 일 하나도 구성원 모두가 논의해 가면서 정해 가고 있다고 전하는 이 부점장에게 “그런 점이 의사 결정을 더디게 하지는 않나?”라고 묻자 “그런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에 대한 해결책도 함께 찾으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소통하는 구조가 장점인 경우가 오히려 더 많다는데, 위계를 내세우지 않아도 대화하며 일을 처리할 수 있고 그러다보니 바쁠 때는 모두 달려들어 힘을 합치는 등 책임감도 높아지더라는 것이다.

협동조합 맞춤 식당=성공하는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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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증 또 하나. 처음부터 ‘노동자협동조합에 맞는 구조’로 설계됐다는 이 브랜드는 과연 ‘성공하는 식당’을 위한 공식에도 들어맞을까? 문 부장은 이에 대해 “제가 보기에 그 두 가지는 같은 이야기”라고 답했다.

“가맹점 관리 경험으로 보면, 성공하는 식당의 비결은 딱 하나입니다. ‘사람’이죠. 아무리 입소문이 나도 주방장이 바뀌면 손님은 바로 떨어집니다. 서빙 직원들이 계속 들고나면 서비스도 엉망일 수밖에 없고요. 우수사원 포상제, 근무 환경 개선, 복지 제도 등 어떤 동기 부여보다 확실한 것은 ‘내 가게’라는 의식입니다. 내 가게라면 최선을 다해 일할 수밖에 없죠.”​

“왜 남 좋은 일 하느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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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궁금증이 인다. 왜 해피브릿지는 노동자협동조합 맞춤 브랜드 같은 것을 개발하고, 기껏 애써서 터 닦아 놓은 직영점을 좋은 조건에 넘겨주겠다는 원칙 같은 것을 세워 놓은 것일까?
치열하게 경쟁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고, 남의 것을 하나라도 빼앗아야 수지가 맞는 이 시대 대한민국 서울에서 이런 소리를 들으면 “혹시 사기 아닐까”,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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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답을 듣기 위해 동대문구 장한로에 위치한 해피브릿지 본사로 자리를 옮겨 송인창(47) 이사장을 만났다.

​​ 사실 해피브릿지는 이미 협동조합계에서 유명한 회사다. 회사를 주식회사에서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최초의 사례이기 때문이다. 2013년 2월 협동조합 전환을 결정했고, 1년간 제도적 문제를 모두 해결한 뒤 2014년 2월 정식으로 설립신고를 마친, 조합원 77명의 노동자협동조합이다.

2012년 연매출 320억, 2013년 연매출 350억 원에 매년 15억 원 가량의 순이익을 내는 ‘잘 나가는’ 회사가 이처럼 과감하게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사례는 협동조합 역사가 더 오랜 유럽에서도 찾기 어렵다.

이럴 수 있었던 것은, 신입사원과 최고경영자의 연봉 차이가 3~4배에 불과하고, 5년 이상 장기근속자가 많으며 ‘자본보다 사람’이라는 목표를 강조해 온 점 등 이 회사 고유의 특징들과 관계가 깊다.
이미 2010년부터 협동조합의 가치와 가능성에 주목해 경영진과 직원들은 이탈리아 볼로냐, 스페인 몬드라곤, 프랑스와 영국 노동자협동조합 등을 탐방하며 공부해 오기도 했다.



그 덕에 창립멤버를 비롯한 주주들은 지분을 내놓고 ‘조합원’이 되는 데 흔쾌히 동의했고 직원들도 1인당 1000만원의 출자금을 내면서 조합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역 식당 협동조합 프로젝트란?

​ 송 이사장에게 들어보니 ‘더파이브’ 프로젝트의 목표는 노동자협동조합 맞춤형 브랜드를 운영하는 데까지가 아니었다.
서울 동북부 등 지역 별로 ‘더 파이브’ 매장들이 연대해 ‘지역 식당 협동조합 연합회’ 단위로 돌아가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였다. 그럴 경우 매장들이 서로를 지탱해 줄 수도 있고, 그 중 하나가 문을 닫을 경우 그 조합원들의 일자리를 다른 매장에 만들어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 이 모든 계획의 이유는 “사람들이 안정적으로, 행복하게 노동할 수 있는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또 그러면서도 이 모델이 경영 측면에서도 더 유리하다는 게 송 이사장의 지론이다.

“모든 기업은 위기를 맞는데, 다른 기업이 망할 때 살아남으면 더 큰 시장을 맞이하게 됩니다. 협동조합은 어렵다고 손발을 잘라내는 게 아니라 함께 견디면서 똘똘 뭉치기 때문에 위기에 강합니다. 불안정성이 큰 외식업계일수록 노동자협동조합, 그리고 지역별 협동조합 연합체 모델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협동조합은 매출 내야 살아남는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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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이사장은 이 프로젝트를 기업사회공헌(CSR)의 하나로 보는 시각에는 반대했다. “기부하려고 하는 일이 아닙니다. 프랜차이즈 회사 고유의 사업이죠. 협동조합도 기업이기 때문에 이익이 안 나면 유지될 수 없습니다. 아무리 좋은 사람들이 모여도 매출을 올리지 못하면 그 가맹점은 문을 닫게 될 겁니다.”

다만 보통 프랜차이즈 가맹점 교육이 14일 과정인 데 비하면 더 파이브는 2년 교육(유료)과 1년 인턴십 등 3년간의 인큐베이팅 과정을 거친다는 점에서 본사의 공이 특별히 더 들어가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주로 청년들이 이 과정을 통해 노동자협동조합을 만들기를 기대하고 있다면서 “우리 사회에 이런 선택지가 하나 더 생겼다는 데서 희망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오래 전 시작된 꿈, 오래 찾아 온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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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궁금증은 해결됐을까? 사실 해피브릿지의 행보를 이해하게 해 주는 핵심 열쇠는 더 파이브 매장에서 문 부장에게 들었던 설명 중에 있었다.

“저를 비롯해서 창립 멤버들은 청소년, 청년 시절인 1980~1990년대에 성북구에서 카톨릭청년회를 같이 했던 사람들이에요. 다들 가난하게 자랐죠. ‘잘 살고 싶다’는 꿈은 있었지만 노동운동에 몸담은 선배들과 늘 교류해서인지 남을 착취하면서까지 돈 벌고 싶다는 생각은 안 했어요. 늘 ‘일하기 좋은 회사’,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회사’를 우리끼리 만들어 보자는 이야기를 했었죠. 그렇게 시작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지금 우리가 여기 있는 것은요.”

생소하기도 하고 아직 어렵기도 하지만 해피브릿지의 행보가 설득력을 가지는 것은 이렇게 오래 전 시작된 꿈, 오랜 시간 찾아온 길 위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방향을 지키며 걸어간다면 우리가 지금껏 못한 세계를 찾아낼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보게 된다.




국수나무 홈페이지: ​http://www.namuy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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